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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박범계의 내로남불… 이성윤 공소장 유출자 색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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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야당의원 시절엔 “국민 알 권리 위해 수사상황 공개해야”

조국·이광철 등 현 정권 핵심들 거명되자 “유출 진상조사” 지시

조선일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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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김학의 전 차관의 불법 출금 수사 무마’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이 보도된 경위를 조사하라고 대검에 지시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그가 이전에 수사 상황을 공개하자고 주장했던 점을 들어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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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장관이 2016년 11월 검찰의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수사가 한창 일 때 자기 페이스북에 올린 글. 그는 글에서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며 수사 상황 공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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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장관은 야당 의원 시절 박근혜 정권 때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지자 “국민 알 권리를 위해 수사 상황을 공개해야 한다”고 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법 조항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이성윤 검사장의 공소장에 이 지검장뿐만 아니라 조국 전 민정수석,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 정권 핵심 인사들이 ‘수사 무마’의 주체로 거명되자 보도 다음 날 진상 조사를 지시한 것이다. 그는 법무부 장관이 돼서도 현 정권에 유리한 사건에선 관련자의 진술까지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야당 의원 시절 수사 상황이나 증거를 공개하자는 주장을 줄곧 했다. 2016년 11월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당시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며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에 담긴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녹음 파일들을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하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매일 ‘언론 브리핑’이란 이름으로 수사 상황을 발표할 수 있도록 특검법에 ‘대국민 보고’ 조항을 넣은 것도 박 장관이었다고 한다. 당시 특검법 초안을 작성한 그는 2017년 2월 라디오 방송에 나와 이 조항을 거론하며 “국민에게 당연히 알리는 것은 옳은 태도고 바른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장관이 된 후인 지난 3월엔 대검에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팀의 위증 강요 의혹을 다시 살펴보라고 지휘하면서 ‘위증 강요’에 힘을 싣는 일부 사건 관련자의 진술을 지휘 서면에 적었다가 피의사실 공표 논란을 일으켰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는 “친(親)정권 성향의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한명숙 사건 내부 논의 과정을 페이스북에 공개했을 때는 진상 조사하라는 말 한마디 없었다”고 했다.

형법의 피의사실공표죄는 수사 기관이 재판 청구(기소) 전에 수사 내용을 외부에 알렸을 때 처벌하게 돼 있다. 이번 ‘이성윤 공소장 공개’같이 이미 기소가 이뤄진 사건 내용이 공개됐을 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박 장관이 ‘색출 조사’를 지시할 수 있는 근거는 법무부가 자체적으로 만든 훈령인 ‘형사 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다.

이 규정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본인과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2019년 9월 만든 것이다. 이 훈령은 ‘공소장은 법령에 의해 허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교부하는 등으로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작년 2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도 이를 앞세워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이 만든 근거로 조 전 장관의 개입 정황이 담긴 공소장 유출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벌이는 셈이다.

법조계에선 “법에 위배되는 훈령”이란 지적이 나온다. 미국도 기소되면 법원이 특별한 제동을 걸지 않는 한 기소 당일 공소장을 법무부 홈페이지에 게재한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박 장관 말대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면 기소 후 공소장 공개를 막을 이유가 없다”며 “추미애 전 장관처럼 수사 계획 등을 기소 전 공개하는 경우가 문제”라고 했다. 추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엔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압수수색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다”며 향후 수사 계획을 발표해 논란을 빚었다.

[김아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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