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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진보학자들 文에 쓴소리…"최저임금·부동산 정부 개입 줄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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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주축이었던 소득주도성장(소주성)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진보 경제학자들이 소주성 정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자성론을 펼쳤다.

서울사회경제연구소는 1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한국 경제, 현재를 묻고 미래를 답한다'를 주제로 한국경제발전학회와 공동 심포지엄을 열고 "인기 영합주의 정책 등 5년 단임 정부의 욕망과 한계로 인해 경제성장의 유효성이 떨어졌다"며 "앞으로 성장 잠재력을 쌓으려면 단기간 내 특정한 성장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제시하는 '브랜드형' 성장 정책은 폐기해야 한다"고 현 정부의 정책 실패를 지적했다. 국내 진보 경제학자들의 산실인 서울사회경제연구소는 원로 진보학자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를 따르는 학현학파가 주도하는 단체로 소주성 정책 수립에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이번 심포지엄에서 소주성에 대한 자성과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와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이날 '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 "정부가 성장이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포용적 성장, 혁신성장 등 인위적인 담론만 양산했다"고 진단하고 "그러는 동안 정책 추진동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해 부작용을 키웠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우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 규제 등 시장 수용성을 무시한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며 "지역균형발전을 이유로 23개 산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했고, 기존 사업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혁신을 부정하며 '타다'와 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를 금지하는 등 인기 영합 정책을 폈다"고 비판했다. 진보 경제학자들은 지금이라도 성장 잠재력을 쌓기 위해 '작은 정부'로 돌아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류 교수는 "시장에 개입해 불평등을 개선하려는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며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수준에서 민간을 지원하거나 자원을 재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정경제 회복을 향후 핵심과제로 보고 7개 대책을 처방했다. △혁신기업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고 △2030세대 수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복지정책을 재설계하며 △국공립 돌봄시설 등 육아·보육 체계를 강화하라고 제언했다.

"1주택 종부세 낮추고 실수요자 대출 풀어야"


진보학자들 '文경제' 쓴소리

오락가락 정책이 집값 부채질
거래세 낮추는 방안 서둘러야

계층 불평등 갈수록 심각해져
격차 해소 위해 증세 불가피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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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진보 경제학자들의 산실인 서울사회경제연구소가 14일 개최한 심포지엄에서는 문재인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로 부동산 문제를 꼽았다.

이상영 명지대 교수는 "부동산 문제는 시장 실패가 아니라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의 실패"라고 단언했다. 그는 "현 정부 초기에는 집값 상승이 투기세력 탓이라고 보고 다주택자의 주택을 실수요자에게 재분배하는 방안에 초점을 뒀다가 2018년 가을 이후 수도권 아파트 가격 폭등과 증여 등 고소득자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나타나자 3기 신도시와 도심 주택 공급 위주로 방향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에 민간 임대사업규제, 임대차 3법 등을 통해 전월세 시장까지 규제하며 조세와 대출규제를 더 강화했다"고 정부 실패 원인을 분석했다.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주택 등 실수요자에 대한 대폭적인 규제 완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 교수는 "정부가 생애 최초 구입자에게 주택 매입 기회를 주면서 자금력이 부족하면 저렴한 임대주택에서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저리 장기주택대출 등 무주택자가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한 금융 세제 혜택도 충분히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개인이 직접 부동산을 보유하기보다 리츠 등 부동산 금융상품을 활성화해 국민이 노후자산으로 보유하도록 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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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서는 보유세는 강화하되 거래세는 낮추는 정책을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는 처방이 나왔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는 "현재 보유세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거래세가 완화되지 않고 있다"며 "자본 실현에 대한 거부감과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로 정책당국이 완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양도세는 정상 과세 체제로 되돌리고 재산세는 급속한 증가를 막기 위해 5% 정도로 증가 상한을 설정해야 한다"며 "종합부동산세는 1가구 1주택 세 부담 완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공정경제를 이루기 위한 핵심 대책으로는 시장 개입을 최소화한 '작은 정부'와 불평등·불공정 해소를 위한 복지정책이 꼽혔다.

문제는 재원이다. 가뜩이나 계층 간 불평등을 잠재우기 위한 복지정책에도 막대한 돈이 필요한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겹치며 부담이 가중됐다. 진보 경제학자들은 중산층 복지 강화 등 추가 복지 지출을 위해 연간 70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국내총생산(GDP)의 3.5%에 달하는 막대한 돈이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복지 지출 증가분(20조원)에 불공정 해소를 위한 지출 증가분(50조원)을 합친 수치다.

이를 위한 재원 조달 방안으로는 결국 증세밖에 답이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류 교수는 "재정 지출 구조조정과 비과세·감면 축소만으로 복지 재원을 조달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경제, 교육 등 비복지 부문에 한시적으로 지출 한도를 설정해 복지 비중을 확대하면서 소득세에 최저한세를 도입해 국민들이 최소한의 소득세는 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근로소득세 납부자 평균 세율이 5.7%에 그치는 등 소득세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며 "평균 세율의 최소 5분의 1에 해당하는 1~2% 소득세를 모든 국민이 더 부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재정 지출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유사 중복사업은 예외 없이 통폐합하고 성과를 직접적으로 예산에 반영하는 구조조정을 필수과제로 꼽았다.

환경·책임·투명경영(ESG) 투자를 통해 경제 부흥을 이끌자는 분석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주병기 서울대 교수는 '기후위기와 지속가능한 자본주의'를 발제하며 "한국은 ESG 투자 등을 통해 공정경제, 불평등, 양극화 문제를 개선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환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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