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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반도체 서포트' 전쟁에 한국도 참전… "미국, 대만과 대등"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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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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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내 반도체 업계에 건넨 '선물 보따리'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반도체 대란' 속에 세계 주요 국가들이 자국 내 대규모 지원책을 쏟아낸 가운데 뒤늦게 나온 감은 있지만 다른 나라와 대등한 수준이란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이번 선물의 핵심인 대규모 세제 혜택이 모두 법 개정 사안이어서 국회의 전폭적 지원은 필수 요건으로 주어졌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쩐의 전쟁


최근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선진국 간 경쟁이 날로 격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빚어진 반도체 부족 현상이 전 산업을 강타하면서, 반도체는 그야말로 세계적인 '전략안보 물자'로 급부상했다.

특히 최첨단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현재 진행 중인 각국의 치열한 기술 경쟁하에서 반도체 확보 실패는 곧 국가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 반도체 기술패권을 둘러싸고 주요 선진국들이 앞다퉈 '쩐의 전쟁'에 뛰어든 이유다.

반도체 산업 육성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미국이다. 미국은 '세계의 반도체 공장'으로 불렸던 과거 명성을 되찾겠다며, 반도체 산업 육성책을 쏟아내고 있다. 국방수권법 개정으로 250억 달러(28조 원) 지원에 필요한 근거를 마련한 데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 산업에 500억 달러(56조5,000억 원)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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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물-주요국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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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현재 10% 수준인 반도체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500억 유로(67조 원)를 투자하고, 민간기업 투자금의 최대 40%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도체 기술패권을 두고 미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역시 반도체 기업들에 최대 '10년간 법인세 면제'란 파격적인 정책을 시행 중이다.

정부 지원 중요한 이유는?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은 경쟁력의 바로미터다. 기술이 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가령 빵집은 빵을 더 만들려면 밀가루를 더 투입해야 하지만, 반도체 회사는 설계를 바꾸고 미세공정으로 넘어가면 원재료인 '반도체 원판(웨이퍼)'에 더 많은 반도체를 찍어낼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들어가는 엄청난 규모의 설비투자 비용은 걸림돌이다. 반도체 노광기 한 대 가격만 2,000억 원이 넘는다. 결국 누가 많은 투자금을 감당할 수 있는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반도체 산업을 국가적으로 육성하려면 민간투자만큼이나 정부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는 배경이다.

이번에 정부에서 업계 요구를 수용해 마련된 파격적인 세제 혜택 방안도 이런 맥락의 연장선이다. 현재 대기업의 반도체 기술과 관련한 연구개발(R&D) 세액공제는 20% 수준인데 이를 최대 40%(중소기업 50%)까지 확대했고, 설비투자 관련 세액공제는 3%에서 6%로 배로 올렸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이 반도체 신기술 비용으로 1,000억 원을 썼다면 이 중 절반은 세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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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반도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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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국에서도 '칩스 포 아메리카 액트' 법안으로 반도체 시설 투자의 40%를 세액공제해 주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최근 이 법안은 기한만료로 폐기됐다. 대만은 첨단기술 기업으로 지정된 기업에만 정부가 연구개발 예산의 50%를 지원한다. 박재근 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은 "이번 세제혜택안만 놓고 보면 선진국 정책과 대등하거나 높은 수준"이라며 "다만 설비투자 세제혜택은 선진국이 앞다퉈 높이는 상황인 점을 감안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국회서 얼마나 빨리 세법 개정안이 마련되느냐에 달려 있다. 박 학회장은 "정부가 하반기부터 세제 혜택을 준다고 했는데 그러기 위해선 국회서 하루빨리 관련 법이 개정돼야 한다"며 "특히 반도체 산업 육성은 장기 계획인 만큼 반도체특별법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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