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민주당 의원은 “이러려고 공수처 만들었나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최근 공수처가 중대 범죄도 아닌 사건에 별스럽게 인지 수사를 한다”며 “눈과 귀를 의심한다”고 했다. 공수처는 여당 요구대로 정권 불법 수사하는 검찰이나 잡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공수처법에 교육감을 수사 대상 고위 공직자로 명시한 게 여당이다. 조 교육감이 받고 있는 직권남용 혐의는 공수처법 수사 대상 1호 범죄에 해당한다. 자기 편을 감싸려고 스스로 강행한 법까지 무시한다.
공수처의 이번 선택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공수처의 설립 취지가 있다면 검찰이 손 대기 힘든 권력 비리를 수사하라는 것이다. 당연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을 1호 사건으로 선택해야 했다. 이 사건은 대통령 친구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후보 매수, 하명 수사, 공약 지원 등 선거 범죄를 저지르고 야당 후보가 공천장을 받는 날 경찰이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국가기관의 중립성을 단숨에 무너뜨린 사건이다. 대통령 친구는 당선됐고 경찰 책임자는 여당 국회의원이 됐다.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자 수사팀을 인사로 흩어놓고 사령탑인 윤석열 검찰총장을 내쫓았다. 추가 수사는 대통령 대학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뭉개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 사건 재판을 뭉개고 있던 판사를 그 자리에 붙박이로 앉혀두기도 했다. 떳떳하다면 이런 무리를 할 리가 없다. 공수처가 이런 수사를 해서 진실을 낱낱이 밝힌다면 그 존재의 당위성을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수사가 사실상 멈춘 옵티머스와 라임 펀드 사건도 공수처가 뛰어들어야 할 사건이다. 그런데 이런 사건엔 눈을 감고 기존 검찰이나 경찰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교육감의 불법 채용 의혹을 1호 사건으로 택했다. 수사하는 흉내는 내야겠고 그렇다고 진짜 수사를 할 수도 없으니 교육감 정도를 고른 것 아닌가. 공수처는 처장이 이성윤 지검장을 자신의 관용차로 모시며 황제 대접을 했을 때 이미 수사기관으로서 권위와 명분에 파탄이 났다. 어차피 오래갈 수 없는 조직이다. 빨리 없애는 게 옳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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