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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작년 21만대1 '줍줍' 당첨자, 준공뒤 팔아 10억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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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위키]

지난해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줍줍' 경쟁률 8만대 1

3가구 중 1가구 입주 후 10억 올린 28억원에 매도

더펜트하우스청담·나인원한남 등 초고가 주택에

20~30대 매수자 늘어…'갭투자', 이상 대출도

중앙일보

지난해 말 서울 성동구 성수동 뚝섬에 준공한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7위에 오른 초고층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다. 지난해 3가구 잔여 가구 모집에 26만여명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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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28일 이색적인 아파트 분양 당첨자 선정 풍경이 펼쳐졌다. 3년 전 3.3㎡당 4750만원에 분양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가 무순위 신청 접수(줍줍)한 잔여분 3가구의 당첨자 추첨을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전용 97~198㎡로 17억4100만~37억5800만원의 비싼 분양가에도 26만4625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평균 8만8200대1이어서 당첨자 선정에 이목이 쏠렸다. 전용 97㎡, 17억4100만원 가구엔 21만5085명이나 몰렸다.

21만대 1이 넘는 경쟁을 뚫은 행운의 당첨자가 누구였을까. 분양업체 측은 당첨자가 계약했다는 사실만 알렸을 뿐 당첨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본지가 이 아파트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용인에 사는 40대 A씨가 행운의 주인공이었다. 수도권에 사는 19세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었다.

A씨는 지난해 말 준공 후 입주하지 않고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분양가보다 10억여원 비싼 28억원에 팔았다. 이 아파트는 준공까지 분양권 전매 금지여서 준공 이후 팔 수 있다. 사실상 전매 제한이 풀리자마자 1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기고 판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운 좋게당첨됐지만 잔금을 마련할 수 없어 팔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잔여분 당첨자의 분양대금 납부 조건이 당첨 직후 계약금 10%, 지난해 9월 중도금 10%, 준공 후 잔금 80%였다. A씨가 필요한 잔금이 14억원이었다. 15억원 초과 초고가 아파트 담보대출 금지(2019년 12·16대책)로 대출받지 못한다.

추가모집한 다른 두 집은 팔지 않았다.



51억원에 매입해 53억원에 전세



A씨 줍줍 ‘로또’ 매수자도 눈길을 끈다. 같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비슷한 크기에 임대로 살던 30대 B씨다. B씨는A씨로부터 산 집을 22억5000만원에 전세로 줬다. B씨가 임대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옮기기 어려웠던 것 같다.

B씨 사례에서 보듯 근래 입주한 초고가 주택에 30대 주인이 늘고 있다. 유명 사교육 강사, IT산업 대표, 스포츠 스타, 연예인 등 ‘영 앤 리치’(젊은 부자)의 파워다.

올해 163억2000만원으로 공동주택 공시가격 1위를 차지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청담 전용 407㎡ 소유자가 유명 30대 일타(일등스타) 강사다. 분양가가 200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샀다. 이 아파트 전용 273㎡(공시가격 81억원) 매수자 중에 30대가 한 명 더 있다. 공시가격으로 추정한 분양가가 100억원 선이다. 40억원을 대출받았다. 분양계약 시점이 2019년 12·16대책 전이어서 LTV(담보인정비율) 40%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 DTI(총부채상환비율) 40% 범위 내에서 대출이 가능한데 40억원을 대출받으려면 연 소득이 8억원은 돼야 한다.

등기 현황에 따르면 현재까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9가구가 30대 소유다. 이들이 가진 집의 최고 분양가가 36억원이고 평균 29억원이다. 36억원에 분양받은 30대는 46억원에 전세를 줬다. 준공 후 시세가 분양가보다 많이 올라 전셋값이 분양가보다 비싸다.

3명이 대출 없이 샀고 5명은 담보대출을 받았다. 이 단지에서 A씨 등 잔여분 계약자 이외 최초 당첨자는 계약 시점이 2017년 11월이어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대출금액(채권최고액 33억1200만원)이 분양가(29억5100만원)보다 많은 대출이 눈에 띈다. 채권최고액이 실제 대출금액의 대개 120%인 점을 고려하면 대출금액이 27억6000만원으로 LTV가 90%가 넘는 셈이다. 연 소득이 5억원은 돼야 27억원가량을 대출받을 수 있다.

중앙일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은 고급 임대주택으로 최초 분양한 뒤 현재 분양전환(소유권 이전)하고 있다. 분양가가 40억~70억원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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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에서 40억~70억원대에 분양전환(소유권 이전) 중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매수자 10명 중 한 명꼴로 30대다. 현재까지 90여명 중 30대가 8명이다. 이들의 평균 매매가격이 48억원이다. 최고 가격은 73억원이다. 규제로 담보대출은 없다. 2명의 집에 전세권이 설정돼 있는데 보증금이 매입가격보다 비싸기도 하다. 43억원 집의 전세권 설정 금액이 40억원, 51억원 집은 53억원이다. 51억원 집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산 셈이다.



20대가 대출 없이 49억원 매입



아크로서울포레스트와 나인원한남 매수자에 20대도 있다. 아크로서울포레스트 20대 매수자가 2명으로 가격이 각 29억원 선이다. 5억~10억원 정도의 담보대출을 받았다. 나인원한남엔 1명으로 49억원이다. 담보대출이 없다.

업계는 20~30대의 초고가 주택 매입이 자력 외에 부모가 증여 등으로 경제적 도움을 준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본다.

한편 빠르면 이달부터 줍줍 규제가 강화된다. 지금은 지역 제한 없이 만 19세 이상(성년자)이면 누구든 신청할 수 있으나 앞으로는 해당 지역 무주택 가구 성년자만 가능하다.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서 줍줍에 당첨하면 조정대상지역 7년, 투기과열지구 10년간 재당첨 제한을 받기 때문에 청약할 수 없다. 아무리 로또라 하더라도 아크로서울포레스트 같은 경쟁률이 나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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