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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주말 골퍼는 봉"…'부킹대란' 골프 한 번 치는데 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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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수도권 한 대중 골프장의 주차장에 차량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골퍼들은 치솟는 그린피와 카트피, 캐디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 =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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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대중제 골프장들에 '골프 대중화'를 전제로 세금을 감면해 줬으면 잘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그게 아니라면 세금 혜택을 철회하든지 가격을 낮추도록 해야죠. 골프가 대중화됐다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다시 돈 많은 사람들이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뒷걸음치고 있네요."

친구들과 종종 라운드를 하며 친목을 도모하던 박형준 씨(47)는 "요새 골프 치기 어떠냐"는 질문에 불만을 늘어놓았다. 박씨는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라운드를 하려고 충주·진천 지역까지 내려간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도 20만원대 중반 이상은 내야 주말에 라운드를 할 수 있다. 캐디피, 카트피까지 다 오르니 골프장이 골퍼들을 그저 돈 쓰는 '호구'로 보는 것 같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본래 골퍼들 사이에서 가을은 '빚을 내서라도 골프 쳐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골프 황금 시기'로 불린다. 하지만 이제는 사계절 내내 '빚내서 골프 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혔고, 탁 트인 실외에서 하는 스포츠라 위험 요인이 적다는 이유로 골퍼들이 대거 몰리며 역대 최악의 '부킹 전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골프 라운드를 한 인원은 전국 501개 골프장에서 4673만6741명으로 집계됐다. 홀당 골퍼 4776명으로 압도적인 세계 1위다. 2019년 4170만명보다 503만명 늘어 골퍼 증가율은 무려 12.1%에 달했다.

공급(골프장)이 수요(골퍼)를 따라가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그린피도 오르고 있다. 강원도 홍천의 한 대중제 골프장은 올해 초 토요일 그린피가 34만원이었다. 그런데 5월엔 37만원으로 3만원이나 더 올랐다. 그린피와 캐디피를 나눠 내고 커피 한잔 마시면 1인당 50만원은 내야 한다. 그린피 인상은 한 곳만의 일은 아니다. 포천의 한 골프장도 주말 그린피가 30만원이다. 그린피 인상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서울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충청도에 위치한 3개 골프장의 주말 그린피는 27만9000~28만5000원이다. 마치 가격 경쟁을 하듯 더 높은 그린피를 향해 맞추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린피'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코스 상태다. 국내 최대 골프부킹서비스 XGOLF 게시판에 가보면 이들 골프장 중 한 곳은 평점이 8.2점이지만 코스 관리는 6.9점에 그치고 있다. 게시글들을 보면 '그린 상태 최악 중 최악' '페어웨이, 그린관리 엉망입니다'라는 후기로 가득 차 있다. 또 다른 골프장의 이용 후기에는 '동반자들한테 민망할 정도로 최악의 골프장. 그린피 5만원도 아깝다' '골프장 오너분들이 용기를 내서 한 달만 쉬세요. 페어웨이에 잔디가 있는 곳보다 없는 곳이 더 많은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라는 글도 눈에 띄었다.

역대 최고 수준의 그린피에 지난달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31.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대중제 골프장 167개소의 영업이익률은 40.4%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골퍼들은 "배신당했다"고 입을 모은다. '골프 대중화'를 하라고 세금을 감면시켜줬더니 골프장 배만 불리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0년 '골프 대중화'를 이유로 대중제 골프장에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했다. 대중제 골프장은 회원제 골프장에 비해 취득세는 3분의 1(12%→4%)만 낸다. 재산세는 10분의 1이다. 그런데 현재 대중제 골프장 이용요금이 회원제 골프장을 뛰어넘은 곳이 속속 나오고 있다.

골퍼들이 더욱 당황하는 부분은 카트피 인상이다. 8만~9만원이던 카트피가 최근에는 10만원으로 자리 잡았고 12만원을 받는 곳도 늘고 있다. 골프장 수입으로 잡히는 그린피와 카트피를 나눠 인상하며 최대 이익을 실현하는 것. 특히 골퍼들은 "카트가 달라진 것도, 수리비용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카트피를 왜 올리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무섭게 치솟는 캐디피도 골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한 대중 골프장 관계자는 "최근 캐디 수급이 어렵다. 그래서 캐디들에게 다른 곳보다 수익을 더 보장해주기로 했다"며 캐디피를 14만원으로 올렸다. 생색은 골프장에서 내지만 정작 골퍼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격이 됐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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