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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어우 얘 니 맘대로 살어~" 2030女 왜 윤며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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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74)이 트로피를 들고 있다. 그는 이번 시상식에서 미국 독립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사진 출처 = 연합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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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이 기차역에 갇혀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있는 제게 배우 윤여정은 희망을 줬어요."

사회초년생 김모씨(26)는 자신이 '윤며든(윤여정에 스며들다)'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최근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상을 거머쥔 배우 윤여정(74)씨에 대한 2030 여성들의 반응이 뜨겁다.

휴대폰 배경화면을 윤여정씨의 사진으로 해놓을 만큼 윤여정씨의 팬인 홍모씨(27)는 "오스카상을 타기 전부터 윤여정 선생님의 팬이었다"며 "직장 생활을 하면서 힘들 때마다 윤여정 선생님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렇게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얻는다"고 밝혔다.

2030女 의류 쇼핑앱 광고도 꿰차…반응 폭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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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지그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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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나한테 이런 역할이 들어왔다. 젊고 이쁜 애들도 많은데", "니들 맘대로 사세요"

최근 광고계를 휩쓸었던 윤여정씨의 광고 속 대사다. 윤여정씨는 인기에 힘입어 2030 여성들이 주요 고객인 의류 쇼핑몰 지그재그의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 4편의 시리즈로 공개된 해당 광고는 유튜브에서 각각 162만회, 424만회, 117만회, 6만4000회 등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그재그 공식 유튜브에 게재된 영상 '니들 맘대로 사세요'을 본 한 네티즌은 "윤여정 선생님의 특유의 시원하고 거침없는 이미지로 밀레니얼 세대를 끌어 들였다"며 "개인적으로 이번년도에 본 마케팅 광고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댓글을 달았다.

지그재그 측은 윤여정씨를 모델로 발탁한 이유에 대해 "세련된 패션 감각에 더해 늘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며 스타일리시한 삶을 살고 계신다"며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면서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가는 브랜드 이미지와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도 해당 영상을 보고 "사회적 편견과 한계를 생각하지 않는 분이라서 광고라는 걸 알고 보는데도 멋있었다"며 "그에게 기대되는 역할들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거침없이 마이웨이를 걸어 존경스럽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최근 오비맥주는 주력 제품인 '올뉴카스'의 모델로 윤여정씨를 발탁했다. 오비맥주 측은 "윤여정 배우의 솔직한 모습이 젊은 사람들 뿐 아니라 전국민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며 "우리 맥주도 소비자들과 투명하게 소통한다는 의미에서 모델로 발탁하게 됐다"고 했다.

윤여정씨가 인터뷰에 참여한 책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은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어우 얘 증말 웃긴애네~"…'휴먼 여정체'에 빠져든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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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배우상을 거머쥔 배우 윤여정이 지난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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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가 돼도 몰라요. 이게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 잖아. 나도 67살이 처음이야."

윤여정씨는 오스카상을 타기 이전에도 2030 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누나'를 시작으로 '윤식당' 등을 통해 담담하게 세월의 지혜를 전하며 젊은 여성들의 '롤모델'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특히 윤여정씨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역경을 딛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큰 귀감이 됐다는 반응이다. 그의 재치와 패션 센스는 덤이고, 오스카상 수상은 화룡정점이 됐다.

강서구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신모씨(25)는 "최근 '휴먼 여정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윤여정 선생님의 특유의 말투에 빠져든다"며 "대배우인데도 왠지 모르게 동네에서 강아지 산책하다가 만나서 시크하게 말걸어주실 것 같은 옆집 이모 할머니 느낌이 말투에서 묻어나온다"고했다.

인스타그램에 '휴먼여정체'를 검색하면 100개 이상의 게시글이 나온다. '휴먼여정체'란 윤여정씨의 특유의 말투 '어우', '얘', '증말', '으응' 등을 일컫는다.

유튜브에 게재된 20여분 분량의 '윤여정 어록 모음'은 조회수 32만회를 넘겼다. 해당 영상에 댓글을 단 2030 여성들은 "저렇게 늙고 싶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 2030 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 윤여정 편은 356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자기 자신으로 살고 싶은 2030女 취향저격"



전문가들은 2030 여성들이 '윤며든' 이유를 현 세대의 특징과 연관지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2030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경력이 단절될 수 밖에 없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있다"며 "그런 2030 여성들에게는 경력이 단절되는 상황을 겪고도 그 속에서 혼자 벌어서 아이들까지 키워내는 모습을 보여준 윤여정 배우가 롤모델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2030 여성들은 누구의 엄마, 배우자가 아닌 자신으로서 살고자 하는 열망이 강한 세대인데 윤여정 배우에게 취향저격을 당한 것"이라며 "2030여성들이 윤여정 배우가 겪었던 일생을 그대로 닮고 싶다기 보다는 어떤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업과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열정과 끈기를 존경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1derlan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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