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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영화 첫 주연 공승연 “나도 1인 가구, 혼밥‧혼술‧혼영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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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개봉 '혼자 사는 사람들' 영화 주연

'1인 가구' 카드사 상담원 섬세하게 소화

"데뷔 10년, 이제 배우로 시작하는 기분"

중앙일보

올 전주국제영화제에서 CGV 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과 배우상(공승연)까지 2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 홍성은). [사진 더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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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1인 세대는 900만명을 넘었다. 1년 내에 싱글세대가 1000만명에 육박할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이미 서울의 전체 가구 중 3분의 1은 혼자 사는 가구다. 말 그대로 우리는 ‘혼자 사는 사람들’. 이 제목의 영화(감독 홍성은)가 오는 19일 개봉한다. 올 전주국제영화제에서 CGV 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과 배우상(공승연)까지 2개 부문을 수상했다.

“장편영화에서 한 장면도 빠짐 없이 온전히 주인공이라니, 처음엔 두려웠어요. 감독님께 ‘왜 저냐’고 물어봤더니 제가 연기하는 진아가 찰떡이라고 생각했대요, 저 역시 이런 캐릭터가 처음이라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어요.”

타인에게 마음의 벽을 치고 사는 20대 카드사 전화상담원을 연기한 공승연(28)의 말이다. 13일 화상인터뷰로 만난 그는 마치 영화 속 콜 받는 장면의 진아처럼 화면 가득 얼굴을 채우며 첫 주연의 들뜬 기분을 드러냈다. 진아는 직장에서 콜 실적 1위의 에이스 상담원이지만 집에선 TV만 벗하며 살아가는 1인 가구. 복도식 아파트를 지나다니며 마주치는 옆집 남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회사에서 신입 교육으로 떠맡은 후배 수진(정다은)을 성가시게 여긴다. 소원했던 아버지가 얼마 전 돌아가신 엄마 핸드폰으로 자꾸 연락하는 것도 그의 신경을 갉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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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데뷔한 배우 공승연은 첫 주연 장편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 홍성은)의 카드사 상담원 진아 역할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고 말했다. [사진 바로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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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편하다곤 말하면서도 실제론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데 그게 서툴고 두려운 인물이죠. 저랑 비슷한 게 있다면 저도 1인 가구 6년차라서 혼밥‧혼술‧혼영(혼자 영화보기)을 즐긴다는 점? 저도 일 없을 땐 집순이이긴 해도 진아와 달리 줌으로 친구들하고 수다 떨고, 반려동물도 키워요.”

영화엔 다양한 ‘홀로족’들이 등장한다. 느닷없이 ‘고독사’를 맞는 옆집 남자, 춘천에서 취직차 올라와서 끊임없이 “죄송합니다”를 말해야 하는 상담원 일에 회의를 느끼는 수진, 아내를 보내고 새로운 노년의 ‘싱글 라이프’를 욕심내는 진아 아버지 등이다. TV에서 화려하게 비치는 ‘나혼자 산다’가 아닌 진짜 싱글들의 얼굴이다. ‘감정을 섞지 않는 것’을 최우선에 놓는 공승연의 서늘한 무표정이 영화를 절제되게 이끌어간다. 약간 하이톤의 사무적인 상담원 응대도 자연스러운데 “동생이 상담원 일을 한 적 있어서 많이 참고했다” 했다. “영화에서처럼 ‘진상들’(예컨대 결제 내역을 일일이 다 불러달라는 등)도 많고, 이직률이 높다고 해요. 유튜브에 관련 동영상이 많아서 흉내내며 연습했고요.”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연기가 아니라 세심한 변화를 줘야 해서 어려웠는데, 제일 아쉬운 건 흡연 장면이라고. 영화 들어가기 한달전에 배웠는데, 이제야 아쉬운 디테일이 보여요. 예컨대 팀장이 와서 말 걸 때 서둘러 담배를 끄는데 장초를 그대로 버리는 게 흡연자들은 안 하는 거라면서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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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전주국제영화제에서 CGV 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과 배우상(공승연)까지 2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 홍성은). [사진 더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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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전주국제영화제에서 CGV 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과 배우상(공승연)까지 2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 홍성은). [사진 더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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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사회 신입생 수진에 대해선 “실제로 만나면 너무 좋을 것 같은, 살가운 사람”이라고 했다. “차갑게 거리를 두는데, 실은 진아가 팀장에게서 배운 걸 되풀이하는 것일 뿐이죠. (감정에 적극적인) 수진 때문에라도 많이 변화하고 올바른 작별인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돼요. 마지막에 버스에서 창문 열고 창밖을 보는 모습 역시,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의미 아닐까요.”

홍성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영화는 큰 반전 없이 요즘 한국인의 일상을 섬세하게 포착해간다. 고독사한 남자를 위해 예를 갖춰 제사를 지내는 이웃들이라든가, 절연하다시피 한 아버지에게 “거실에 설치한 화상 캠으로 가끔 들여다보겠다”고 하는 진아 모습에서 ‘나홀로 삶’을 외로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자는 메시지가 읽힌다. 2015년 SBS 연기대상 신인상(스타상)을 받은 뒤 MBC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 외엔 대중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은 공승연이 영화배우로서 ‘자립’하게 된 마음가짐도 마찬가지다.

“이젠 ‘무슨 작품했어요?’란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코로나 이전에 찍은 건데 혼자 있는 시간 많아지고 익숙해지는 요즘 시기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죠. 이제 시작하는 기분으로, 제가 좋아한 배우 줄리아 로버츠처럼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며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겠습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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