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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인플레 공포'에 증시 내리막…투자 대피처는 은행주와 물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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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공포'가 한국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130포인트가량 빠지며 3120선으로 주저앉았다. 구리·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연일 치솟는 데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2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영향이다.

국내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투자자의 고민이 커지는 이유다. 인플레이션 충격을 줄일 수 있는 투자처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빨라진다. 증권가에선 은행·보험 업종이 '투자 피난처'로 떠오르고 있다. 금과 물가채를 꼽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앙일보

미국發 인플레 우려 속에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전날 대비 39.55포인트(1.25%) 하락한 3122.11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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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금리 인상 기대에 은행·보험주 강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은행업 지수는 13일 225.91로 전날보다 3.9% 올랐다. 모든 업종 중 최고 상승률이다. 한 달 전보다 15.2% 상승했다. 금융당국의 배당 축소 권고 등으로 연초에 부진한 흐름을 보인 것과는 딴판이다. 이날 기업은행이 3.9% 뛰며 지난해 1월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하나금융지주(2.52%), 신한지주(1.59%), KB금융(0.68%) 등도 일제히 올랐다.

은행뿐만이 아니다. 코스피 보험 지수 역시 3.38% 상승했다. 한화생명이 9.77% 폭등한 것을 비롯해 동양생명(7.02%), 한화손해보험(5.78%), 미래에셋생명(4.71%), 삼성생명(2.62%) 등도 급등했다.

이들 업종 주가가 오르는 배경에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미국이 금리를 예상보다 빨리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렸다. 은행과 보험은 금리 상승기에 수혜를 보는 대표 업종이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주요 수입원인 대출과 예금 금리 차이(예대 마진)가 벌어지고, 순이자마진(NIM)이 늘면서 실적이 개선된다. 보험사는 보험료로 들어온 수익 상당수를 채권으로 운용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보유한 채권에 대한 이자 수익이 늘기 때문에 호재로 여겨졌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긴축 현실화로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가 크게 훼손되지 않는 이상, 은행 등 인플레이션 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대응하기에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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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은행업 지수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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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채·금도 관심 가질 만



인플레이션 시대에 관심을 가져볼 만한 상품으로 미국 물가연동국채(TIPS)와 인플레이션 수혜주를 담은 상장지수펀드(ETF)도 거론된다. TIPS는 채권 원금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이자가 지급되는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대피) 상품이다. 물가 상승 기대가 클 때 투자하기 좋고, 상품 특성상 채권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 땐 기대 수익률이 낮은 편이다. 미국에 상장된 ETF를 직접 사는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수혜 ETF로는 '호라이즌키네틱스 인플레이션 베네피셔리즈'(INFL)가 대표적이다. 지난 1월 상장 후 16.3% 올랐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부각되는 중"이라며 "미국 INFL과 TIPS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금'인 비트코인에 밀려 올해 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금에 주목하라는 의견도 있다. 금은 안전자산이기도 하지만,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이기도 하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1822.8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3월 기록한 연중 최저가(온스당 1680달러 선)보다 8% 넘게 올랐다.

익명을 원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최근 비트코인 거품론이 나오면서 금이 다시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다시 뛰면 금값이 조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은 이자가 없는 자산이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의 관심은 줄어든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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