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낯선 나라로 이사 앞둔 아이…‘잘 헤어지는 지혜’ 깨달아요 [그림 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좋아하는 건 꼭 데려가야 해
세피데 새리히 글·율리 푈크 그림·남은주 옮김
북뱅크 | 32쪽 | 1만4000원

많은 짐을 넣을 수 있는 커다란 가방을 ‘이민 가방’이라 부른다. 다른 나라로 터전을 옮길 때 챙겨야 할 물건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민 가방이 아무리 크다 한들, 원하는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다. 낡은 가구부터 좋아하는 친구들, 오랜 단골 가게까지 너무나도 좋아하지만 이제는 함께할 수 없는 많은 것들과의 헤어짐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어른도 아픈 이별을 아이들은 어떻게 견딜까. 그림책 <좋아하는 건 꼭 데려가야 해>는 처음 겪는 이별 앞에서 상실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는 아이의 내면을 세심하게 풀어냈다. ‘잘 헤어지는 법’을 배우는 아이의 이야기는 코로나19로 야기된 단절과 격리의 시대를 건너는 모든 이들에게 지혜와 용기를 전해준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족은 다른 나라로 이사를 가게 됐다. 엄마 아빠는 아이에게 여행 가방 하나를 건네며 “정말 사랑하는 것만 가져갈 수 있다”고 말한다. 어항, 의자, 배나무, 학교버스 운전기사 아저씨, 친한 친구, 자주 찾던 바다까지 ‘사랑하는 것’들의 목록은 넘쳐나지만 도무지 가방 안에 넣을 수가 없다. 막막한 슬픔 앞에서 아이는 떼를 쓴다. “엄마 아빠는 새집으로 이사 가서 좋다지만 나는 가지 않을래요. 소중한 사람들과 동네를 두고 갈 순 없거든요.”

아이는 이제 가방이 아니라 기억 속에 소중한 것들을 차곡차곡 담아내는 법을 배운다. 당장 만날 수 없다고 영원한 단절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새로운 나라, 낯선 바닷가로 떠나온 아이의 얼굴엔 숨길 수 없는 쓸쓸함이 스치지만, 그만큼 단단해 보인다. 이별을 견디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아이는 바닷가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을 담은 병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막막한 바다를 바라보며, 기약할 수 없는 재회를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은 제법 성숙하다. “오느라 시간이 좀 걸리나 봐요. 하지만 기다리는 것도 좋아요.”

이란에서 태어나 2012년부터 독일에서 살고 있는 세피데 새리히가 독일어로 쓴 이야기다. 주목받는 오스트리아 출신 신예 일러스트 작가 율리 푈크가 그림을 그렸다. 상실과 극복에 대한 두 작가의 경험이 이 책의 중요한 토대가 됐다. 푈크는 그림책 속 한 장면에 고스란히 재현된, 어릴 적 이사 가기 전 친구과 꼭 끌어안고 찍은 사진을 한국어판에만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온라인으로 열린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대상으로 선정된 책이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 김진숙을 만나다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프리미엄 유료 콘텐츠가 한 달간 무료~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