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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탈모약 값 싸지고 바르는 치료제 인기…탈모샴푸는 보조효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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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모인구 1천만명 시대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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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후반에 미혼인 김 모씨는 최근 갈수록 줄어 가는 머리숱 때문에 불안해 하다 결국 피부과를 찾았다. 김씨는 탈모 커뮤니티 등을 검색하다 일반적으로 탈모약으로 많이 쓰이는 '프로페시아' 대신 '아보다트'란 약이 더 약효가 강하다는 내용을 보고 아보다트를 처방받아 먹고 있다.

커뮤니티에는 아보다트가 프로페시아에 비해 성 기능 저하 등 부작용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는 경험자의 글도 있었다. 하지만 자칫 탈모 때문에 결혼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탈모포비아'에 빠진 김씨는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아보다트를 꾸준히 먹어볼 생각이다.

과거 탈모약은 의사가 처방해 준 약물을 그대로 복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탈모약 복용이 보편화되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약 종류별 특징과 부작용이 상세히 알려지면서 김씨처럼 환자 본인이 직접 약을 지정해 처방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바람을 타고 탈모약 시장에서 꾸준히 왕좌를 지켜온 약물명 '피나스테리드(대표상품 프로페시아, 미국계 제약사 오가논)'의 입지를 후발주자인 '두타스테리드(대표 상품 아보다트, 영국계 제약사 GSK)'가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업계에선 두타스테리드의 빠른 성장이 '안전성'보다는 무엇보다 강력한 '약효'를 중시하는 탈모 환자들의 선호도 변화에서 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두타스테리드는 탈모를 유발하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을 최대 90%까지 감소시키는 치료제 성분으로, 최근 급격히 주목받고 있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5알파 환원효소'란 물질에 의해 탈모를 유발하는 DHT로 전환된다.

이때 피나스테리드는 5알파 환원효소의 제1형만 억제한다면 두타스테리드는 5알파 제1형과 제2형을 모두 억제하기 때문에 탈모 증상 개선에 그만큼 효과적이다. 쉽게 말해 피나스테리드가 탈모 유발 성분을 하나만 제어한다면 두타스테리드는 두 가지를 제어하기 때문에 보다 탈모 방지에 효과적이란 의미다. 이 때문에 피나스테리드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한 탈모 환자들이 두타스테리드를 '최후의 희망'으로 보고 복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두타스테리드의 가격은 오리지널약 기준 1알당 1800원가량인 피나스테리드 성분 치료제에 비해 1캡슐당 709원 정도로 두 배 이상 저렴한 편이다. 물론 피나스테리드도 최근에는 저렴한 복제약(제네릭)이 많이 출시됐기 때문에 가격 차이보다는 더 강한 효과를 얻을 것이란 기대감이 매출 확대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두타스테리드 탈모 치료제는 글로벌 제약사 GSK의 '아보다트'로 지난해 매출 121억원을 기록했다. 두타스테리드 전체 시장 매출(165억원)의 약 75%를 차지하는 수치다.

두타스테리드의 경우 효과가 피나스테리드보다 센 만큼 발기부전 등 성 기능 관련 부작용도 조금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환자들 사이에 있었다. 물론 제조사(GSK)에선 이 같은 사실이 다양한 임상을 통해 근거 없는 일종의 '노시보 효과(복용자의 지레짐작에서 오는 허위 증세)'로 밝혀졌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논문 등에선 양 치료제의 성 기능 관련 부작용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GSK 관계자는 "최근 다양한 임상 자료를 통해 아보다트 복용 시 성 기능이 위약군(가짜 약을 먹은 실험군)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아보다트의 경우 복용 3개월부터 뛰어난 발모 효과를 보여 피나스테리드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효능을 실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탈모약의 부작용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분명한 것은 약 복용이 대중화될수록 부작용보다는 약효를 더 중시하는 트렌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의사가 처방하는 대로 약을 타서 먹는 탈모 환자가 많았다면 요즘에는 본인이 직접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검색해보고 선택한 약을 처방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작용이 혹시 있더라도 보다 강력한 효과를 원하는 환자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두타스테리드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타스테리드의 빠른 성장세는 정제(알약) 형태의 제품 출시도 한몫했다. 2018년 국내 최초로 JW중외제약이 알약 형태의 탈모 치료제 '제이다트'를 출시하면서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탈모 치료제는 대표적으로 미국 오가논의 오리지널약인 '프로페시아'와 국내 JW신약의 복제약인 '모나드'가 있다. 프로페시아는 지난해 매출 465억원으로, 피나스테리드 성분 치료제 전체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46.6%)을 차지했다. 오가논 관계자는 "프로페시아는 현재 시점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한 유일한 탈모약"이라고 밝혔다.

미녹시딜은 남녀 모두 사용 가능한 뿌리는 탈모 치료제다. 특히 여성 탈모에 대한 특별한 치료제가 없는 가운데 미녹시딜은 여성에게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다. 미녹시딜 성분 탈모 치료제는 지난해 92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성장률은 22%로 여성 탈모인구 증가와 함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현대약품의 '마이녹실'이 있다.

[정지성 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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