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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대선, 지방선거 다가오자 곳곳서 선심성 현금 살포, 이제 시작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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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올초부터 울산 울주군이 군수 직함과 직인이 찍힌 '효도이용권'을 만 70세 이상 주민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직 지자체장의 직함을 밝힌 현금복지가 선거법을 무시한 채 전국에서 성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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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소속 울산시 울주 군수가 노인 목욕비와 이·미용비를 지원하겠다며 ‘군수’ 직함이 찍힌 ‘효도 이용권’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올 초부터 만 70세 이상 2만1300명에게 쿠폰을 6만원어치씩 주는 데 예산 10억여 원을 썼다는 것이다. 지자체장이 표창이나 포상이 아닌 행정을 하면서 직명이나 이름을 밝히는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울주군 선관위는 군수가 법 어기고 현금 살포하는 것을 4개월 동안 방치하다 지난주에야 늑장 조사에 나섰다. 울주군처럼 지자체장 직함 직인을 찍은 쿠폰을 지급하는 곳이 강원 정선군, 경남 통영시, 충남 아산시·천안시 등 30곳이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선관위가 적발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지방 선거를 1년여 앞두고 지자체 곳곳에서 노골적 매표 행위가 확산되고 있다. 부산 북구청장은 지난 2월 주민들에게 방역 마스크를 나눠 주면서 자기 직함을 쓴 편지를 함께 줬다. 4·7 재보궐 선거 때는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10만원 재난 위로금’ 공약을 내걸었다가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었는데, 그 후 부산 중구·기장군, 전북도, 정읍시, 울주군 등에서 ‘전 군민 지원금 10만원’ 지급을 추진 중이다. 학부모 유권자를 겨냥해 초등 4~6학년생에게 월 2만원씩 어린이 용돈 수당을 주겠다는 지자체(대전 대덕구)까지 등장했다.

전국 지자체는 대부분 재정 부실에 시달린다. 그런데도 지자체들이 현금 복지 등 명목으로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지자체에 주는 국고보조금이 급증 추세다. 박근혜 정부 때 연간 30조원을 밑돌던 국고보조금이 지난해 48조4000억원으로 60%이상 늘었다. 지금 전국 지자체들이 실시 중인 현금 복지 종류가 무려 2000가지에 달하는데 그중에는 ‘어르신 공로 수당’ ‘육아 기본 수당’ ‘청년 통장’ 등 중앙정부 복지 사업과 겹치는 것이 수두룩하다. 중복 복지 사업으로 허비된 세금이 지난해에만 23조원에 이른다.

여권 대선 주자들은 벌써부터 천문학적 재정이 들어가는 현금 살포 공약 경쟁에 나섰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6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국가 예산에도 코로나 지원금, 지역 SOC, 장병 사기 진작용 등 각종 선심 사업이 대거 포함될 것이 뻔하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또 빚을 내 본격적인 현금 뿌리기에 나설 것이다. 모두 국민이 갚아야 할 부담이고 빚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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