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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박준영 자진사퇴’로 끝내자는 여권,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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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3일 입장문을 통해 자진사퇴를 밝힌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지난 4일 박 후보자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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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의 도자기 밀반입 의혹을 받고 있는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자진사퇴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저의 문제가 임명권자인 대통령님과 해양수산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제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그동안 저와 관련해 제기된 논란이 공직 후보자로서의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모두 저의 불찰”이라며 사과했다.

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두고 청와대 관계자는 “여당 내에서 (낙마) 논의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 박 후보자 본인이 충분히 인지하고 청와대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형식은 자진사퇴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의 의중이 실린 결정이라는 얘기다.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장관 후보자의 적격성 판정을 두고 좌고우면하던 여권이 뒤늦게나마 박 후보자의 거취 문제를 정리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박 후보자 못지않게 도덕성 문제가 제기돼온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청와대 모두 임명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망스러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나머지 청문 절차를 기다리고 있는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은 국회가 신속하게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마무리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박준영, 임혜숙 후보자 중 한분 낙마하는 것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를 수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반쪽짜리 민심 수렴으로 이번 일을 마무리짓겠다는 것인데, 국민들이 선뜻 동의할지 의문이다. 또 장관 임명이 상거래도 아니고, 한명 빼줄 테니 한명은 받아달라는 식의 모습도 볼썽사나운 일이다. 과연 여권이 공직자의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민심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권은 후보자의 능력과 민심의 요구 사이에서 일종의 절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임 후보자가 관료 출신이 아니라 ‘외부’에서 영입한 여성 장관 후보자라는 점도 작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임 후보자의 도덕적 흠결이 박 후보자에 비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임 후보자가 이대로 임명된다고 해도 장관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해 책무를 다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여권이 좀 더 분명하게 민심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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