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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팔’ 하나 자르며 ‘몸통’ 택한 민주당…“하나로는 부족” 버틴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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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국무총리 인준안 여당 단독처리

한겨레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등 의원들이 13일 국회 본회의장 앞 중앙홀에서 국무총리(김부겸) 임명동의안에 반대하는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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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13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단독처리한 배경엔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인해 총리 인준을 밀어붙일 만한 명분을 갖췄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반대도 어느정도 수용하고, ‘최소 1인 이상 낙마’라는 당내 요구도 청와대에 관철시키는 모양새도 갖췄다는 계산이다. 더이상 미뤄봤자 야당의 태도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도 한몫한 듯하다.

이날 낮 박 후보자의 사퇴는 어느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여야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여당의 고충은 이해가 가고 국회가 코로나19와 민생 위기 속에서 국무총리를 장시간 공석으로 두는 것을 옳지 않다”면서 “정부·여당에도 강경히 요청한다. 그동안 임명 관련해서 국민 목소리를 경청했고, 그 뜻에 부합하는 합당한 조치를 조속히 좀 내려주길 요청한다”며 양쪽을 동시 압박했다. 박 의장은 오후 1시에 다시 만나자고 제안하면서 ‘마감 시한’도 분명히 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청와대에 야당 ‘부적격’ 판단한 임혜숙(과학기술정보통신부)·노형욱(국토교통부)·박준영 장관 후보자 중 한 명 이상은 물러나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고, 청와대도 이를 수용할 자세를 보인 터였다.

박 의장이 ‘최후통첩’을 보낸 지 3시간도 지나지 않아 박준영 후보자가 사퇴 입장문을 발표했다. 박 후보자와 나란히 ‘살생부’에 올랐던 임혜숙 후보자가 살아남은 데 대해 당 내에선 박 후보자의 ‘도자기 반입 사건’이 공직 수행 중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임 후보자가 관료 출신이 아니라 삼고초려하여 ‘외부’에서 모셔온 여성 장관 후보자라는 점도 청와대의 선택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 여성 장관 비율을 30%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공약해왔으나 강경화(외교부)·김현미(국토교통부)·추미애(법무부)·박영선(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사퇴로 여성 국무위원 비율이 급격히 줄어든 상태다.

박 후보자가 사퇴하고 나자 청와대는 더이상의 ‘출혈’은 없을 것임을 예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자의 중도 사퇴와 관련해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라며 “국회에서 (총리와 다른 장관 후보자에 대한) 절차가 이를 계기로 신속하게 완료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은 후보자 1명을 정리하는 선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이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선 “박 후보보다 임혜숙 후보가 더 문제가 많다” “임혜숙·노형욱 후보도 지명철회해야 한다” “대통령이 인사 실패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총 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도 입 후보자의 동반 사퇴를 요구하며 뜻을 꺾지 않았다. 여야 협상이 최종 결렬되자 박병석 의장은 저녁 7시에 본회의를 열어 총리 인준안을 표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이날 저녁 본회의장엔 들어왔지만 표결엔 불참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 부대표는 의사진행 발언에서 “국회가 더 이상 청와대의 거수기, 심부름센터로 전락하는 것 막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오기 인사를 넘어 국민과 국회를 완전히 무시하는 반칙”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14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야외 의원총회를 하고 청와대에 총리 인준안 강행 처리를 항의하기로 했다.

애초 국민의힘 내부에선 김 총리 후보자 인준에 대해 우호적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세에 총리 자리가 비어있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던 데다 “무작정 발목잡기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합의로 총리 인준안을 처리하는 대신, 여당 단독 처리를 유도한 배경엔 여당의 ‘독주’ 모양새를 부각하는 것이 지지층 규합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정국 경색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향후 여론전을 통해 여당의 ‘독주’가 부당함을 알리겠다는 방침이다.

서영지 김미나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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