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시인의 마을] 젖은 시간이 마를 때까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젖은 시간이 마를 때까지

박 남 준


옛날을 적시네 겨울비

지난 일은 들춰지는 것인가

돌이킬 수 없는 사람이 보내온

돌이킬 수 있는 흔적들이 비처럼 젖게 하네

젖는다는 것

내겐 일찍이 비애의 영역이었는데

비에 젖은 나무들은 몸의 어디까지

슬픔을 기억할 수 있을까

젖은 나무가 마를 동안

햇살이 오는 길목을 마중해야겠지

언젠가 이 길을 달려오며 들뜨게 했던 기다림들

젖은 시간이 스쳐 간다

오래 흘러왔으므로

나무의 탄식도 몸을 건너갔다는 것을 안다

너를 향한 발자국이 희미할 것이다

-시집 <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걷는사람)에서



▶한겨레가 ‘세번째 벗’을 찾아갑니다, 서포터즈 ‘벗’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코로나19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