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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설] ‘머스크 입’에 수백조 부풀고 꺼지는 암호화폐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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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2일(현지시각)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비트코인을 이용한 테슬라 대금 결제를 중단한다는 트윗을 올린 뒤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했다. 사진은 13일 오전 서울 빗썸 강남센터 라운지 스크린에 비트코인 차트가 띄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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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말 한마디에 암호화폐(가상자산) 가격이 널뛰듯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테슬라 차량 대금 결제 수단으로 허용하겠다고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말을 뒤집은 머스크의 행태도 문제지만, 암호화폐 시장이 과연 합리적 거래가 이뤄지는 곳인지 다시 한번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머스크는 12일(현지시각) 비트코인을 이용한 테슬라 대금 결제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초 테슬라가 15억달러(1조7천억원)어치의 비트코인을 샀다며, 앞으로 차량 대금 결제에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한 지 불과 석달 만이다. 시가총액이 1천조원이 넘는 비트코인은 이틀 새 15%가량 폭락했다. 다른 암호화폐 가격도 함께 급락했다.

신뢰를 저버린 머스크의 언행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중단 이유로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 과정에서 화석연료 사용이 급격히 증가할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테슬라는 지난달 26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비트코인 2억7200만달러어치를 팔아 1억100만달러(1140억원)의 차익을 거뒀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격을 끌어올려놓고 곧 팔아치워 큰 수익을 거둔 것이다.

머스크의 언행에 따른 가격 급변동은 암호화폐 시장이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시장임을 일깨운다. 개발자가 재미 삼아 만들었음에도 시가총액이 80조원이 넘을 정도로 폭등한 도지코인도 머스크의 결제 중단 발언 뒤 급락 중이었는데, 머스크가 13일 트위터에 “(도지코인) 거래 시스템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도지 개발자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쓰자 20% 넘게 폭등했다. 암호화폐의 내재가치에 영향을 미칠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저 ‘큰손’이라 할 수 있는 한 기업인의 말에 따라 수백조원이 부풀거나 증발하는 시장의 거래를 ’투자’라고 하기는 어렵다.

국내에서는 도지코인에 대항하겠다며 만든 ‘진도지코인’ 개발자가 13일 새벽 전체 물량의 15%(약 30억원어치)를 한꺼번에 팔아치운 뒤 홈페이지와 트위터 계정을 닫고 사라졌다. 진도지코인 가격은 90% 넘게 떨어졌다. 이렇게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러그풀’은 처음이 아니다. 암호화폐가 상장되고 가격이 크게 오른 뒤 개발자가 대량 매도를 하는 일은 앞으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처럼 암호화폐 시장은 거래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모두 거래자 본인의 몫임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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