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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기업들 K반도체 510조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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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반도체 지원책’ 발표

R&D 세액공제 최대 50%로 확대

규제 완화, 인허가 기간 절반 단축

전문가 “특별법 만들어 지원을”

10년치 반도체 용수 물량 미리 확보

실무·전문인력 3만6000명 양성 계획

판교에 ‘한국형 팹리스 밸리’ 조성

차 반도체 관련 구체적 대책 빠져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서 열린 ‘K반도체 벨트 전략 보고대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완공 예정인 평택3공장은 클린룸 규모가 축구장 25개 넓이로,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생산시설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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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자 한국 정부도 파격적인 반도체 종합 지원책을 꺼내들었다. 과거 위상에 안주하다가는 반도체 강국 지위를 내놓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전문가와 업계는 정부 대책을 반기면서도 특별법 제정 등 남은 과제가 많다고 조언했다.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에서 ‘K반도체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업계 관계자도 참석했다.

이번 대책은 과거와 달리 반도체 생산을 위한 ‘공급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뒀다.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도 이날 발표에서 “선제적 투자와 국내 산업 생태계를 더욱 탄탄하게 다져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해 이 기회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려 한다”며 공급망 확충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단순 세제·금융 지원뿐 아니라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물과 전기 같은 인프라 확충, 인력 확보 등 사실상 전 부처를 총동원한 전방위 대책이 담겼다.

우선 정부는 용인·평택 등 반도체 핵심 단지에 10년치 반도체 용수 물량을 미리 확보할 예정이다. 반도체 생산에 물이 중요하다는 업계 지적을 받아들였다. 또 핵심 전략기술 관련 송전선로 등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면 비용을 정부와 한전이 최대 절반 범위에서 공동 분담한다.

규제도 푼다. 화학물질 취급시설은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인허가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한다. 또 외국 기업이 주로 요구했던 수입용기 검사 면제 및 방호벽 설치 기준도 완화해 외국 투자 물꼬도 틔울 예정이다.

실제 이를 바탕으로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생산 독점기업인 ASML은 총 2400억원 규모의 트레이닝 센터를 경기도 화성에 구축하기로 했다. 세계적 반도체 장비회사인 램리서치도 기존 제조시설을 2배로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도 투자를 확대한다. SK하이닉스는 지금보다 2배 수준의 8인치 파운드리(위탁생산) 능력 확보를 검토 중이다. 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연계한 특화단지도 육성한다.

그동안 한국 기업이 떨어지는 분야였던 패키징 분야는 괴산·천안·온양 등에 생산기지를 조성해 플랫폼으로 키운다. 또 반도체 설계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판교를 ‘한국형 팹리스 밸리’로 조성한다.

미·중 견제 속 반도체 초격차 지키기 … 인력·자원 총동원령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K반도체 전략 보고’ 참석자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공영운 현대차 사장, 이현덕 원익IPS 대표, 유은혜 교육부 장관,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장, 문 대통령, 이재명 경기지사,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 사장.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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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판교와 화성·평택·용인 등 주요 반도체 산업단지가 ‘K자형’ 모양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착안에 이를 ‘K반도체 벨트’로 명명했다. 생산 거점뿐 아니라 부족한 반도체 인력 양성도 추진한다. 특히 대학 정원을 150명으로 확대해 10년간 전공 인력 1500명을 추가 배출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포함해 10년간 3만6000명가량 실무 및 전문인력을 추가로 양성한다는 방침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와 달리 인프라와 교육 등 범부처를 통합한 지원책을 내놨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모았던 세액공제는 연구개발(R&D)·시설투자를 중심으로 대폭 확대한다. 이를 위해 조세특례법상 핵심전략기술 세액공제 항목을 신설할 예정이다. 현재 계획대로면 R&D는 최대 50%(대·중견 기업 30~40%, 중소기업 40~50%), 시설투자는 최대 20%(대기업 6%, 중견기업 8%, 중소기업 16%, 투자 증가분 4% 가산)까지 확대한다. 업계가 요구한 50% 세액공제에 거의 근접한 지원이다. 현재는 신성장·원천기술에 한해 R&D 최대 40%, 시설투자 12%까지만 세액공제를 해줬다.

다만 특혜지원이라는 비판을 의식해 대기업과 중견·중소 기업 세액공제에 차등을 준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자본재 산업이라 대기업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차라리 대기업은 세액공제를 더 늘리고 그 이익만큼 재투자를 유도하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액공제 분야도 늘린다. 기존 신성장·원천기술 분야 세액공제는 아직 상용화 전 기술만 지원해 실제 공제를 받는 사례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신설하는 핵심전략기술 항목은 양산시설까지 범위를 확대해 혜택을 줄 예정이다.

1조원 이상 ‘반도체 등 설비투자 특별자금’도 신설해 8인치 파운드리 증설과 소재·부품·장비 및 첨단 패키징 시설 투자도 지원할 예정이다. 또 미래 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해 R&D 투자에 기존 1조5000억원에 10년간 1조원 더 추가 지원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올해 41조8000억원을 포함해 오는 2030년까지 510조원 이상의 반도체 민간투자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는 아직 난관은 남았다고 지적한다. 과거 반도체는 ‘원래 잘하는 분야’라는 인식 때문에 지원이 인색했다. 그나마 최근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등 영향으로 계기를 간신히 마련한 만큼 말이 아닌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 지원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반도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용수나 전력 인프라 확보, 반도체 학사 정원 확대 같은 정책은 기존 규제와 충돌할 수 있는데 특별법을 제정하면 이런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며 “특별법을 제정해 안정적 지원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공급 부족을 겪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관련 대책은 중·장기 과제로 남았다. 산업부는 이날 현대차와 삼성전자 업계 관계자, 공공연구기관과 함께 차량용 반도체 연대·협력 협약식을 가졌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생산과 투자계획이 나오진 않았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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