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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조국 수석과 박상기 장관도 윤대진 시켜 수사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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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불법출금] 이성윤 공소장에 수사 개입 전모

2019년 6월 안양지청의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를 중단시킨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에는 그가 안양지청 수사를 집요하게 가로막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공소장에는 조국 전 민정수석, 박상기 전 법무장관,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 정권 핵심 인사들이 별도 ‘트랙’으로 안양지청에 가한 외압의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공소장 내용에 대한 본지 취재를 종합해 수사 중단 외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재구성했다.

◇이성윤 “안양지청, 일 크게 만들어”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3월 18일 ‘김학의 성 접대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김학의 전 차관은 닷새 뒤인 3월 23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태국으로 출국하려다 저지당했다.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가 긴급 출금 요청서를 작성, 출입국 당국에 보냈는데 허위 사건 번호와 가짜 내사 번호가 적힌 불법 공문서였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성윤 지검장은 그날 아침 한찬식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전화해 “이 검사가 김학의 출금에 사용한 (가짜) 사건 번호를 추인해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했다.

조선일보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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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뻔했던 ‘김학의 불법 출금’은 2019년 3월 27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출금 정보가 김학의 전 차관에게 누설됐을 수 있다’며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감찰을 요청하면서 삐져나왔다. 4월 5일 법무부는 해당 감찰 건을 대검에 수사 의뢰했고 4월 11일 법무부 과천청사 관할인 안양지청에 배당됐다. 그런데 법무부 의도와 달리 안양지청은 감찰 자료에서 허위 출금 서류 작성 등 이규원 검사의 비리 혐의를 발견해 수사하기 시작했다.

2019년 6월 20일 이 지검장은 ‘이규원 검사 혐의가 인정되고 수사 필요성이 있다’는 안양지청 보고서를 전달받는다. 그날 반부패부 아침 회의에서 이 지검장은 부하들과 “안양지청이 수사 의뢰 내용 밖의 것을 수사해 시끄럽게 만든다”는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그날 반부패부의 한 과장은 대학 선배인 이현철 안양지청장에게 전화해 “(수사가 필요하다는) 이 보고서가 안양지청 최종 의견이냐. 안양지청 차원에서 해결해 달라. 지청장이 그런 걸 해결해야 되는 것”이라며 “이 보고는 안 받은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지검장 본인은 배용원 안양지청 차장에게 전화해 “김학의 출금은 법무부와 대검, 서울동부지검 사이에 협의가 된 사안”이라며 수사 중단을 종용했다.

◇조국 “이규원 검사 수사하지 말라”

바로 그즈음 이규원 검사는 안양지청 수사팀의 모 수사관에게서 자신이 수사받고 있다는 사실을 듣는다. 이 검사는 사법연수원 36기 동기로 같은 로펌에 근무한 적이 있던 이광철 청와대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에게 구명 요청을 했다. 이에 이 비서관은 당시 조국 민정수석에게 “이 검사가 곧 유학(연수) 갈 예정인데 검찰에서 이 검사를 미워하는 것 같다. 이 검사가 수사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검찰에 이야기해 달라”는 취지로 얘기했고, 조 수석은 이를 그대로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윤 국장은 연수원 25기 동기인 이현철 안양지청장에게 전화해 “김학의 출금은 법무부와 대검이 협의한 사안”이라며 “이 검사 출국에 문제가 없도록 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 역시 수사를 중단하라는 요구였던 셈이다.

6월 20일 이 지청장은 수사팀 부장검사에게 “대검과 법무부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 이규원 수사는 중단하고 법무부에서 수사 의뢰한 부분만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청장은 “동부지검장이 이규원 검사 명의 출금 요청서를 추인했는데 뭐가 문제냐”며 수사팀 검사들을 달래기도 했다. 그러나 한찬식 전 서울동부지검장은 지금도 ‘이성윤 지검장의 추인 요청을 거부했다’는 입장이다.

2019년 6월 25일 안양지청은 법무부의 당초 수사 의뢰 내용대로 출입국본부 직원들을 불러 정보 유출 건을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출입국 직원들이 김학의 전 차관의 출입국 정보를 조회한 것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인지에 대한 문답이 오갔다. 당시 한 법무부 직원은 “출입국 공무원이 잘못한 게 뭐냐. 검찰 부탁받고 (출금) 해준 건데 이걸 수사하면 검찰도 다친다”고 하기도 했다. 조사 상황은 곧 차규근 출입국본부장에게 전달됐고, 차 본부장은 박상기 법무장관에게 “안양지청이 출입국본부 직원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하고 귀가도 안 시킨다”고 보고했다. 검찰은 이 보고가 허위라고 판단했다.

보고를 받은 박 장관은 바로 윤대진 검찰국장을 불러 “내가 시켜서 직원들이 한 일을 조사하면 나까지 조사하겠다는 것 아니냐. 검찰이 아직도 그런 식으로 수사하느냐”며 격하게 화를 내며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 그러자 윤 국장은 다시 안양지청장에게 전화해 “김학의 출금은 문제가 없는데 왜 출입국본부 직원을 계속 수사하느냐. 장관이 엄청 화를 내서 겨우 막았다”고 압박을 가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성윤 지검장도 “수사팀이 법무부 출입국 본부 직원들을 수사하게 된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안양지청에 지시하며 거들었다고 한다.

결국 2019년 7월 4일 안양지청 수사팀은 ‘더 이상 수사할 계획이 없다’는 보고서를 대검에 보내면서 완전히 손을 들었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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