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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탄소중립 더 빠르게, 중·러 더 강경…獨 녹색당 80년생 베어보크, ‘포스트 메르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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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지지율 1위…3개월만에 더블스코어 따라잡아

참신함이 무기이자 약점

현 최우선 과제는 친환경…녹색당 입지 넓혀줘

러 가스관 반대·中 인권 문제 제기 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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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레나 베어보크 독일 녹색당 총리 후보 겸 공동대표의 모습.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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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트램펄린 체조 선수 출신의 1980년생 여성 정치인이 유럽연합(EU) 내 최대 경제규모를 가진 독일의 총리 자리에 도전한다.

41년간 원내 소수정당이던 녹색당의 안나레나 베어보크 공동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창당 후 41년간 원내 소수 정당으로 머물던 녹색당이 총리 후보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독일 총리 자리는 양대 거대 정당인 기민(CDU)·기사(CSU)당 연합과 사회민주당(SPD)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지난 16년간 총리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기민·기사당 연합 소속이었고, 전임 게르하르트 슈뢰더(1998~2005년) 전 총리와 독일 통일을 이룬 헬무트 콜(1982~1998년) 전 총리는 각각 사민당과 기민·기사당 연합 소속이었다.

하지만, 오는 9월 치러질 독일 총선에서 만큼은 분위기가 평소와 사뭇 다르다. 독일 역사상 최초로 양대 정당이 아닌 녹색당 출신의 총리가 탄생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녹색당 지지율 1위…3개월만에 더블스코어 따라잡아최근 독일 내 주요 여론조사 결과 녹색당은 기민·기사당 연합을 꺾고 선두로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 내 선거 정보를 제공하는 ‘유럽 일렉츠’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평균 지지율로 봤을 때 녹색당은 25.7%로 지지율 선두를 달렸다. 그 뒤를 기민·기사당 연합이 24.7%로 바짝 뒤쫓았다.

그 뒤를 사민당(14.5%)과 자유민주당(FDP, 11.9%),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 11.1%), 좌파당(6.8%)이 따랐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녹색당 지지율의 상승세다.

지난 2월초(2월 2일) 녹색당의 지지율은 18.8%로 당시 36.1%로 지지율 1위였던 기민-기사당 연합과의 격차가 두배 가까이 벌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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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주요 정당 지지율 변화 [유럽 일렉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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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도입 지연에다 소속 의원들의 ‘부패 스캔들’까지 터지며 기민·기사당 연합의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는 동안 녹색당의 지지율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결국 지난달 25일 녹색당은 24.7%의 지지율로 24.2%에 그친 기민·기사당 연합을 제치고 지지율 1위에 올라섰다.

이후 녹색당은 2주가 넘는 기간 동안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현 시점의 지지율만 놓고 봤을 때 녹색당과 사민당, 좌파당 등이 원내 과반수를 차지하고 ‘좌파 연정’을 구성할 경우 베어보크 대표가 총리에 오를 가능성도 충분하다.

참신함이 무기이자 약점녹색당이 결정적으로 기민·기사당 연합을 2위 자리로 밀어내고 지지율 1위를 기록할 수 있던 원동력의 중심에는 ‘독일의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만 40세 여성 베어보크 대표가 서있다.

파격적인 총리 후보를 선출함으로써 독일인들에게 기성 정당과의 차별성과 신선함을 어필한 결과 녹색당이 지지율 1위로 치고 올라갔다는 평가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기민·기사당 연합 총리 후보로 선출된 20세 연상의 아르민 라셰트 당대표와 비교했을 때 베어보크 대표의 참신함이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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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민 라셰트(왼쪽) 기독민주당(CDU) 대표 겸 기민·기독사회당(CSU) 총리 후보와 안나레나 베어보크 독일 녹색당 총리 후보 겸 공동대표의 모습.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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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메르켈 베를린 훔볼트대 정치학 교수는 “베어보크 대표는 독일 정치계의 떠오르는 스타”라며 “잘 교육받고 문화적으로 진보적인 생각을 공유하는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지지세를 더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정운영 경험이 없는 녹색당이 독일을 맡아 이끄는 것에 대해 독일 국민들이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은 베어보크 대표에겐 가장 큰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독일 ZDF 방송의 ‘정치바로미터’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의 50%는 차기 국정운영을 이끌 정당으로 기민·기사당 연합을 희망했고, 39%만이 녹색당을 희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 최우선 과제는 친환경…녹색당 입지 넓혀줘유권자들의 불안감과 달리 전문가들은 메르켈 정권의 ‘친환경 정책 드라이브’가 녹색당의 입지를 확장시키는데 도움을 줬다고 평가하고 있다.

월트라우드 쉘클 런던정경대 교수는 “메르켈 총리는 친환경 정책을 독일 정부가 추진해야할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만들었다”며 “친환경 정책을 강조하는 녹색당이 보다 대중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토대를 만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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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왼쪽) 독일 총리와 안나레나 베어보크 독일 녹색당 총리 후보 겸 공동대표의 모습.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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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보크 대표가 신임 총리가 될 경우 녹색당 정권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 대비 7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최근 2030년까지 기존 55%에서 65% 줄이기로 강화한 독일 정부의 새 계획안보다 강력한 조치다.

메르켈 정권의 탄소중립 목표 수정도 녹색당의 약진에 영향을 받은 것이란 평가가 있을 정도로 ‘녹색 돌풍’은 독일 내에서 이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CNN은 “베어보크 내각의 탄소중립 목표 속엔 석탄과 핵을 이용한 발전의 단계적 폐기 촉진이 포함돼 있을 것”이라며 “자동차 강국 독일에서 화석 연료로 움직이는 자동차의 종말을 의미하는 정책이 될 것이란 점에서도 놀라운 공약”이라고 전했다.

러 가스관 반대·中 인권 문제 제기 천명베어보크 대표는 메르켈 총리보다 대외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경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국경에 대규모 군대를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의 행동을 비판하는 베어보크 대표는 발트해 해저를 통해 러시아에서 독일로 연결되는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건설에도 부정적이다.

여기에 신장(新疆)·티벳·홍콩 등에서 벌어지는 중국 정부의 각종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서도 강경 입장을 천명했다.

베어보크 대표가 이끄는 녹색당이 최종적으로 9월 총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장악하느냐의 문제는 라셰트 후보가 전통적인 기민·기사당 연합 지지자들의 표를 얼마나 단속할 수 있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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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레나 베어보크 독일 녹색당 총리 후보 겸 공동대표의 모습.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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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보크 대표가 받아들 성적표는 유럽 각국에서 활동 중인 녹색당에게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니콜라스 라이트 런던대 EU 정치학 교수는 “베어보크의 승리는 유럽 대륙 내 ‘녹색 돌풍’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며 “녹색당이 현실적인 대안 진보 정당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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