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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文 “임기말 분열 없어야”… 송영길 “정책에 당 의견 많이 반영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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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與지도부와 청와대 회동

임기말 국정운영 ‘당 중심’ 무게 이동

文, 金총리·장관 2명 일사천리 임명

野 패싱 반발… 5월 국회 보이콧 검토

정권 재창출 위한 민심회복 주력

GTX ‘김부선’ 노선 확장도 언급

부동산 관련 “청년주택 정책 강화”

당내 계파갈등의 뇌관 ‘검수완박’

“靑과 속도조절 긴밀히 상의할 것”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송영길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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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4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앞으로 모든 정책에 당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며 임기말 당청 관계의 본격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청와대가 한발 물러난 것이란 평가를 받는 ‘임·노·박’(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노형욱 국토교통부·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정국의 종료를 기점으로 국정 운영의 무게중심이 급격히 당으로 옮겨갈 것이란 관측이다.

송 대표는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여당 신임 지도부의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우리 당이 내년 3월 9일 (대선에서) 다시 국민으로부터 신임을 받아야 문 대통령이 성공하는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송 대표가 앞서 지난 11일 민주당 재선의원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당이 중심이 되는 대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 발언의 연장선상이다.

문 대통령은 송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발언을 청취한 뒤 “당이 주도적으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고 바람직하다”고 밝혔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와 여당의 불편한 기류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유능함은 단합된 모습에서 나온다”며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당청 간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이 되면 정부와 여당 간에 틈이 벌어지기도 하고, 당내에서도 선거를 앞둔 경쟁 때문에 분열된 모습이 드러났던 것이 과거 정당의 역사였다”며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는 4·7 재보궐선거 참패 후 이뤄진 개각에서 청와대와 당이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 노출되고,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가 1명 이상의 낙마를 공개 주장하면서 당청 갈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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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환담장으로 함께 이동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임혜숙 과기정보통신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 뒷줄 왼쪽부터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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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간담회에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와 임혜숙·노형욱 장관을 일사천리로 임명하며 이번 인사파동을 서둘러 마무리지었다. 민주당이 전날 저녁 총리 후보자 인준안과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사실상 단독 처리한 지 반나절 만이다.

여야 관계는 또다시 급랭할 조짐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야당의 반대에도 김 총리와 임·노 장관 임명을 강행한 데 대해 강력 규탄했다. 국민의힘은 5월 국회를 선별적으로 보이콧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 총리는 이날 취임사에서 “총리 임기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통합에 매진하겠다”며 여야 모두에게 협조와 도움을 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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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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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길, 文 면전서 “소형 원자로 필요”… 임기말 정책 변화 예고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신임 지도부가 14일 청와대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당 주도의 정책 마련’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정권 말 정부 정책의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이날 간담회는 당초 문 대통령과 송영길 대표 체제 신임 지도부의 상견례 성격의 자리로 예상됐으나, 송 대표는 구체적인 현안을 언급하며 정책 수정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당 중심의 국정 운영을 예고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송 대표가 내놓은 제안들에 대해 “송 대표가 정책적인 부분에서 (정부가) 미진하고 아쉽다고 생각한 부분에 대해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앞으로 모든 정책에 당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며 첫 번째 사례로 논란이 한창인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D 노선의 확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당초 GTX-D는 관할 지역인 경기도가 김포∼인천검단∼부천∼서울강남∼하남을 잇는 노선으로 제안했으나,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선 김포∼부천으로 축소 건설하기로 해 ‘김부선’으로 불리게 됐다. 여권 대선 주자 ‘1강’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와 관련해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GTX-D 원안이 통과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부선이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으로 확정되더라도 노선 변경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있다. 사전타당성조사와 예비타당성조사 등 과정에서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고, 노선을 변경하거나 연장하는 방식으로 사업계획이 확정될 수도 있다. 송 대표는 이와 관련해 “GTX-D 노선이 김포에서 끝나는 바람에 서부지역에서 상당한 민심 이반이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한 전향적 검토를 (청와대) 정책실장과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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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며 송영길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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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대표는 이날 현 정부 탈원전 기조의 수정 요구로 비칠 수 있는 제안도 내놓았다. 송 대표는 “미국 바이든 정부가 지금 탄소중립화를 위해 소형모듈 원자로(SMR) 분야를 전문 연구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SMR 분야나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원전 폐기 시장 같은 것을 한·미 간에 전략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의 별도 답변은 없었다”고 말했다.

SMR은 하나의 용기에 원자로와 주요 기기를 담은 일체형 원자로다. 발전용량은 300㎿급으로 기존 대형 원자로의 3분의 1 수준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주요국들이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해 사용할 목적으로 개발 중이다. 송 대표는 앞서 지난 2019년 1월 페이스북에 ‘충심의 제안’이라는 장문의 글을 올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검토할 것을 요구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당 신임 지도부가 취임 이후 민생 최우선 과제로 꼽은 부동산, 코로나19 백신 관련 정책도 제안됐다. 송 대표는 비공개 간담회에서 부동산정책 중 특히 청년세대를 위한 주택정책을 강화해달라고 제안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소위 옥탑방 반지하 지옥고에서 사는, 내 집 마련의 꿈도 못 꾸는 열악한 청년을 위한 주택 공급 대책이 더 강화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제안”이라고 전했다. 당이 부동산특위를 꾸려 논의 중인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완화 등에 대해선 “당이 여러 가지 정책, 세제, 공급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도의 말만 오갔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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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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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문 대통령은 “정부가 대응을 해왔지만, 주택가격이 안정되지 않아 불만이 빗발쳤다”면서 “투기 수요 방지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부동산정책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년 주택공급 대책 건의에 대해서는 “잘 참조해서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송 대표는 검찰개혁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발족, 기소 독점주의 파괴 등 1차 개혁의 성과가 빛을 못 본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당내 계파 갈등의 뇌관으로 떠오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해선 “속도 조절을 어떻게 해갈 것인지 청와대와도 나중에 긴밀히 상의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속도조절론에 방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백신 관련해선 백신 접종 ‘노쇼’ 예방 관련 시스템 개발 등이 건의됐다.

장혜진·이도형·이동수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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