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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 정인이 양모 ‘무기징역’, 그러나 여전한 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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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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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모에게 14일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정인이의 사망 원인이 된 장간막·췌장 파열이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피고인 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강한 충격을 가한 결과라며 살인죄를 인정했다. 우리나라가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임을 감안하면 가장 무거운 형벌에 처해진 셈이다. 학대를 방조한 양부도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정인이가 겪은 잔혹한 학대와 폭행을 생각하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입양 후 한 달여가 지난 후부터 피해자를 상습 학대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만행으로 사망하게 했다”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비인간적 범행인 만큼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해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동거남의 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여성도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25년 형이 확정됐다. 정인이 사건에 대한 반성으로 지난 2월 현행 아동학대 치사죄나 살인죄보다 형량을 강화한 아동학대 살해죄를 신설한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아동학대에 대한 엄벌 필요성이 이제는 충분히 인식되고 정착되는 듯하다. 그러나 아동학대 사건이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경기도 화성에서 두살배기 입양아를 폭행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양부가 11일 구속됐다. 지난해 8월 입양 뒤 입양기관이 세차례나 면담을 진행하고도 학대의 정황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12일에는 경남 사천에서 부부싸움 도중 생후 7개월 된 아이를 때려 의식을 잃게 한 친모가 긴급체포됐다. 엄벌만으로는 아동학대 범죄를 막을 수 없다는 점과 근본적 예방을 위한 제도적·사회문화적 기반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을 뼈아프게 재확인하게 된다.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인 의료·교육기관마저 여전히 오인 가능성과 그로 인한 불이익을 우려해 신고를 꺼리는 게 현실이다.

결국 정인이 사건을 비롯해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을 숱하게 겪고도 사회적 반성이 부족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땜질 처방으로 이런저런 제도를 보완했을 뿐 국가 차원의 총체적 접근은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다. 이런 식으로는 비극의 반복을 막을 수 없다. 아동학대의 원인, 발견, 대처, 예방 등 모든 국면을 샅샅이 조사해 빈틈을 찾아 메우는 대대적 혁신이 필요하다. 대통령 직속으로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특별법안이 이미 여야 국회의원 139명의 명의로 제출돼 있다.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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