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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세마디 할때 송영길은 네마디…임기말 당·청 동상이몽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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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말 당·청의 동상이몽.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연 간담회의 기류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랬다. 양쪽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강조했지만, 임기말 구심력 상실을 우려하는 문 대통령, 당 중심의 정권 재창출을 강조하는 송 대표의 입장 차이는 간담회의 여러 장면에서 감지됐다.

이날 문 대통령 메시지의 방점은 “유능함은 단합된 모습에서 나온다"며 당·청 간 '원팀'을 강조하는 쪽에 찍혔다. 하지만 송 대표는 "앞으로 모든 정책에 당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며 향후 당·청 관계에서 당이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야당이 반대하는 장관 후보자 3명을 모두 안고 갈 수는 없다”는 민주당의 입장에 밀리듯 문 대통령이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킨 지 하룻만에 열린 청와대 간담회의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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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운데)가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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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간담회 모두에 “임기 마지막이 되면 정부와 여당 간에 좀 틈이 벌어지기도 하고, 또 당도 선거를 앞둔 그런 경쟁 때문에 분열된 모습을 보였던 것이 과거 정당의 역사였다”며 “우리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새 지도부가 우리 당을 잘 단합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또 "모든 문제에서 똑같은 목소리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다양한 의견들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깊이 있는 소통을 통해 힘을 모아나갈 때 국민들께 희망을 드릴 수 있다", “남은 1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당·청이 긴밀한 공조 하에 원팀으로 노력하자”고도 했다. 그러면서 '당·정·청이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이자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일자리와 부동산, 불평등해소 등을 꼽았다.

하지만 송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 주도의 정책 드라이브를 강조했다. “우리 당이 (내년) 3월 9일 다시 국민으로부터 신임을 받아야 문 대통령이 성공적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백신·부동산·반도체·기후변화·남북 평화 등 5가지 ‘송영길표 정책 어젠다’를 제시하며 “내가 (5가지를 당대표) 출마 선언에서부터 일관되게 강조했었는데, 이 내용이 대통령 연설 과정에서 정확하게 제시되고 있어 너무 기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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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며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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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은 꺼내지도 않은 검찰개혁·언론개혁 얘기도 혼자서 꺼냈다. 검찰개혁에 대해선 “이 (1차 검찰 개혁의) 성과가 너무 빛을 안 보는 면이 있는 것 같다”라고, 언론개혁에 대해선 “여야를 넘어서 우리 대한민국의 언론 환경을 제대로 만든다는 차원에서 꼭 필요한 개혁”이라고 했다.

이날 청와대는 간담회에 앞서 문 대통령이 5분, 송 대표가 3분 간 모두발언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이날 송 대표의 발언량(2400자)은 문 대통령(1800자)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비공개 대화에서도 이어졌다고 한다. 민주당 측 참석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덕담만 하는 자리인 줄 알았는데 정책적 얘기를 당에서 많이 했다”며 “토론은 없었고, 송 대표의 5대 과제를 포함해 향후 당 운영방식과 정책에 대한 전반적 이야기를 전부 다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신임 지도부가 ▶백신 접종 노쇼(no-show·통보없이 나타나지 않는 것) 예방 앱 개발 ▶내년도 예산 관련 대책 ▶청년 주택정책 강화 ▶변이 바이러스 대책 ▶소통 확대 등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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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가운데) 옆에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왼쪽)와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이 앉았다. 윤 원내대표는 백신 접종, 한국판 뉴딜 등에 대한 의견을 청와대에 전했다고 한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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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대표 발언이 특히 논란을 부른 몇 대목이 있었다. 송 대표는 이날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D' 노선이 ‘김부선’으로 끝나는 바람에 서부 지역에 상당한 민심 이반이 있다”면서 “오늘도 한 6명의 의원이 단식농성을 하겠다고 할 정도로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GTX-D 노선이 서울 강남·하남과 직결되기를 바랐던 주민들의 요구와 달리 김포~부천 노선으로 결론나면서 반발이 심하다는 뜻이었다. 여배우 이름을 연상케하는 온라인 신조어를 청와대 공식 행사에서 언급하며 정부 결정에 반기를 드는 듯한 모양새였다. 또 송 대표는 “미국 바이든 정부가 탄소 중립화를 위해서 원전 분야 SMR(소형 모듈 원자로)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SMR 분야나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있는 원전 폐기 시장 같은 것도 한미가 전략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기조에서 벗어난 게 아니냐는 반응을 불러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SMR과 관련한)답은 민주당 쪽에서 듣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불쾌감을 표시하는 듯한 장면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 말미에 “당이 주도적으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고 바람직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송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지만, 이날 청와대 내부에서는 송 대표의 직설적 발언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제기되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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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당의 정책 주도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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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원한 청와대 실무 참모는 “송 대표가 원래 자기 생각을 내세우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데, 임기 말 당·청 관계가 부드럽게 잘 갈 수 있을지 솔직히 좀 걱정스럽다”고 했고, 또다른 실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당·청간의 화합과 단결을 강조한 데 대해 굳이 첫 공개 발언에서부터 청와대와 맞서는 듯한 뉘앙스를 줄 이유가 있었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장관 후보자 임명 문제로 홍역을 치른 청와대는 당초 지난 10일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대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가길 기대했다. 하지만 이날 관련 논의가 원론적인 수준을 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출하는 분위기도 흘렀다.

정치권에선 향후 정책 방향을 둘러싼 당·청간 갈등이 부동산 문제에서 먼저 점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정책은 4·7 재·보선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날 송 대표는 “소위 ‘지옥고(지하·옥탑방·고시원)’라 불리는 곳에 살고 있는, 내 집 마련을 꿈도 못 꾸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주택공급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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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과 신임 민주당 지도부의 이날 간담회는 코로나19 확산세를 감안해 오찬 대신 티타임 형식으로 진행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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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청년 대상 주택공급 대책 건의는 잘 참조해서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집값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대응을 해왔지만, 주택 가격이 안정되지 않아 불만이 빗발쳤다”며 “투기 수요 방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부동산 TF가 보유세와 거래세 인하 등 규제를 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에 소극적인 청와대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이날 간담회는 오전 11시부터 1시간 40분 남짓 진행됐다. 당에서는 송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와 김용민·강병원·백혜련·김영배·전혜숙 최고위원, 윤관석 사무총장, 박완주 정책위의장 등 12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유영민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이호승 정책실장, 이철희 정무수석 등이 문 대통령을 보좌했다.

심새롬·김효성·김준영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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