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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조국 “민정수석은 수사지휘하면 안돼”… 2년 뒤 “이규원 수사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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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9년 12월 26일 오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걸어가고 있다./오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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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를 무마하려 외압을 가한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된 가운데, 2019년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법무부에 이규원 검사의 해외 연수를 언급하며 수사 무마를 요구한 정황이 13일 드러났다. 그러자 법조계에선 2017년 조 전 수석 취임 당시 “민정수석은 검찰 수사 지휘를 하면 안 된다”고 한 발언이 다시 회자했다.

◇이규원 검사 SOS, 이광철·조국 통해 법무부에 전달

이날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019년 6월쯤 조 전 수석은 당시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었던 이광철 민정비서관으로부터 “검찰이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관련 이규원 검사 수사에 착수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 비서관과 이 검사는 사법연수원 36기 동기로 같은 법무법인에 근무하는 등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알려졌다. 이 비서관은 조 전 수석에게 “이 검사가 곧 유학(연수) 갈 예정인데, 검찰 수사를 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검찰에 이야기해 달라”고 구명(救命)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자 조 전 수석은 그 내용을 그대로 검찰 인사·예산을 총괄하는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전달했고, 윤 전 국장이 이 검사를 수사하던 안양지청 지휘부에 전화를 걸어 “출금은 법무부·대검 등 승인이 있던 것, 이 검사를 왜 수사하느냐. 곧 유학 가니 출국에 문제가 없게 해달라”고 전달했다고 한다. 법무부 핵심 간부를 통해 수사팀에 사실상 ‘수사 중단’ 요구한 정황으로 풀이됐다.

◇2017년 조국 “검찰에 전화할 생각 없다, 완전 틀린 관행”

이런 정황은 전날 기소된 이성윤 지검장의 공소장에 일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등록된 수사 기록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조 전 수석과 윤대진 검찰국장 등이 관여한 정황이 알려지자, 검찰 안팎에선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강조했던 조국 수석 스스로 자신의 발언을 부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017년 5월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된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는 “민정수석은 검찰 수사 지휘를 하면 안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과거에는 민정수석이 수사지휘 관련 검찰과 원활히 소통했는데, 어디까지 수사지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조 전 수석은 그러면서 “검찰개혁 문제는 검찰의 독립을 보장해주는 것”이라며 “검찰 출신이 아닌 제가 (이 자리에) 와있다는 것은 검찰에 전화해 (수사지휘나 인사를)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관행 자체가 완전 틀렸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 재경지검 검찰 간부는 “민정수석이 검찰국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검찰국장이 직접 그 메시지를 수사팀에 전달했다면, 수사팀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자명한 것 아니냐”고 했다. 조 전 수석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이 건과 관련해 수사 ‘압박’을 가하거나 ‘지시’한 적 없다”고 밝혔다. 다만, 윤대진 전 국장에게 전화를 했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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