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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머스크 입' 리스크에 도지코인 아류작 '먹튀' 사태까지...코인 회의론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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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말 한마디에 코인 가격 '오르락내리락'
도지코인 패러디한 진도지코인 먹튀 사태도 발생
규제 사각지대 우려 갈수록 커져
투자자들 사이에서 '코인 회의론' 나오기도
한국일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8일(현지시간) 미국 NBC 쇼 'SNL'에 출연한 모습. NBC 제공=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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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인의 말 한마디나 '밈(meme·인터넷상 유행하는 콘텐츠)' 때문에 가상화폐 가격이 크게 오르내리는 상황이 반복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4대 코인 거래소의 하루 거래대금만 30조~50조 원에 달하는데, 시세 조작이나 사기 사건이 발생해도 이를 제대로 처벌할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가격 급등락이 바로 코인의 내재가치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는 '코인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머스크 트윗에 맥 못 추는 비트코인, 날개 단 도지코인


14일 오후 3시 기준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개당 약 6,19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8,000만 원을 넘기며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던 비트코인 가격이 20%나 빠진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 하락세는 12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비트코인을 이용한 테슬라 구매 허용 방침을 중단한다"는 트윗 이후 계속되고 있다. 머스크 발언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9% 가까이 떨어지면서 한때 6,000만 원 선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한국일보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14일 오후 6천100만 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 결제에 대한 입장을 바꾸면서 전날 오전 7시께 6천700만 원에서 6천100만 원대로 급락한 뒤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도지코인은 오전 9시를 기준으로 하루 전보다 약 22% 뛰었고, 오전 9시 이후에도 6% 이상 더 올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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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서만 두 배 넘게 몸집을 불린 비트코인 '부활'의 일등공신은 아이러니하게도 머스크였다. 머스크가 비트코인으로 테슬라를 살 수 있도록 하자,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은 화폐의 일종'이라는 확신을 가지며 너도나도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머스크가 최근 비트코인을 두고 정반대의 발언을 하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크게 손상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장난으로 만든 코인'의 대명사인 도지코인도 머스크 발언에 이리저리 휘둘리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8일 머스크가 미국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만 해도 20% 가까이 급등했던 이 코인은, 머스크가 출연해 "도지코인은 사기(hustle)"라고 발언한 직후 35% 가까이 폭락했다. 하지만 13일 머스크가 다시 "(도지코인은) 잠재적으로 유망하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리자 전날 10% 이상 빠졌던 도지코인 가격이 또다시 30% 가까이 뛰어올랐다.

대놓고 사기행위 저질러도 '규제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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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개발자가 도지코인을 패러디해 만든 '진도지코인'. 개발자가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가지고 있던 코인을 팔아치우면서 코인 가격은 전일 대비 97% 폭락했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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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투자자들이 유명인의 발언이나 '밈'에 민감하게 반응하자,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사기를 저지르는 사태도 발생했다.

최근 한 개발자는 도지코인을 패러디해 진돗개 사진을 내건 '진도지코인'을 발행했는데, 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웃긴 짤'로 떠돌면서 수많은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그런데 최근 개발자가 전체 물량의 15%에 해당하는 코인을 한꺼번에 매도하면서 값이 97%나 폭락했고, 홈페이지를 삭제하면서 '먹튀' 논란이 불거졌다. 업계에선 약 26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 개발자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문제는 시장 조작이 의심되는 머스크나 진도지코인 개발자 등을 처벌하거나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한 번에 수백%에서 수만%까지 뛰기도 하는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다른 가상화폐)에 '깜깜이 투자'를 감행하는 경우가 늘면서 투자 위험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내재가치가 없어 여기저기 휘둘리는 게 코인 투자의 본질"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투자자 개인 스스로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화폐를 금융 상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자본시장 교란 행위로 보인다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정부가 가상화폐의 법적 성격을 먼저 정의해야만 투자자들이 자본시장의 투명성, 안정성을 지키기 위한 각종 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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