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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술 9병 사다 마신 두 친구… '40분 암전' 후 손정민씨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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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로 재구성한 한강 대학생 실종 당일 행적
두 사람 마지막 목격된 시간은 오전 3시 38분
4시 20분엔 친구만 강 기슭 근처서 잠든 채 발견
한국일보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씨(22) 사건과 관련해 실종 당일 새벽 손씨의 친구 A씨가 잔디밭 경사면에서 혼자 자고 있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 진술이 나왔다. 목격자에 따르면 A씨가 잠들어 있던 곳은 손씨와 A씨가 돗자리를 깔고 술을 마시던 곳에서부터 강쪽으로 10m쯤 떨어진 지점이다. 사진은 A씨가 오전 4시 20분경 혼자 발견된 장소. 서울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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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다수의 목격자 진술 및 영상 자료를 바탕으로 실종 당일 손씨와 친구 A씨의 행적을 상당 부분 밝혀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손씨의 사인을 익사로 판단한 만큼, 남은 수사는 손씨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시점 이후 물에 빠진 경위를 규명하는 데에 집중될 전망이다.

오전 3시 38분까지 같이 있던 두 친구


13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목격자 진술을 통해 실종 당일인 지난달 25일 오전 3시 38분까지 손씨와 A씨가 함께 있던 사실을 확인했다. 이로써 두 사람이 함께 술을 마시려 전날 밤 한강공원에서 만난 이후부터 5시간가량의 주요 행적은 확인된 셈이다.

경찰이 밝힌 수사 진행 상황을 종합하면 실종 전날인 지난달 24일 손씨는 오후 10시 30분에서 11시 사이 한강공원에서 A씨를 만났다. 그날 오후 11시 10분 한강공원 내 편의점 폐쇄회로(CC)TV에는 손씨가 술을 사는 장면이 찍혔다. 두 사람은 한강 부근에 돗자리를 깔고 술을 세 차례 구매해 마셨는데, 경찰 조사 결과 막걸리 3병과 청주 2병, 640mL 소주 2병과 360mL 소주 2병 등 모두 9병을 산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구입한 술을 모두 마셨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실종 당일 오전 2시쯤부터 A씨는 술에 취해 돗자리를 깔아놓은 장소에 눕거나 구토하러 가기를 반복했다. 당시 손씨는 계속 A씨의 옆에 있었고, 이들이 다투는 모습을 본 사람은 없다. 오전 3시 37분엔 A씨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모습이 목격됐는데, 통화 내용 조사 결과 A씨는 이때 자신의 전화로 어머니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전 4시 20분 혼자 강변서 잠든 채 발견


이후 두 사람의 행적은 40분가량 '블랙박스'로 남아 있다. 오전 4시 20분 강 기슭과 가까운 지점에서 A씨가 목격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시간 목격자는 혼자 잠들어 있는 A씨를 발견하고 그를 깨웠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당시 A씨는 공원 잔디밭 끝 경사면에서 가방을 멘 채 발은 한강 방향, 머리는 잔디밭 방향으로 두고 잠들어 있었다. 이곳은 그가 손씨와 술을 마시던 돗자리에서 강 쪽으로 10m가량 떨어져 있다. 목격자는 A씨가 강에 빠질까봐 위험해 보여서 깨웠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발견된 경사면에 대해 "당시에는 물에 잠기지 않은 상태였지만, (목격자처럼)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자칫 강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잠에서 깬 A씨는 오전 4시 33분쯤 '토끼굴'이라 불리는 통로를 통해 한강공원을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당시 통로 CCTV에는 손씨가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장면이 찍혔다. 직전인 4시 30분쯤 A씨 어머니가 A씨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귀가한 A씨의 바지 주머니에선 손씨 휴대폰이 발견됐는데, 경찰은 아직 둘의 휴대폰이 뒤바뀐 시점을 특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전 5시 10분쯤 A씨는 부모와 함께 손씨를 찾으러 한강공원에 차를 타고 돌아왔다. 경찰 관계자는 "A씨 가족이 타고 온 차량 블랙박스 등에 대해서도 포렌식을 완료했다”며 “손씨 실종 시점에 부근을 드나든 차량을 탐문하던 중 가치 있는 제보를 확인해 정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발표에 대해 손씨 아버지는 "어떻게 아들이 물에 들어가게 됐는지, 40분 행적을 명확히 밝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고 손정민씨 친구 A씨가 손씨 실종 당일 오전 4시 20분쯤 혼자 잠든 채로 발견된 장소. 서울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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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기자 hanak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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