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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만났습니다]①"탄소중립 리더 돼야…韓에 거는 기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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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성 유엔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의장 인터뷰

"탄소중립 체제 먼저 가야 유리…후발주자 아닌 리더돼야"

"국제사회, 韓에 큰 기대…개도국들에 의미있는 시그널"

"기후정상회의 국제공조 확인, P4G선 세부적 행동 합의"

"작년 탄소배출 7% 줄였지만…앞으로 해야...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면 우리나라처럼 탄소 의존도가 큰 나라는 당연히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보다 빨리 탄소중립 체제로 들어가야만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습니다. 탄소 중립에선 후발주자가 아니라 리더가 되겠다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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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성 IPCC 의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유엔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의장을 맡고 있는 이회성 고려대 그린스쿨 대학원 석좌교수는 지난 10일 P4G(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 사전부대 행사가 열린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정부도, 기업도 탄소 중립에 있어서 앞서 갈 것인가, 쫓아갈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일이 남았다”며 리더가 되는 쪽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화석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고 다른 새로운 에너지로 경제 발전을 이뤄내야 할 단계에 와 있는 만큼 한국이 화석 에너지 불안을 떨쳐 버리고 탄소 중립 경제로 나아가는 비전을 보여준다는 것은 많은 개발도상국들에게도 의미있는 시그널이 될 것”이라며 이번 P4G 정상회의 개최를 비롯한 우리의 기후변화 대응에 거는 국제사회의 기대가 크다고도 했다.

다음은 이 의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IPCC 제6대 의장에 당선된 이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이나 바뀌었고, 기후변화 정책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글로벌 공조의 기틀은 마련된 셈인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전 정부와 비교하면 정반대되는 결정이었다. 이는 앞서 파리협약에 비준한 국가들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는 결정이다. 특정 국가의 결정에 상관없이 기후 안정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전부 온실가스 감축 행동에 동참해야 하는데, 이런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는 글로벌 감축 공조 차원에서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기후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 제시하면서 국제 간 공조를 확인했다.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평가하나.

△기후정상회의에서 채택한 선언문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 각국이 최근 들어 이른바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 선언을 하고 있는데, 이는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자는 IPCC 제안을 달성할 수 있는 첫 걸음이라고 본다. 전 세계가 함께 갈 목표를 정해 놓은 다음에 모든 투자 행동이나 관련된 행동에서 보조를 맞춰야 하는데, 이번 선언을 통해 2050년에는 탄소 순배출을 제로(0)로 하겠다고 합의한 것이니 그 의미가 상당히 크다고 봐야 한다. 특히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한 모든 나라들이 다 같이 행동한다는 점이 더 고무적이다.

-이 같은 각국의 감축 목표 상향으로 인해 파리협약에서 공식화한 지구 기온 변화 1.5도 제한을 이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고 봐야 하나.

△일단 선언적으로는 그렇다. 물론 남아 있는 과제도 있는데, 그 것은 넷제로와 2030년 온실가스 추가 감축목표를 선언한 국가들과 앞으로 이를 선언할 국가들이 실제로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이런 구체적인 행동하기에 따라 1.5도 제한을 달성할 수 있느냐가 달려 있다고 본다. 이는 각국이 처한 여건에 따라 달라질 것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2050년 넷제로를 추진하는 것이 전 세계적 기후 안정화를 달성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각국 경제 성장에도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처럼 기후변화 대응이 경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고 보는가.

△물론 수 년전만 해도 기후변화 대응이 비용 부담을 늘린다는 견해가 타당하게 받아 들여졌다. 그러나 기술 발전이 빠르고 폭넓게 진행되고 있어서 일부 국가들에서는 이미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비용이 화석연료에 거의 근접하거나 그보다 더 낮아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적 차원에서의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비용 부담은 곧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나아가서는 앞으로 기후 안정화를 위한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될 것인데, 이는 경제 발전 측면에서 본다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기후 안정화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경제를 새롭게 전환시키는 활력소가 될 수 있다.

-기후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2030년 탄소 배출 목표를 연내에 상향하는 한편 해외 석탄발전 공적금융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우리 정부 대응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IPCC는 195개국을 회원국으로 해서 존재하는 국제기구인 만큼 IPCC 의장은 특정 정부의 정책에 대해 평가할 입장은 아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보는 사람에 따라 특정 국가의 기후변화 대응이 적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소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각 국가의 대응들을 하나로 모았을 때 전 지구적인 기후 안정화를 위해서 필요한 글로벌 차원의 대책이 될 수 있느냐 하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각국이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은 많다. 1.5도 제한을 위해서는 앞으로 매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가야 한다. 물론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 줄일 수 있었지만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덕이었을 뿐 올해에도 같은 비율로 줄이긴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작년 한 해 7% 줄였다고 즐거워할 일도 아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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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성 IPCC 의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우리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큰 폭 상향 조정되면 기업들의 대응 속도도 달라져야 하는데, 기업은 뭘 해야 하나.

△무엇보다 기업인들 스스로가 어떤 투자 패턴이 기업에게 유리한 것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탄소중립 시대에 전 세계적으로, 또 산업별로 봤을 때 대세가 뭐라는 것은 다 안다. 바로 탈(脫)탄소다. 과학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해서 2050년 탄소배출 제로로 가야 하는 만큼 어디에 투자해야 기업에 유리하고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지 실제로 투자하는 분들이 더 잘 알 것이다. 다른 사람의 훈수가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물론 여기서 선택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앞서 갈 것인지, (리더를) 쫓아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을 위해 정부가 할 역할은 무엇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 인프라가 모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방식으로 돼 있다. 이런 인프라를 활용하는 경제활동이 탄소 배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정부는 인프라 계획을 새롭게 수립해야 하며 앞으로 들어서는 인프라가 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축해야 한다. 인프라는 한번 만들고 나면 장기간 사용하기 때문에 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계획을 디테일하게 세워서 구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어느 나라나 국가 인프라는 정부가 만들어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아울러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연구개발(R&D)도 중요한데, 여기에도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에 비용을 지불하는 시대가 오는 만큼 탄소 배출에 대한 가격 제도 역시 정부가 선제적으로 잘 준비해야 한다.

-EU와 미국이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언제쯤, 어느 정도 강도로 도입될 것으로 보는가.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탄소국경세가 언제 현실화할 지 사실 아무도 잘 알지 못한다. 이론적으로는 탄소국경조정제도는 필요하며 얼개는 짜여져 있지만, 현실적으로 타개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에 누구도 언제부터 실시할 것이라고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탄소국경세가 도입될 경우 탄소 의존도가 큰 나라에서는 당연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우리도 그런 나라 중 하나라 부담이 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보다 빨리 탄소중립 체제로 들어가야만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탄소 중립에 있어서) 후발주자가 아니라 리더가 되겠다는 선택을 해야 한다.

-이달 말 열리는 제2차 P4G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열린다. 어떤 의의가 있나.

△1차 회의는 덴마크에서 했는데 2차 회의가 상대적으로 중진국인 한국에서 열린다. 중진국 입장에서 글로벌 기후변화 이슈를 가지고 정상회의를 주관할 수 있다는 것은 한국이 가진 또 다른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세기 최빈국 상태에서 화석 에너지를 이용해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뤄낸 나라가 바로 우리다. 이제 화석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고 다른 새로운 에너지로 경제 발전을 이뤄내야 할 단계에 와 있는 만큼 한국이 화석 에너지 불안을 떨쳐 버리고 탄소 중립 경제로 나아가는 비전을 보여준다는 것은 많은 개발도상국들에게도 의미있는 시그널이 될 것이다. 사실 우리가 가파른 경제 성장을 이룩하는데 과정에서 몇 차례 에너지 위기도 겪는 등 역경이 많았다. 그러나 그 때마다 잘 이겨냈다. 앞으로도 탄소 중립으로 전환하는 일을 잘 해낼 것으로 믿는다. 그런 차원에서 현재 경제 성장을 하고 있는 여러 나라들도 한국에 큰 기대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가 서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P4G 정상회의 후 서울 선언문이 채택된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이 담길까.

△회의 내용을 봐야겠지만, 제일 중요한 것이 넷제로인 만큼 참여하는 각국이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결의를 분명히 다지는 내용이 들어갈 것이다. 이를 통해 모든 관심있는 사람들이 봤을 때 넷제로가 분명한 대세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첫째다. 또한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해 어떤 구체적인 행동을 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합의도 담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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