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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巨與, 1명 낙마 명분으로 32번째 ‘野패싱’… 더 가팔라진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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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으로 총리 인준, 장관 청문보고서 채택

결국 여야 ‘강 대 강’ 대결로 끝난 청문 정국

여야 원내대표 2차례 회동에도 평행선 달려

朴국회의장 직권상정에 野, 표결 첫 불참도

野 “민심 외면한 힘자랑 정치” 고성 쏟아내

오늘 청와대 앞서 항의성 장외 의원총회도

여야, 검찰총장 청문회 등서 정면충돌 예고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 자진사퇴가 명분

文정부서 야당 동의 못 받은 인사 32명으로

與 “총리 부재 국정공백 방치 더는 안 돼…

이런 ‘딴죽걸기’가 바로 오만” 외려 野 비판

세계일보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등 의원들이 13일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국무총리(김부겸) 임명동의안에 반대하는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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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단독으로 처리되면서 정국 경색이 심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야당을 거부하는 폭거”라며 항의하는 한편, 문재인 대통령에게 당대표 권한대행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청와대 앞 장외 의원총회를 예고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여야는 당장 이달 중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정면으로 충돌할 전망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여야 원내대표와 두 차례 만나 김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 절차를 매듭지어달라고 요청했으나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자 직권으로 본회의에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상정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재석 의원 176명 중 찬성 168명, 반대 5명, 기권 1명, 무효 2명으로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가결됐다. 문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지명(지난달 16일)한 지 27일 만이다. 총리 후보자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의장이 임명동의안을 직권 상정하고, 인준 표결에 야당이 불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세균 전 총리 임명 당시엔 야당 의원들도 본회의 표결에는 참여했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 개의 전 회의장에서 ‘법치 파괴, 의회 독재 즉각 중단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본회의장 안에서 전부 기립해 고성을 쏟아내기도 했다.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오기 인사이자 야당을 거부하는 폭거”라며 “(4·7)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 지도부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서 스스로 달라지겠다고 했지만, 오늘로써 허언이었음이 분명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은 표결에 참여했지만, 배진교 원내대표가 “이런 식의 일방적인 강행은 집권 여당의 책임 있는 행위가 결코 아니다”라는 말로 추 원내수석부대표의 성토에 힘을 실어줬다.

세계일보

박병석 국회의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7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통과를 알리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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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 아니라 국민의힘은 14일 오전 10시쯤 청와대 앞에서 장외 의원총회를 열고 항의할 계획이다. 강민국 원내대변인은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가결된 뒤 논평을 내 “김 후보자는 자질과 도덕성 면에서 국민 눈높이에 ‘미달된’ 총리로 낙인찍힌 지 오래”라면서 “우격다짐으로 만드는 총리가 무슨 역할을 할 것이며, 민심을 외면하는 ‘힘자랑 정치’가 대한민국의 미래에 무슨 이익이 되겠느냐”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반면 민주당은 국무총리 부재로 인한 국정공백 상황이 더 이상 이어져선 안 된다는 논리로 김 후보자 인준을 밀어붙였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에서 “재보궐선거에 승리했다고 사사건건 발목 잡고 어깃장을 놓고 국정을 마비시킬 권한을 얻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런 식의 딴죽걸기, 발목잡기가 바로 오만”이라고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박 국회의장 주재로 국민의힘 김 권한대행과 만난 자리에서 “야당이 코로나 국난 와중에 국회가 아무 일도 못하도록 발목을 잡아버렸다. 국민의힘이 국민을 위한 당인지, 코로나를 위한 당인지 모르겠다”고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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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 계단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강행 처리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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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지목한 ‘부적격 3인방’ 중 한 사람인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이날 자진사퇴 역시 민주당이 김 후보자 인준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던 명분으로 작용했다. 박 국회의장도 이날 오전 민주당 윤 원내대표를 따로 만났을 때 “다음주 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면 대통령과 총리가 (같이) 공석이 되는 사태를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조속히 결론 내야 한다”고 직권 상정을 시사한 바 있다.

민주당은 김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이어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모두 강행 처리했다. 이로써 문재인정부 들어 ‘야당 패싱’ 인사는 32명으로 늘었다.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와 박 후보자의 후임 해수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상임위원장 재배분 문제 등에서 여야 정면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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