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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젊은 피가 당권 잡아야” 野 70년대생들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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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김은혜 초선들 당대표 출마

80년대생 이준석은 여론조사 2위

서열 중시 국민의힘 이례적 현상

다음 달 새 당대표를 뽑는 국민의힘에서 1970년대생이 연달아 도전장을 내고 있다. 서열을 중시하는 보수 정당에선 이례적 현상이다. 이들은 단일화 전략으로 당내 기반 열세를 뒤집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세대교체 구호 외에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면 미풍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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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당대표 경선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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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은혜(71년생·초선) 의원은 14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경륜으로 포장된 실패한 낡은 경험에서 벗어나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금 판을 갈아엎는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세대교체’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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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대표 경선에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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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의 출마는 김웅(70년생·초선) 의원에 이은 두 번째 70년생의 출마다. 또 임대차법 ‘5분 연설'로 유명해진 윤희숙(70년생·초선) 의원도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이준석(85년생) 전 최고위원도 차기 당대표 여론조사에서 2위를 기록했다. 김웅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 등은 당내 조직과 자금 열세를 뒤집기 위한 단일화도 모색하고 있다.

야당 중진에선 주호영(61.5선) 의원이 출마 선언을 했고, 나경원(58) 전 의원이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조경태(5선), 홍문표(4선), 조해진, 윤영석(3선) 의원도 당대표 선거에 나섰다.

김대중 정부 때 여야 모두 당시 386 세대가 ‘젊은 피'로 정치권에 들어왔지만, 당시만 해도 ‘운동권’이란 단일 집단의 성향이 강했다. 그러나 70년대생의 경우 언론·법조·경제·공학 등 다양한 배경에 이념적 색깔도 단일하지 않다. 또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젊을수록 진보적이란 공식이 깨지고, 20·30대가 60대 이상 보수 지지층과 동조 현상을 보이면서 세대교체론에 불을 붙였다는 설명이다.

유권자로서 70년대생은 현재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기도 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40대는 국민의힘이 가장 열세인 계층으로, 이번 70년대생의 당대표 출마는 외연 확대를 위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구체적 쇄신 비전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아무런 결과도 내지 못하는 ‘한탕주의’에 그칠 수 있다”고 했다.

7080 “판 바꿔야 野가 산다”, 중진 “윤여정도 70세넘어 상받았다”

다음 달 11일 열리는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거에 1970년대생 초선 의원들이 대거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국민의힘의 당권 경쟁이 신구(新舊) 세대 간 대결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애초 국민의힘에선 70년대생 초선 의원과 80년대생 원외 인사들의 당대표 도전이 미풍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이들이 “새 인물만이 당을 혁명적인 변화로 이끌 수 있다”며 대오를 만들어 ‘세대교체론’을 들고나오자 중진 주자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중진들은 “일흔이 넘은 배우 윤여정씨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며 경륜을 강조하는 등 맞대응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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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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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현재 국민의힘에서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70년대생은 초선의 김웅(51·서울 송파갑)·김은혜(50·경기 성남분당갑) 의원 2명이다. 호남(전남 순천) 출신인 김웅 의원은 20여년간 검사로 일했고, MBC 기자 출신인 김은혜 의원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 등을 거쳤다. 두 사람 외에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를 지낸 윤희숙(51·초선·서울 서초갑) 의원도 출마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985년생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이미 당대표 도전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들은 ‘세대교체’를 통한 ‘국민의힘의 혁명적 변화’를 내걸었다. 김웅 의원은 전날 출마 선언에서 “혁명적인 변화는 오직 혁신적인 사고에서 나온다”며 “초선에 불과한 제가 감히 당대표에 도전하는 것은 기존의 여의도 정치 공식에 젖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은혜 의원도 이날 청와대 앞에서 출마를 선언하면서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경륜으로 포장된 실패한 낡은 경험이 아니라 가보지 않은 길을 향해 두려움 없이 돌진하는 도전 정신과 새로운 상상력”이라고 했다. 두 의원 모두 경험 부족을 거론하는 당내 중진들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온 것이다.

젊은 주자들은 무소속 홍준표 의원 복당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야권 중진을 겨냥한 비판도 거침없이 내놓고 있다. 김웅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국민의힘 복당을 신청한 홍 의원을 향해 “변화해야 달라진 당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과거 막말부터 사과하라고 했다. 이준석 전 위원은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주호영(5선·대구 수성갑) 의원이 초선·소장파를 향해 “에베레스트를 원정하려면, 동네 뒷산만 다녀서는 안 된다”고 하자 “팔공산만 다니던 분”이라고 맞받았다.

70년대생의 ‘세대교체’ 공세가 거세지자 중진들도 잇달아 출사표를 던지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출마를 선언했거나 검토 중인 중진은 5선의 주호영·조경태(부산 사하을), 4선의 홍문표(충남 홍성·예산), 3선의 윤영석(경남 양산갑)·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과 4선 출신 나경원·신상진 전 의원 등이 있다. 3선 출신인 김재원 전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이들은 “나이로 혁신을 말하지 말라”며 경륜을 무기로 내세웠다. 주호영 의원은 라디오에서 “윤여정 선생도 연세가 70이 넘었어도 오스카상을 받았다”며 “문제는 얼마나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변화와 혁신하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다른 중진들도 “대선을 치러야 할 당대표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구 세대 대결로 치닫는 국민의힘 당권 경쟁 초반 판세에선 초선·소장파들이 밀리지 않고 있다. 이준석 전 위원과 김웅 의원 등은 최근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전 의원, 주호영 의원 등과 함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국민의힘 당대표는 당원 투표 70%,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선출하기 때문에 여론조사만으로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상대적으로 당내 조직 기반이 탄탄한 다선 의원 출신이나 영남권 출신 중진이 당원 투표 우세를 통해 초선 도전에 맞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때문에 젊은 주자들이 결국은 단일화를 거쳐 중진 주자와 일대일 대결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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