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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미국 “굿바이 마스크”… 백신 접종자는 실내서 안써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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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오늘은 대단한 날”

백신 맞으면 거리두기도 제외

전체 인구 35% 2차 접종 완료

조선일보

바이든과 해리스, 웃음이 절로 -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연설을 마친 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마스크를 벗은 채 웃으며 걸어가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실외는 물론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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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마스크를 벗었다. 코로나 팬데믹 확산으로 작년 3월 뉴욕 등지에서 미국인들이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지 약 15개월 만이다. 영국과 이스라엘이 실외에서 먼저 벗었지만,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기로 한 것은 전 세계에서 미국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은 대단한 날”이라며 “백신을 맞고 마스크를 벗자”고 말했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13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실외는 물론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거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새 지침을 발표했다. 월렌스키는 이어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 정상의 느낌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며 “흥분되고 강렬한 순간”이라고 했다. ‘백신 접종 완료자’는 통상 2회 백신 접종을 마친 뒤 2주가 지나 면역 항체가 충분히 생성된 사람을 말한다.

이날 CDC 발표 후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백악관 잔디밭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활짝 웃으며 나타났고, 실내 집무실에서 공화당 의원들과 면담하면서도 마스크를 벗었다.

이날 새 마스크 지침에 대해 AP통신은 “미국을 팬데믹 이전의 삶으로 되돌려놓으려는 조치”라고 했고, 워싱턴포스트는 “1년 넘게 규제 속에 살던 미국인들에 대한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CDC는 대중교통이나 병원, 요양원이나 교도소 등 밀집 수용 시설에선 여전히 마스크 착용을 권고키로 했다.

현재까지 미국 전체 인구 중 1억5400만명, 12세 이상 접종 대상의 55%가 백신을 1회 이상 맞았고, 이 중 1억1700만명(전체 인구의 35%)은 2차 접종까지 마쳤다. 지난 1월 초 30만명을 넘었던 하루 확진자 수는 최근 3만명 안팎으로, 최고 4468명에 달했던 사망자 수는 600여명(7일 평균 기준)으로 줄었다.

미국이 아직 집단면역(전체 인구의 70% 이상 접종)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스크 완화 지침을 발표한 것은 백신 기피 계층을 설득하기 위한 전략 차원의 성격도 있다. 백신을 맞으면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갈 길 먼 한국 “추석 무렵 실외서 마스크 벗는 게 목표”

우리는 언제쯤 미국처럼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까. 정부는 “올해 추석(9월 21일) 무렵 실외 마스크 규정부터 완화하는 것이 1차 목표”라는 입장이다. 미국처럼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으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12~15세 美청소년도 화이자 백신 - 13일(현지 시각) 미국 코네티컷주(州) 하트퍼드의 ‘코네티컷 컨벤션 센터’에 마련된 백신 접종 센터에서 한 13세 남자아이가 백신 접종을 받으며 아픔을 참으려고 주먹을 꽉 쥔 오른손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10일 12~15세 청소년에 대한 화이자 백신 긴급 사용 승인을 내린 뒤, 미국에서는 이번 주부터 이 연령대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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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미국을 비롯해 백신 접종이 앞서가는 나라들의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라며 “추석 때 고향 방문을 하는 경우 65세 이상이나 고위험층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완료되고, 그때 접종률과 여러 안전성을 따져 실외부터 (마스크 수칙 완화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실내 마스크를 벗을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백신 접종이 시작돼도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안전해질 때까지는 마스크 착용은 진행돼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마스크 지침 완화에 대해 방대본은 “이스라엘과 미국에서의 연구 결과, 백신 접종을 2회 완료한 사람의 코로나 방어력이 충분히 확인된 점을 근거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며 “백신 접종 후 감염(돌파감염)이 돼도 이들의 바이러스 배출량이 적고 중증도가 떨어져 전파 위험과 환자 발생 위험이 낮다는 점도 또 다른 근거”라고 설명했다. 권 부본부장은 “다만 접종을 완료했다 하더라도 대중교통 이동 등 특정한 경우에는 마스크를 계속 착용해야 한다는 게 CDC의 지침”이라며 “미국의 마스크 수칙 완화는 영국 변이가 유행을 주도하는 미국 내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했다. 남아공 변이를 비롯해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을 주도하는 등 상황이 바뀌면 미국의 마스크 수칙이 다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마스크 수칙 완화를 두고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린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 접종자는 코로나 방어력이 있기 때문에 (국가 전체의) 접종률과 무관하게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안전하다”며 “2회 접종자는 마스크를 벗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마스크 지침 완화도 사실 뒤늦은 감이 있다”고도 했다.

반면 신중론도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미국의 마스크 수칙 완화는 우리가 접종률이 높아졌을 때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다만 수칙 완화가 100% 안전하다고 할 순 없기 때문에 미국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백신의 효과 지속 기간 등이 명확하지 않고 돌파감염으로 인한 전파 가능성이 있어 마스크를 벗는 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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