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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글로벌 경제유람] 세계 변방에서 중심으로 성큼... 대만의 이유 있는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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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늘날 세계경제는 우리 몸의 핏줄처럼 하나로 연결돼 있습니다. 지구촌 각 나라들의 역사와 문화, 시사, 인물 등이 ‘나비효과’가 되어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인문학과 경영, 디자인, 사회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경제학자의 눈으로 세계 곳곳을 살펴보려는 이유입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가 <한국일보>에 3주에 한 번씩 토요일 연재합니다.
한국일보

지난 2005년 장빙쿤(왼쪽) 대만 국민당 부주석이 황화화 광둥성장과 회담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중국의 반국가분열법 제정으로 양안 관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대만 제1 야당 국민당 대표단이 이날 중국·대만 분리 이후 56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방문길에 나서, 새로운 국공합작으로서 관계 개선이 점쳐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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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국제사회로 돌아온 대만

대만은 한때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국가였다. 중국이 개혁·개방 조치와 함께 국제사회에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대만과 교류하고 있는 국가들을 압박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국가가 대만과의 수교를 중단했다.

대만은 1971년 중국이 유엔에 가입할 때 유엔 회원국 지위를 잃는다. 1979년 미국과 중국이 수교를 하면서 이와 동시에 대만은 미국과 단교하게 된다.

하루아침에 대만에 등을 돌린 것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1992년 8월 24일 중국과 수교하면서, 같은 날 동시에 대만 정부에 단교를 통보한다. 명동의 대만 대사관 부지를 아무 조건 없이 중국에 양도했다는 소식이 대만에 전달되면서, 대만인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적도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로 대만은 자연스럽게 국제사회에서 변방의 위치에 놓이게 됐다.

'한 나라'로 인정받기 시작한 대만



대만의 뿌리인 국민당은 원래 중국 본토의 주인이었다. 하지만 국민당이 공산당과의 내전에서 패배한 이후 1949년 대만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현재의 양안관계(兩岸關係, Cross-Strait Relations)가 형성됐다. 중국 본토에서 쫓겨난 국민당이 대만을 30년간 통치하면서 중국과는 대립 관계를 지속해 왔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으로 국제사회에서 대만이 배제되자, 대만 내부에서도 중국과의 관계 복원을 희망하는 분위기가 높아졌다. 이로 인해 1987년 이후 대만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도모하기도 했다. 심지어 1992년 ‘9·2합의(9·2共識)’를 통해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 아래 각자 의견을 존중하자는데 합의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만의 완전한 독립을 주장하는 민주진보당의 천수이볜(陳水扁, 2000~08년)이 총통으로 당선되면서 양안관계는 다시 갈등기에 진입한다.

중국 정부 역시 대만의 중국 의존도를 높이기 위해 중국인의 대만 단체여행을 허용하는가 하면, 2011년부터는 개인여행도 점차 확대 허용하고 있는 추세였다. 국제사회에서도 대만 수교국들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며 대만의 외교적 고립을 가속화했다. 엘살바도르, 파나마 등 대만과 수교 관계에 있는 6개 국가가 추가로 대만과 단교하면서 2019년 9월 기준으로 대만의 수교국은 불과 16개국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대만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4월 런던에서 개최된 G7 외교장관 회의에서 ‘대만의 국제기구 가입 지지’가 발표된 바 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독일 등 G7 국가들이 대만의 국제적 지위를 인정해 주는 데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미국은 2019년 발간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2019년 6월)’에서 대만을 국가로 분류한 바 있다.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대만 문제가 공식적으로 언급되면서 일본이 중국의 거센 반발을 산 적도 있다.
한국일보

지난 2007년 59년 만에 중국과 대만을 직항으로 오가는 항공노선이 공식 운항을 시작한 이후 4일 에어차이나 승객과 승무원들이 대만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만 마잉주 총통 취임 이후 진전된 양안관계를 반영하는 직항 개설로 대만 정부는 관광 수입 증대 등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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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게 성장한 대만 경제



대만 경제는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관심도가 높아지는 추세에 힘입어 더 가파른 속도로 급부상하는 중이다. 대만통계청에 따르면 대만의 올해 1분기 실질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3.09%를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률 수치는 우리나라 1분기 성장률 1.6%를 웃도는 수치다. 대만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2019년 2.96%, 2020년 3.11%로 같은 기간 각각 2.0%, -1.0%를 기록한 한국을 넘어섰다.

대만의 경제성장률이 한국을 넘어선 것은 작년과 올해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미중 간의 무역 갈등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2018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넘어서고 있다. 대만의 1인당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2만9,230달러로 한국(3만1,755달러)과의 격차를 좁혀오고 있다. 지금의 추세면 2~3년 뒤에는 1인당 GDP에서 한국을 역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전망치는 우리나라에는 커다란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대만이 국제사회에서 배제된 상황은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기회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여러 나라들이 중국 눈치 때문에 대만과의 국교를 단교했을 뿐만 아니라,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교역 활성화를 위한 조치를 전혀 추진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대만과 많은 부분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 기업들의 제품이 더욱 해외 시장에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었다. 즉 최근 대만과 교류협력을 희망하는 국가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간 우리 기업과 제품들이 누렸던 이점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탈중국, 고령화 극복 등 과제도 적지 않아


대만이 현재의 발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첫 번째 과제는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만은 전형적으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 해당한다. 무역 의존도(명목 GDP 대비 수출입 비율)가 100%를 넘는 국가이자, 수출 의존도(명목 GDP 대비 수출비율)도 50%를 넘는다. 즉 대만 경제는 수출 없이는 지탱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런데 이러한 수출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대만의 수출국 중 대중(對中) 수출 비중은 40%에 달한다. 대만 기업의 해외 직접 투자 역시 대부분 중국 본토에서 전개됐다. 1991년 대중(對中) 직접투자가 허용된 이래, 작년까지 대만이 중국에 투자한 금액은 1,897억 달러 수준이다. 이는 같은 기간 대만이 중국 이외의 국가에 투자한 금액(1,475억 달러)보다 많다.

중국 입장에서도 대만은 중국의 3번째 수입국과 11번째 수출국의 지위를 차지하는 주요 교역 상대국일 만큼 상호 간의 경제적 교류협력의 수위는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수치는 대만 정부가 무조건적으로 미국의 지원에 편승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중국과의 원만한 관계 설정도 중요한 이슈임을 확인시켜 준다.

대만의 또 다른 고민 중 하나는 우리와 마찬가지인 고령화 문제다. 2018년 이미 고령사회로 들어선 대만은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다. 2019년 대만 인구는 2,360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이미 감소 중이다.

2020년부터는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은 인구 감소가 시작됐고, 2052년에는 인구 2,000만 명 선이 붕괴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대만 정부는 고령화로 인해 산업인력이 부족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인력 유치를 적극 추진 중이다. 대만은 외국인 근로자 및 외국기업들이 대만 안에서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2019년부터 영어를 제2 공용어로 지정하여, 전 국민에게 영어 사용 수준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일부 산업군에 편향되어 있는 산업구조 역시 대만이 뛰어넘어야 할 숙제다. 대만의 제조업 10대 기업 중 8개사가 전자 제품・부품 제조업체이다. 대만 경제가 향후에도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기 위해서는 정보·통신·기술 이외의 새로운 산업군을 육성해야 할 상황이다.

대만이 이렇다 할 대기업이 부재한 것도 고민이다. 대만의 주요 기업들 대부분은 글로벌 브랜드 제품을 위탁받아 생산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다시 말해 직접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만 자체 브랜드가 없는 상황이다.

대만인이 해결해야 할 여러 난관들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대만 입장에서는 최근 전개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40년 만에 찾아온 새로운 기회라 할 수 있다. 대만이 이 기회를 어떻게 살릴지,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주목된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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