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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임혜숙, 이공계 지원에 '기사회생'…"각종 현안 풀 리더십 발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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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14일 오후 3시30분 취임식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사상 처음으로 여성 첫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탄생했다. 많은 논란ㆍ의혹에 시달린 끝에 학계의 지원 사격 덕분에 기사 회생, 결국 임명됐다. 자신을 둘러 싼 논란과 의혹들을 전화위복 삼아 각종 산적한 정책 현안을 풀어갈 포용적이고 따뜻하면서도 뚝심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13일 오후 8시10분쯤 상임위를 열어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했다. 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상태에서 여당의 단독 처리였다. 여당은 직전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을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한 후 임 후보자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절차도 강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오전 중으로 임 후보자 등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오전 임 후보자가 오후 2시30분 국립 대전현충원을 참배하고 한 시간 뒤 공식 취임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 후보자는 이화여대 전자공학과 교수 출신으로 남성 일색이었던 전기공학계에서 '사상 최초' 타이틀을 독식했던 경력을 갖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대한전기공학회 회장을 역임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에 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의 추천으로 지난 1월 25개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소를 총괄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에 취임하는 등 여성과학기술인을 대표해왔다. 청와대 측은 NST 이사장에 취임한 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은 점이 부담이 됐지만 유독 더 강한 과학기술계의 '유리 천장'을 깨는 한편 대선 공약인 '여성 장관 비율 유지'를 위해 임 후보자를 점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임명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해외 학회 출장 가족 동반, 논문 표절,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NST 이사장 무자격 취임(민주당 당적 보유) 등 많은 문제들이 의혹 또는 논란 형태로 제기됐다. 임 후보자에게 가장 아팠던 것은 해외 학회 출장에 배우자, 딸을 동반했다는 지적이었다. '공정성'이 최고의 화두인 요즘 한국 사회에서 공금으로 지원되는 숙박비를 가족이 무임 승차했다는 지적은 가장 뼈아픈 일침이었다. 전국공공연구노조는 소속 연구원 52.5%가 임 후보자의 취임을 반대한다는 여론조사를 공개하기도 했다. 임 후보자는 "해외 학계에선 가족 동반이 관행이고, 동반자의 항공료ㆍ식비 등은 자비로 부담했다"면서도 "사려 깊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임 후보자에 대한 야당과 일부 국민의 시각은 따가웠다. 장관 후보자 3명 전원 사퇴를 촉구한 국민의힘은 물론 정의당까지 '데스노트'에 임 후보자의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때 자진 사퇴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임 후보자는 동료 학자들의 든든한 지원 사격에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야당이 제기한 임 후보자의 제자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이공계 학자들은 "학문의 연구 특성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임 후보자를 강력 엄호했다. 문장의 독창성이 중요한 인문계열 학문과 달리 이공계열의 논문은 제자ㆍ교수가 공동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실험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프로젝트' 형태로 진행된다. 이후 이를 근거로 각자 학위 논문을 쓰거나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기 때문에 야당이 제기한 문장이나 결과의 중복 등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과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등 이공계 주요 3단체는 임 후보자가 지난 4일 인사청문회에서 난타 당한 뒤 급히 회의를 열어 야당의 논문표절 의혹 제기가 기정사실화 될 경우 이공계 전체가 표절 집단화 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단체는 청문회 이틀 뒤인 지난 6일 공동 성명을 내 "표절 의혹은 근거가 없다. 임 후보자의 논문 작성 방식은 오히려 이공계에서는 장려된다"고 강력 엄호했다.


여성과학기술인들도 임 후보자를 지원했다. 여성과기총은 이례적으로 지난 7일 성명을 내 "여성 과학자로서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전기ㆍ전자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과학발전에 이바지해 온 것을 부단한 노력과 전문성 없이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현장 경험과 체득한 리더십을 우리나라 국가 과학기술 분야 혁신과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가장 논란이 심했던 가족 해외 출장 동반에 대해서도 이공계 교수들을 중심으로 임 후보자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명준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 회장은 지난 10일 아시아경제 기고문에서 "공식 출장으로 해외학회에 참석하면서 가족을 동반하는 것은 아직 우리 정서상 생소할 수 있다"면서도 "국제학회 기준에서 보면 해외학회에 가족동반 출장은 오히려 기조연설이나 특별강연을 하는 석학들의 참석을 유인하고 양질의 논문을 많이 제출하게 하는 동기부여 성격으로 인정되며, 국제사회에서는 일반적인 연구문화"라고 주장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임 후보자가 산고 끝에 '사상 첫 여성 과학기술계 수장'에 취임하게 된 만큼 전화위복 삼아 산적한 현안들을 풀어 내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한 과학기술계 인사는 "미ㆍ중 패권 경쟁 와중에 반도체, 5G, 인공지능(AI) 등 과학기술이 주요 전장이 되고 있어 주무 부처 수장의 식견과 추진력이 중요한 순간이 되고 있다"면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 중립 실현,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통한 공중보건 위기극복,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 백두산 화산 폭발 등 과학기술이 곧 국가 경쟁력 확보와 생존의 수단인 만큼 임 후보자가 '사상 최초' 같은 타이틀에 연연하지 말고 뚝심있게 현안을 휘어 잡고 현장 연구자들이나 공무원들과 함께 해법을 모색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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