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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진보적 경제학자들 “성장론 얽매인 소주성…경제정책 실패의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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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심포지엄서 문재인 정부에 쓴소리

[경향신문]

경향신문

지난 3월 3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한국노총, 알바노조 등 관계자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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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담론이 논쟁 불러 동력 상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고용 충격’
부동산 핀셋 규제 부작용 등 지적
예타 면제·타다엔 “인기 영합책”

재분배 강화해 중산층 지원 제안

국내 진보 경제학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요인으로 성장담론에 갇힌 소득주도성장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 핀셋 규제를 꼽았다. 이들 정책의 실패로 소득 불평등은 물론 자산 불평등도 크게 확대됐다고도 비판했다.

서울사회경제연구소와 한국경제발전학회는 1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한국 경제, 현재를 묻고 미래를 답한다’를 주제로 개최한 공동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서울사회경제연구소는 원로 진보 경제학자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의 제자들인 학현학파가 주도하는 단체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소주성·최저임금, 불평등 못 막아”

류덕현 중앙대 교수와 우석진 명지대 교수 등은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 주제발표에서 문재인 정부가 “성장론이 필요하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포용적 성장, 혁신성장 등 인위적인 담론만 양산했다”며 “불평등 개선 등의 정책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소득주도성장론의 세부 정책은 소득분배 개선과 취약계층 지원인데도 ‘성장’ 담론에 얽매여 성과 없이 논란만 요란했다는 것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도 경제정책 패인으로 거론됐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달성을 위해 시장 여건을 무시한 채 정책을 추진하면서 부작용만 낳았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연평균 7.7% 인상되면서 취약계층의 고용타격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은 29만9000~34만7000개의 일자리 손실로 이어졌다”며 “고용 규모가 작을수록 고용충격이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소득주도 정책 설계자인 홍장표 부경대 교수는 “소득분배 문제를 근로소득으로 너무 협소하게 잡아 자산 격차가 벌어진 점은 아쉽다”고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사회복지 정책만으로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재정소요가 크기 때문에 소득주도성장도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부동산은 ‘공공 공급’ 주도로 해야

류 교수와 우 교수는 부동산 규제도 시장을 무시해 부작용을 빚은 정책 실패 사례로 꼽았다. 특정 지역만 찔끔찔끔 겨냥한 핀셋 규제가 풍선효과로 이어지며 “부동산시장 안정 실패는 물론 정책에 대한 신뢰까지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조세 및 금융을 통한 수요 억제만으로는 ‘내 집 마련’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 “중산층 이하 국민들이 안정적으로 주거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공공 중심의 주택 공급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명 명지대 교수도 1주택 등 실수요자에 대해 금융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장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대신 실패를 보완하는 선에서 민간을 지원하거나 자원을 재분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이유로 ‘가덕도 국제공항’을 비롯한 24개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거나, ‘타다’와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를 금지한 것은 “원칙 없는 인기영합적인 정책 추진”이라고 비판했다.

류 교수 등은 “경제성장 정책을 통해 단기간에 성장률을 제고할 수 있다는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면서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고 경제체질을 구조적으로 전환”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정책’이나 ‘일자리 80만개 창출’처럼 직접 자원배분이나 시장개입에 나서기보다는 조세·재정정책으로 재분배를 강화해 불평등 구조를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상위 10%와 나머지 90% 계층 간의 격차를 축소하고 ‘일하는 중산층’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도 정부의 향후 정책 방향으로 제시됐다.

이에 따라 공평 과세 측면에서 소득세에 최저한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들은 “근로소득자의 36.8%가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데, 최소한의 소득세를 부담할 수 있도록 1~2% 정도의 최저한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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