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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여중생 2명 고통 속에 떠났는데…성폭행 사건 진실규명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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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지목된 친구 의붓아버지 영장 3차례 반려…신병확보 실패

피해자 추가진술 확보 불가…직접증거 없으면 수사 난항 겪을 듯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천경환 기자 = 지난 12일 청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여중생 2명이 생전에 성폭행과 학대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나, 진실을 밝혀줄 경찰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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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청원경찰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14일 청주 청원경찰서 등에 따르면 학교는 다르지만 친구 사이로 중학교 2학년인 A양과 B양은 지난 12일 오후 5시 11분께 청주시 오창읍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쓰러진 상태로 행인에 의해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가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이들을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으나 치료 중 끝내 숨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 등을 토대로 이들이 거주지 인근 아파트에 올라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숨진 A양이 성범죄 피해자로 경찰 조사를 받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2월 초 A양의 부모로부터 성범죄 피해 신고를 받았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B양의 의붓아버지 C씨다.

몇 개월 전 C씨가 자신의 집에 놀러 온 A양을 성폭행했다는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C씨는 의붓딸인 B양을 학대한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은 C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지난 3월께 검찰에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2차례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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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현장에 마련된 추모공간
[촬영 천경환 기자]



그러나 검찰은 피해자 진술에 대한 전문가 분석 등을 포함한 절차상의 미비점과 증거수집 등에 대한 보완을 요구하며 연거푸 영장을 되돌려보냈다.

경찰이 C씨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는 등 수사가 지지부진한 사이 A양과 B양은 상담기관과 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았지만 정신적 안정을 찾기에는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두 여중생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바로 전날인 지난 11일 경찰은 다시 한번 C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날 또다시 영장을 반려했다.

이번에는 피해자와 주변인 진술 보강, 객관적 증거 확보 등 추가 보완수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인 두 여중생의 극단적 선택으로 수사는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검찰이 요구한 추가 진술을 주변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3개월 전 사건이라서 혐의를 입증할 물증 확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경찰의 '늑장·부실 수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경찰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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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여중생들 추모하는 시민
[촬영 천경환 기자]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인데다 2차 피해 우려가 있어 조사 내용을 공개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수사 내용만으로도 구속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게 자체 판단"이라며 "그런데도 영장이 계속 반려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보강수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겠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구체적인 내용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유서 등 객관적 증거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명백히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두 여중생이 짧은 생을 마감한 지 이틀째 되는 날. 이들이 숨진 아파트 단지 한쪽에는 작은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시민들은 이곳에 조화와 우유, 과자 등을 가져다 놓고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현장을 찾은 한 대학생은 "좋은 것만 보고 자라야 할 나이인데 너무 큰 고통만 겪은 건 아닌지 안타깝다"며 "시간이 지나면 이 아이들의 고통이 잊혀지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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