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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은 대선판의 비트코인? 새롭고 논쟁적 [정치0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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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권위 도전한 비트코인
엄청난 가격인데 창시자 오리무중
권력에 맞서 반문 상징된 윤석열
고공행진 지지율에도 여전히 잠행

‘미래' 떠올리는 블록체인이 바탕이지만
투기 대상일 뿐인지 가치 지닌 디지털 금인지 논쟁
불신 대상 정치권에 ‘공정' 이미지 인물이지만
대통령직 감당할 능력·자질 놓고 갑론을박


안녕하세요. ‘정치0단'입니다.

정치인을 설명할 때 사물이나 동물이 등장하곤 합니다. 비유를 통해 독특한 스타일이나 정체성, 상황을 설명하는 거지요. 속시원한 소리를 자주 하면 사이다, 반면 답답한 모습을 보이면 목이 메는 고구마, 우직하게 밀고 나가면 뚝심 있는 소라고 하는 식입니다. 대선으로 가는 과정인 요즘 동물에 비유하는 발언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서지요.

매일경제

윤석열 전 검찰총장[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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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을 ‘민물고기'라고 묘사합니다. "강에서 노는 민물고기가 바다에 나오면 힘을 못 쓴다"고 말이죠. 정치판에 아예 들어오지 말라는 소리 같습니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목장에서 키워서 잡으면 국내산 한우, 외국에서 수입해서 6개월 키우다 잡으면 국내산 육우, 밖에서 잡아서 가져오면 외국산 소고기"라며 "(윤 전 총장이) 국내산 한우 정도는 아니더라도 국내산 육우 정도 돼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으로 들어와서 대선에 나가라는 소리죠. 정치를 희화화하는 거냐는 쓴소리가 나올 순 있지만 확실히 귀에 쏙 들어오긴 합니다.

얼마 전 정치권 인사들과 윤 전 총장에 관해 얘기를 나두던 중에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윤석열과 비트코인이 비슷한 점이 많다." "난데없이 웬 비트코인?" "생각해보면 상황이 아주 비슷하다."

대화는 이어져 윤석열과 비트코인의 같은 점을 꼽아봤지요. 그랬더니 겹친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 꽤 됐습니다.


다섯 가지 점이 비슷하다

1. 우선 반작용이라는 점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중앙정부가 통제하는 법정화폐에 대한 불신이 생겼습니다. 위기를 넘겠다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화폐 발생을 엄청나게 했고 그 가치가 유지될 수 있는가란 의문이 생긴 거지요. 그리고 현실적으로 돈 거래가 온라인을 통해 숫자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태반이기도 하고요. 이런 배경에서 중앙정부의 권위에 도전하면서 암호화폐 혹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등장합니다.

윤석열 전 총장은 문재인정부에 대한 반감, 즉 반문 정서 속에서 주목받은 인물입니다. 검찰과 관련해 문 정부와 대척점에 섰고 이 점에서 사람들이 환호한 것입니다.

2. ‘값'이 엄청나게 올랐다는 것도 비슷합니다. 비트코인은 한때 피자 한 판을 사려면 몇 개를 지불해야 하는 정도의 가치였죠.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개당 8000만원을 넘기도 합니다. 값이 좀 빠졌다고 해도 요샌 6000만원을 왔다 갔다 합니다.

윤 전 총장은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지난해 말 1위에 오르더니 요즘 나오는 여론조사에서는 대개 1등입니다. 적어도 20% 중반, 많게는 40%대까지 나옵니다.

3. 당자자는 아무 말이 없다는 점도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창시자는 아직도 누구인지 모릅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이름만 알려졌을 뿐, 무엇을 하는, 어디에 사는 사람인지, 그 이름이 진짜인지도 모릅니다.

윤 전 총장은 대선에 출마한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검찰총장 시절부터 대선주자로 꼽혔는데, 한때는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까지 했습니다. 총장에서 물러난 뒤 수개월째 잠행 중입니다. 그러나 야권의 강력한 대선주자가 됐습니다.

4. 또 있습니다. 새로움이라는 점이죠. 블록체인이란 새로운 개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활용 여지가 큰 기술이 적용됐다는 거창한 설명이 따라붙습니다. 뭔가 가능성이 커 보이는 거지요.

윤 전 총장은 비정치인 출신입니다. 기존의 정치권 시각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 검찰 경력은 오래됐지만 정치권 차원에서는 혜성같이 등장한 인물이죠. 불신받은 정치권의 판을 흔들 수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5. 게다가 논쟁적이라는 점입니다. 비트코인은 과연 고유의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사고 있죠. 각국 중앙은행은 가치가 없다고 폄하합니다. 화폐란 이름이 붙었지만 그저 밑도 끝도 없는 투기 대상 아니냐는 거지요.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디지털 금'이라고 칭송합니다. 디지털 세상에 딱 맞는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겁니다. 가치의 대표주자인 금도 따지고 보면 그 자체로 어떤 사용 가치가 있느냐, 가치가 있다고 믿으니까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죠.

윤 전 총장에 대해선 검증받은 바 없다는 문제 제기가 있습니다. 대선주자로 꼽히는데 지지율만 높지 평생 검찰 경험만 있는데 과연 능력과 자질이 있는지 미지수라는 거지요. 여당 대선주자들이 "대통령은 편중된 경험이나 벼락공부로는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경제 규모 10위이고 다양한 과제를 안은 대한민국을 감당할 수 있느냐"고 지적합니다.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 검찰총장직을 마치고 바로 대선판에 뛰어드는 게 맞는 일이냐는 시각도 여전합니다.


기존 권위 불신 속에 각광

비트코인의 운명은 아직 모릅니다. 그저 한때의 투기 대상인 건지, 새로운 세상을 여는 디지털 금인지 말이죠. 윤 전 총장 역시 아직 모릅니다. 잠시 각광받고 사라지는 한때의 대선주자인지, 대권 고지란 별을 따는 새로운 인물인지 말이죠.

다만 분명한 건 비트코인은 법정통화가 불신을 받은 상황에서 블록체인이란 새로운 개념·기술, 즉 미래를 떠올리게 하는 존재라는 거고, 윤 전 총장은 정치권 전체가 불신받은 상황에서 결기·공정의 이미지를 가진 새로운 인물이라는 겁니다.

아무튼 기존에 못 보인 일들이 종종 나타나는 통에 정치를 분석하고 전망하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상 ‘정치0단'이었습니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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