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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만물상] 공공장소 음주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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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신종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적용으로 모든 요식업과 유흥업소의 영업시간이 끝난 지난 4월 26일 밤 22시 30분이 넘은 서울 서초구 한강시민공원에서 일부 시민들이 음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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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밤 10시 30분쯤 서울 경의선숲길 공원. 한 여학생이 비틀거리다 잔디밭 줄에 걸려 넘어졌다. 그냥 넘어진 정도가 아니라 퍽 소리가 나도록 땅바닥에 쓰러졌다. 같이 산책하던 아내가 “얼굴도 다쳤을 것 같다”고 걱정할 정도였다. 그제야 일행 남학생들이 부축하려고 몰려들었다. 주변엔 캔맥주 등 술을 마시는 젊은 사람이 가득했다. 코로나로 술집·음식점은 문을 닫은 시간이었다. 고성은 끊이지 않았다.

▶서울 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이 숨지기 전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외국이라면 이 자체가 있기 어려운 일이다. 이 사건 진상과는 별개로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규제하자는 논의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한강공원을 금주 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에 대해 공청회 등을 열기로 했다 한다.

조선일보

만물상 삽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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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법이나 조례로 강력하게 규제하기 때문이다.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개봉한 술을 갖고 다니는 것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주류개봉금지법이 있는 나라도 많다. 미국 뉴욕주는 공원에서 술병을 내놓고 마시면 1000달러(약 110만원) 이하 벌금 또는 6개월 이하 징역에 처하고 있다. 다른 주도 대부분 법이 비슷하다. 아이오와주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술에 취한 것처럼 보이기만 해도 625달러 이하 벌금을 물거나 30일 이하 투옥을 당할 수 있다.

▶호주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으나 길거리·공원·해변 등을 공공장소로 지정해 음주를 금지하고 있다. 술에 취한 사람을 발견하면 경찰이 바로 제재하는데, 술이 깰 때까지 취객을 경찰서 내 임시 거처 등에 격리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오후 10시 30분부터 오전 7시까지, 그리고 주말에 모든 공공장소(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장소)에서 음주가 불가능하다. 어기면 초범은 최고 1000달러 벌금, 누범은 최고 2000달러 벌금과 3개월 실형이다. 태국도 비슷한 규제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술을 아무 곳에서나, 그것도 만취하도록 마시고 비틀거리는 취객이 흔한 나라는 사실상 없다. 그런데도 공공장소 음주를 규제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없었다. 서울시, 대구 수성구 등이 금주 구역에서 술을 마시고 심한 소음, 악취를 낼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었지만 유명무실하다. 제한된 장소에서 적당한 음주는 삶에 즐거움과 활력을 준다. 그러나 선을 넘으면 사고와 타인의 피해로 이어진다. 공공장소 음주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민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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