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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밀봉된 비극의 열쇠 찾아가는 복수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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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부서진 여름

이정명 지음/은행나무·1만4500원

40대의 한조는 국제무대에서도 인정받을 정도로 성공한 화가다.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어머니였고 연인이었고 매니저였고 선생님이었고 감시자였”던 완벽한 아내가 있었다. 고향인 소도시 이산의 유서깊고 아름다운 하워드 주택에서 살면서 작품활동을 하던 한조의 마흔세살 생일 다음날, 아내는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집에서 사라진다. 아내가 두고 간 핸드폰 아래에는 알 듯 말 듯한 의미가 담긴 짧은 소설 프린트지가 놓여 있다. 한조는 아내가 쓴 소설을 읽으며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지우고 살았던 하워드 주택의 비극 속으로 되돌아간다.

<부서진 여름>은 드라마로도 큰 성공을 거둔 역사소설 <뿌리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 등을 쓴 이정명 작가의 신작소설이다. 흡인력 강한 전개로 사랑받은 작가의 장점은 이 소설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소설은 지수, 한조, 해리, 수인, 네 개의 챕터로 나뉘어져 전개된다. 지수와 해리는 한조네가 하워드 주택 아래 작은 집 멜컴 주택에 살면서 돌봐주던 하워드 주택 주인집 딸들이다. 25년 전 실종된 지수가 실종 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한조와 형 수인, 그리고 가족들은 사건에 휘말리면서 풍비박산 나고 지수네도 부모까지 교통사고로 비극적 죽음을 맞으며 두 가족의 역사는 이산시의 악몽으로 봉인된다. 이야기는 당시 석연치 않게 마무리된 살인 사건을 추적해가면서 착각과 오해가 빚어낸 파국에서 진실의 가닥을 찾아간다. 작가는 복수극이라는 기본 틀에 비틀어진 기억과 오해가 만들어놓은 퍼즐의 구멍을 흥미롭게 메꿔간다. 그리고 진실이 주는 고통과 외면이 만드는 거짓 행복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 하는 질문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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