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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삼성 “시스템 반도체에 171조” 하이닉스 “파운드리 2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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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당초 133조에 38조 더 투자

세계 1위 TSMC와 격차 줄이기 나서

하이닉스 “설비증설·M&A 검토 중”

전문가 “메모리 치중 탈피 계기를”

삼성전자가 2019년 이후 2년 만에 38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시스템 반도체 투자 러시’에 뛰어들었다. 대만의 TSMC와 미국 인텔 등 경쟁사가 올해에만 1500억 달러(약 170조원)의 투자 방안을 발표했지만 삼성전자는 ‘나 홀로 침묵’해 왔다. 메모리 세계 2위인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인수합병(M&A)을 시사했다.

삼성전자는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평택3라인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 직후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에서 세계 1위에 오르겠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 규모는 2019년 4월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 때 발표했던 133조원보다 38조원(28.6%)이 늘었다. 삼성전자 측은 “첨단 파운드리 공정 개발과 생산라인 건설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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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벨트’ 구축 주요 내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평택3라인은 클린룸(먼지나 세균이 없는 방) 규모가 축구장 25개 넓이로, 단일 규모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생산라인이다. 총 30조원을 투자해 내년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이 공장에선 극자외선(EUV) 기술이 적용된 14나노 D램과 5나노 로직 제품을 주로 양산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건설 중인 현장을 찾은 데 대해 업계에서는 “평택3라인이 ‘미래 반도체 생산기지’라는 상징성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를 시작으로 올해 전 세계 자동차·전자·의료·방산업계는 ‘반도체 급구’를 외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삼성전자 등을 불러 “미국에 투자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TSMC와 인텔은 각각 1390억 달러(약 157조원), 206억 달러(약 23조원) 투자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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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세액공제 계획.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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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그동안 미국(170억 달러), 국내(300억 달러) 투자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투자 액수를 공개한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에선 세계 1위인 TSMC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 터닝포인트가 절실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날 행사에선 구속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대신해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문 대통령을 맞았다. 문 대통령이 삼성전자 사업장을 찾은 것은 2019년 4월 화성공장 이후 2년 만이다. 김 부회장은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선제적 투자에 삼성전자가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부 지원 방안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어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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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투자 계획.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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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도 이날 파운드리 투자 전략을 내놨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현 수준 대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설비 증설이나 M&A 등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8인치(200㎜) 웨이퍼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M&A 승부사’로 불리는 박 부회장이 파운드리에서 외국계 기업 인수나 지분 확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재성 극동대 반도체장비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그동안 530조원대 반도체 시장에서 27%를 차지하는 메모리에 치중해 나머지 73%인 시스템 분야에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두 업체가 ‘진정한 반도체 강국’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형수·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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