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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공공 복합개발 ‘1선발’ 된 증산4구역 가보니...“내친김에 동의율 75%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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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주민 동의율(3분의 2)을 채웠지만 75%까지 받아보겠습니다.”
서울 증산4구역 재개발 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
한국일보

주민 동의율 3분 2 이상을 확보해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 중 가장 앞서가고 있는 서울 은평구 증산 4구역에 주민동의서 접수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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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은 ‘2·4 주택 공급대책’의 핵심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 중 '1선발투수'다. 감독(정부)이 중요한 일전(주택공급)에 가장 믿고 쓸 수 있는 기량(4,139가구)을 갖췄다.

지난 3월 말 정부가 1차 후보지로 선정한 뒤 불과 한 달 만에 본 지구 지정 요건인 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도 가장 먼저 확보했다. 주민들의 호응이 그만큼 뜨겁다는 의미다. 13일 찾은 증산4구역에는 공공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넘실댔다.

이날 증산4구역 재개발 추진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힘을 모은 덕분에 속도가 붙었다”며 “사무실 방문이나 우편으로 동의서를 접수한 비율이 70% 정도나 될 만큼 재개발에 대한 열정과 갈증이 크다”고 말했다. 대화 도중 주민 한 명이 동의서를 제출하러 사무실에 오자 이 관계자는 “호응이 이 정도”라고 웃으며 “주민 단합을 보여주기 위해 75% 동의율을 채우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5년 내 입주와 최대 30%P 인센티브 기대


빠른 사업 진행 속도에 증산4구역 주민들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지난 12일 국토교통부가 위클리 브리핑에서 주민 동의를 채운 유일한 구역으로 발표한 이후 “이번엔 진짜 개발이 될 수 있겠구나”란 기대감이 형성됐다. 주민 A씨는 “이렇게 빨리 동의서가 걷힐 수가 없는 건데 주민들이 정말 많이 합심했다”며 “장마철에는 비가 새고 하수구가 막히는 환경이라 이번엔 꼭 정비사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주민 B씨는 “어제부터 우리 동네가 뉴스에 많이 나오더라”면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렇게 관심 받는 것을 보니 기대가 된다”고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로 공공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도 증산4구역에서 호응이 큰 건 5년 내 입주가 가능하다는 점과 올해 안에 주민 동의를 완료해 사업에 착수할 때 민간 재개발 대비 최대 30%포인트까지 주어지는 인센티브의 영향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LH 사태로 인해 초반에 불신하는 주민들도 있었지만 2·4 대책에 들어간 내용대로만 진행된다면 엄청난 혜택”이라며 “재개발은 빠른 속도가 최고의 덕목인데, LH가 사업설명회에서 5, 6년 안에 입주할 수 있도록 절차를 진행한다고 했고 민간 재개발보다 1억 원 이상 주민 분담금을 줄여준다고 명확하게 답을 해줬다”고 설명했다. 주민 C씨는 “LH가 떨어진 신뢰를 만회하기 위해 오히려 더 열의를 갖고 투명하게 일을 진행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일보

공공 주도 도심 복합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가 큰 증산4구역 저층주거지의 한 골목길.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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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지체된 정비사업, 이번엔 반드시 성공을


2008년 존치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 곳은 주민 갈등이 크자 서울시가 2019년 6월 ‘정비구역 일몰제’를 적용,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일몰제는 정비구역 지정일로부터 2년 이내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거나, 추진위원회 승인 후 2년 이내 조합설립인가 신청이 이뤄지지 않을 때 적용된다. 조합 설립 이후 3년 안에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신청하지 못해도 정비구역에서 해제될 수 있다. 민간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주민 동의율을 75%까지 받았지만 서울시의 높은 규제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공공 복합개발을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다. 추진위 관계자는 “민간 주도로 한다고 해도 5년 내 입주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정부가 2·4 대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의욕을 갖고 있고,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해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내건 오세훈 서울시장과 차질 없는 주택 공급을 약속한 여당의 움직임도 주목하고 있다. 현재 2·4 대책 관련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증산4구역의 주민 동의율을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평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빠른 시간에 주민 동의율을 채운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면서도 “요즘은 강제집행을 하면 안 되는 상황이라 나머지 3분의 1 동의를 더 받을 때까지 충돌 없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동의율은 고무적이긴 한데, 실제 입주기간이나 최종 수익률이 얼마나 나왔는지 등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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