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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것은 강원이 아니다 [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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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근 강릉을 다녀왔습니다. 노포와 비대면 여행지(기사보기 : 녹슨 간판·금 간 담벼락…강릉의 공기에 더해진 세월의 맛)를 찾았습니다. 율곡의 인성(기사보기 : 5만원권과 5천원권으로 율곡의 인성을 교육?)이 무엇인지도 생각했습니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경춘선 전철을 탔습니다. 아래 한국철도(코레일) 광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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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춘선 전동차 내 ‘이제 KTX로 떠나요’ 코레일 액자 광고. 김종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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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개통할 때부터 쓰던 광고입니다. 액자 광고엔 ‘서울-강릉 KTX 12월 22일 개통’이란 글씨가 선명합니다. 오른쪽 상단엔 2018 평창올림픽 공식 후원 마크도 새겼습니다. 햇수로 5년째 봐온 광고입니다. 청량리역과 강릉역 역사에도 현수막 광고로 내걸렸습니다. 새삼 눈에 들어온 건 강릉 출장 때문인 듯싶습니다. 출장 때 본 강릉 풍경을 떠올렸습니다. 다른 강원 지역에 관한 기억도 찾아내려 했습니다. 문득 저 설산이 어딘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설악산인가, 강원도 일대 스키장 산? 한국 산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알프스나 히말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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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KTX로 떠나요’ 광고 상단 설산 이미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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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 부분만 오려 구글 이미지 검색에 돌렸습니다. ‘유사한 이미지’ 결과는 아래 묶음 사진입니다. 마나슬루, K2, 에베레스트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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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KTX로 떠나요’ 광고에는 경강선 횡성, 평창, 진부, 강릉 같은 역명이 나옵니다. 평창올림픽 홍보도 겸한 광고입니다. 검색 결과를 보고도 굳이 외국 산 풍경을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코레일에 물었습니다. 이런 답을 들었습니다.

“(담당 부서에서) 특정 산 이미지는 아니라고 한다. 여러 산 이미지를 합성한 거라고 한다. 개통 시기가 겨울이라, 겨울 분위기, 설산 분위기를 내려고 (여러 산 사진을 합쳐) 만든 거라고 한다.”

코레일에서 직접 만들었다고 합니다. 여러 산이 강원도의 산인지, 외국의 산인지, 어느 산인지를 다시 물었습니다.

“(담당 부서에서) 특정 (한 군데) 산을 쓰면 디자인적으로 느낌이 안 나서 여러 장을 합쳤다고 한다. (강원도 산인지, 외국 산이지) 그거까지는 잘 모른다고 하더라. 수년 전 일이라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했다.”

탐사보도하고, 정보공개 청구할 일은 아니라서 통화는 끝냈습니다. ‘기억이 안 난다’란 말을 두고 추정만 해야 할 듯싶습니다. 설악산이든 에베레스트든 특정 산을 염두에 두고 사진을 고른 건 아닌 듯합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의 광대한 이미지를 보면 외국 산 이미지를 쓴 듯합니다. 경강선 광고를 하면서 코레일 말대로라면 ‘지금은 기억도 안 나는 여러 산 이미지를 합성’해 썼을까요. 코레일에서 광고 취지에 관한 답을 제대로 듣지 못해 광고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관광 광고도 여러 번 만든 사람입니다.

‘이제 KTX로 떠나요’ 광고 이미지를 보내주고 의견을 물었습니다.

“저렇게 만들 수 있다. 일종의 ‘메타포 광고’다. 흔히 쓰는 기법이다. 광고 제작 주체가 코레일이라서 설산 같은 배경보단 기차에 중점을 두고 이미지를 만든 듯하다. KTX 배경으로 멋진 설산 이미지를 쓰고 싶었는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마땅한 소스가 없어 다른 곳의 풍경을 가져다 쓴 듯하다.”

광고 주체가 코레일이니 ‘강원도 실제 특정 장소’보단 KTX를 주인공으로 두고 ‘서울-강릉 114분’과 정거장 같은 정보에 치중한 광고라는 취지의 말입니다. 코레일 입장에선 KTX와 정보 배경이 굳이 강원도이거나 아니거나 상관없었을 듯싶었다는 뜻의 말 같기도 합니다.

다만 그는 “광고 주체가 강원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강원도가 (경강선 개통을 두고) 광고를 의뢰했다면 강원도 실제 풍경 이미지를 써야 한다. (광고 의뢰·제작 주체가 어디든) 나 같으면 실제 촬영을 나가든가 해서 강원도 이미지를 썼을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강원도가 경강선을 주제로 비슷한 광고를 제작할 때 실제 강원 풍경 이미지를 넣고 기차 이미지는 KTX 대신 프랑스 TGV(테제베)나 독일 ICE(이체에), 일본 신칸센을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겨울 분위기를 낸다면 봉준호 <설국열차>의 열차가 제격이겠지요.

광고가 다큐일 필요는 없습니다. 하늘을 나는 사람 등 ‘상상’도 쓰곤 하죠. ‘평창올림픽’, ‘경강선 개통’, ‘강원도 역명’이 들어간 광고라면 강원도 풍경을 쓰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래는 설악산, 대관령, 평창의 실제 설경 이미지 검색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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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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