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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세상읽기] KTX·인천공항 그리고 수소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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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지금은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지만 처음 시작할 당시만 해도 세상 천덕꾸러기였던 게 ‘인천공항’과 ‘KTX’다. 두 거대 역사가 첫삽을 뜬 건 근 30년 전인 1992년이다. 인천공항은 영종도와 용유도를 매립할 때부터 “갯벌에 무슨 공항이냐”며 반대가 극심했다. KTX는 더했다. 기공식할 땅이 없어 임시로 빌렸을 정도다. 게다가 한창 건설 중에 IMF까지 터졌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아시아를 넘어 세계 비행기길의 허브가 되고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바꾸는 한국 경제의 효자들이 됐다.




지금 문재인 정부에도 그런 데자뷔가 보인다. 바로 ‘수소경제’다. 3년 전 ‘혁신성장을 위한 3대 전략투자 분야’로 수소경제를 선정할 당시만 해도 ‘평창동계올림픽 전시용’이라느니, ‘실행 방안 없는 말잔치’라느니 구설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탈원전을 덮으려는 보자기’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1년 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 발표됐어도 환경론자들 외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하지만 불과 얼마 후 탄소중립화가 글로벌 이슈로 부각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지난해 맥킨지는 수소시장 규모가 2050년 2조5000억달러(약 224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치를 내놨고 골드먼삭스는 무려 12조달러(약 1경3400조원)라고 봤다. 수소는 이제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됐다. 수소차 ‘넥쏘’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전 세계 선진국의 투자계획도 줄을 잇는다. 독일은 지난해 6월 90억유로(12조원)를 투자하겠다는 수소 전략을 만들었고 유럽연합도 2030년까지 4700억유로(648조원)를 투자한다는 로드맵을 완성했다. 일본이 2014년부터 수소에 관심을 쏟았지만 대규모 투자계획은 불과 얼마 전이다.

우리가 국가적 차원에서 그들보다 10년, 20년이 아니라 한두 해 일찍 시작했다는 점은 중요하다. 시장 성숙의 파도를 타고 무엇보다 기업과의 손발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기업들은 나서지 않는다. 떠민다고 될 일이 아니다. 수소는 오직 현대차만의 관심사였다. 이제 기업들은 수소경제에 막대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정유·제철 등 민간 기업들의 수소 공급사업 진출이 줄을 잇는다. 현대차와 SK를 필두로 포스코·한화·효성 등 5개 그룹과 중소·중견기업이 2030년까지 투자할 금액만 43조4000억원이다.

이제 우리의 수소경제는 거의 민간 주도형으로 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소차나 연료전지에 국한됐던 수소시장은 수소환원제철, 탄소중립 연료(E-fuel)나 합성 나프타 제조까지 확대되고 있다. 시장 수요도 놀랄 만큼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40년 530만t 정도로 봤던 국내 수소 수요 전망은 이보다 서너 배는 상향조정돼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물론 원천기술이 부족하다는 어려움은 여전하다. 하지만 우리는 늘 그랬다. 자동차도, 반도체도 출발은 맨주먹이었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세계 톱급 정유산업을 일궜다. 앞선 걸 가지고 시작한 건 없다. 그래도 세계 일류 상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절묘한 타이밍의 수소경제도 그리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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