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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성·최저임금 인기영합 정책 실패" vs "잘못된 통계로 비판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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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진보경제학자들, 문재인 정부 4년 평가 놓고 치열한 논쟁

치열했다. 지금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비슷했다. 하지만 지난 4년의 평가를 두고선 미묘한 차이가 느껴졌다. 일부 정책 내용을 두고는 '실패', '인기영합적', '무리한 추진' 등 날선 비판도 이어졌다.

반면에 '동의하기 어렵다', '잘못된 수치의 기존 언론 비판을 그대로 가져왔다' 등의 반박도 뒤따랐다. 14일 오후 서울 정동에서 열린 '한국경제, 현재를 묻고 미래를 답하다'는 이름의 심포지엄 자리였다.

이날 행사는 서울사회경제연구소(이하 서사연)와 한국경제발전학회가 함께 준비했다. 무엇보다 이번 심포지엄이 관심을 모았던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의 이론적 틀을 제공했고 실제 집행했던 이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서사연은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와 제자들이 중심이 돼 만들어진 진보개혁적 성향의 경제학자 모임이다. 학계에서는 이들을 두고 '학현 학파'라고 부른다. 변 교수의 아호를 따서 일컫는 이름이다.

특히 이날 심포지엄의 종합토론에서는 소장파 젊은학자들의 현 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이 이어졌고, 경제수석을 지낸 홍장표 교수(부경대)가 적극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또 기본소득을 둘러싼 재원 효용성 논란이 나오자, 이번엔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이 나서 "등산에 나서면서 산이 높으니 오르지 말자는 것과 같다"고 반박하는 등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다.

소장학자들 "성장 담론 얽매여 실패"... 홍장표 "소득주도성장 효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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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소득주도성장에 관한 카드 뉴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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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토론에서 우석진 교수(명지대)와 류덕현 교수(중앙대) 등이 직접 발표에 나섰다.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주제로,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사회정책을 평가하고, 향후 정책의 대전환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이번 연구에는 이들 이외에 박민수 교수(성균관대), 하석균 교수(중앙대), 원승연 교수(명지대) 등도 참여했다.

이들은 현재 한국사회가 다양한 측면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으며, 계층간 이동은 더욱 어려워지고 청년세대들까지 불공정에 따른 반감과 저항이 커져 있다고 진단했다. 우석진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으로 일컫는 성장 담론에 얽매인 아젠다 설정부터 잘못됐다"면서 "최저임금 인상 공약은 시장 여건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다가 부작용만 양산했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은 인상 폭뿐 아니라 속도도 중요하지만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반발에 직면해, 결국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목표'가 사실상 폐기됐다는 것. 또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으로 소득 1-2분위의 근로소득이 감소했다는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밖에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공유경제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타다' 논란 등을 제시하면서, 정부의 원칙 없는 인기영합적 정책 추진을 비판했다.

이에 토론자로 나선 홍장표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은 이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던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소득분배 문제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럼에도 소득분배는 사회와 경제정책 영역에서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실제로 정책 추진의 성과로 노인층 등 일부 계층에서의 개선 효과가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또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하위 계층의 소득이 감소한 수치에 대해, "오늘 심포지엄에서도 다시 그와 같은 도표와 숫자를 볼 거라고 생각 못했다"면서 "잘못 인용된 수치를 그동안 언론 등에서 계속 사용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소득수준 1분위의 근로소득 수치가 마이너스로 나오는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꾸준히 있었던 현상이고, 최저임금 인상과 관계 없다는 것. 그는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일종의 추세"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나올 것"이라고 반박했다.

기본소득 재원, 기존 복지 강화에 써야 vs. "산 높으니 오르지 말자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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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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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제에 나선 교수들은 경제 정책의 대전환을 요구했다. 불평등한 구조를 해소하고 공정경제를 위해선 5년 단임 정부로서 단기 성장률을 높이려는 정부 정책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류덕현 교수는"불평등과 불공정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민 다수의 삶의 질이 개선되지 못하는 요인"이라며 "이는 사회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뿐 아니라 경제 전체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 개입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신 경제력을 이용한 부당한 거래나 계약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 공정성 차원에서 시장 규율을 강화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 중산층 대상으로 복지 제도를 확충하고, '일하는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육아 및 교육, 주거복지, 실직자 등의 재교육과 훈련 등 사회안전망 강화, 소득 최하위층과 노령층에 대한 기존 복지제도 유지 및 강화 등을 주문했다.

특히 복지 정책의 재설계에 대해, 류 교수는 기본소득 도입에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그는 "기본소득의 월지급액에 따라서 연간 재정 소요규모가 30조원에서 180조원에 달한다"며 "기본소득의 대안으로 연간 50조원으로 전국민 고용보험제도(15조)를 비롯해,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보장 확대(15조), 청장년세대에 소득보전 정책(10조), 평생교육과 직업교육 강화 등에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한주 경기연구원장도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그는 정부의 시장 개입 최소화에 대해서도 "현재와 같은 시장 경제상황에서 기업에게만 역할을 맡길 수 없다"면서 "국가차원의 돌봄시스템 구축 등 여전히 사회경제적으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의 효용성에 대해서도 이 원장은 "기본소득을 둘러싸고 오늘 이 자리에서도 재원 문제가 또 나왔다"면서 "이는 산을 오르기 위해 나섰는데, 산이 높으니까 올라가지 말자는 이야기와 같다"고 반박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 대유행 속에서 기본소득은 주요한 정책 수단이 되고 있으며,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부터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저성장이 불평등 더 악화시킬 수 있어"

토론자로 나선 전성인 교수(홍익대)는 "정부가 미래 먹거리를 선정하고 직접 지원하는 성장위주 정책이 문제가 있다는 데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른 형태의 성장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저임금 인상 정책 실패는 단순한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보완할 만한 후속 대책 등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생각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과거 보수정부에서도 추진했던 기업의 초과이익공유제와 동반성장 정책을 왜 추진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재벌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수십조원에 달하는 사내유보금 쓰자는 이야기 다 어디 갔나"라며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강제적 낙수효과를 제도화해서, 자영업자·하청업자에게 성과물이 내려 가도록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또 "불공정이 문제라면 불공정 해소를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구조적인 해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자본과 노동, 기술과 노동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교수(성균관대)는 "불공정과 불평등은 우리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저성장이 불평등과 불공정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으며, 정부가 성장정책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대유행은 21세기 디지털 기술 혁명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면서 "세계 시총 기준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기술 기업이 9개를 차지하고 있으며, 펜데믹 위기가 산업구조의 변화와 구조적 실업 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사회정책의 기조를 청년세대 비용 부담을 줄이고, 노후보장에 대한 확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효율성과 형평성 높은 사회정책을 추진하고, 수요자 중심으로 복지정책 체제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전했다.

주거 복지 전문가인 이상영 교수(명지대)는 "현재의 부동산 문제는 시장의 실패보다는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우선 무주택자에 대해 금융세제 혜택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재정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공공임대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민간 차원의 사회주택 재고도 늘려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을 직접 보유하는 대신 다양한 부동산 금융상품을 통해 노후 자산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주병기 교수(서울대)와 강창희 교수(중앙대)가 각각 '기후위기와 지속가능 자본주의', '4차 산업혁명시대의 평생 능력개발과 대학' 등을 주제로 발표했다. 또 홍석철 교수(서울대)와 김정호 교수(아주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저출산·고령화 정책'을 발표했다.

김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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