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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국인의 밥상' 오묘하고 융숭 깊은 한국의 맛 묵은지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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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뉴스

사진제공 : KBS [반응이 센 CBC뉴스ㅣCBC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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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뉴스] 13일 방송되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세월과 함께 곰삭은 울 엄마의 묵은지 오묘하고 융숭 깊은 한국의 맛, 묵은지를 찾아 떠난다.

* 경남 거창군 월천마을 ー 엄마의 주름처럼 세월과 함께 곰삭은 묵은지!

김치 맛이 대를 어어 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경남 거창군 월천마을에는 4대가 한마을에 사는 정순점 씨(86) 댁이 있다. 이 댁에서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한 지붕 아래 살면서 손맛을 이어 가고, 며느리가 아들과 함께 사과꽃 따느라 분주할 때면, 텃밭에 나가 소일거리를 하듯, 반찬 몇 가지를 순식간에 차려 놓고, 아들 내외를 기다린다. 시어머니 솜씨는 인근에서도 소문이 자자해서 매년 가을이면, 무짠지를 여러 독 담고 김장도 이집 저집 줄 것 챙기느라 삼일을 꼬박 연례행사 치르듯 한다. 이 댁에 가면 1년 내내 묵은지가 터주대감 역할을 한다. 묵은지의 다양한 변주도 이 댁에서는 얼마든지 맛볼 수 있다.

묵은지 외에도 무짠지는 여름에 입맛 없을 때 먹으면 제격! 1년 내내 된장에 박혀있던 무를 꺼낸 후 마늘과 함께 들기름으로 볶아주면 무짠지무침이 완성된다. 고슬고슬한 밥에 무짠지무침 한 숟갈이면 그때 그 시절 추억의 밥상을 맛볼 수 있다. 이 댁의 씀바귀뿌리김치는 씀바귀가 흔하던 시절, 보릿고개에 대한 추억도 함께 곰삭아간다. 정순점 여사의 묵은지는 이것 한가지만으로도 손이 절로 갈 정도로 깊은 맛을 느끼게 한다. 어머니의 묵은지는 어느 댁이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했다. 무나 배추가 가장 흔할 때 만들어서 1년 내내 든든했던 묵은지. 묵은지의 미덕이 아직도 밥상 위에 오르는 정순점씨댁의 묵은지 밥상을 만난다.

* 전남 순천시 오산마을 – 그리운 친정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은 딸의 밥상!

전남 순천 오산마을에는 어머니가 사시던 오래된 옛집을 지키는 조유순(63) 씨가 있다. 집 근처에는 우물도 있어 마을 사람들이 물 길러왔다가 식사도 해결하는 일도 많았는데, 조유순 씨의 친정어머니의 음식 솜씨는 마을 사람들이 다 알아줄 정도로 소문이 자자했다. 어렸을 때부터 솜씨 좋은 친정어머니의 수십여 가지의 김치를 맛본 덕분에, 지금도 조유순 씨의 손길을 거치면 상추 꽃대도 김치가 되고, 가지도 그럴듯한 김치로 재탄생을 한다. 그녀에게 김치라는 커다란 선물을 준 친정어머니의 추억과 함께 김치 나들이를 떠난다.

친정어머니를 닮아서 음식 대접하는 걸 좋아하는 조유순 씨는 색다른 김치를 선보였다. 상추꽃 피기 전에 올라오는 꽃대를 가지고 김치를 담근다. 옛 방식대로 확독에 고추를 갈아 시간과 정성을 가득 담아 양념을 만들고 어머니가 해줬던 그대로 조물조물 상추에 양념을 넣고 버무리면 상추꽃대김치가 완성된다. 이 김치를 먹으면 마을 사람들이 일가친척처럼 더불어 살았던 그 옛날의 추억도 떠오른다. 이 집에서는 5년이나 묵은 갓김치와 묵은지도 맛볼 수 있다. 이 묵은 갓김치로, 생선의 비린내도 깊은 풍미로 재탄생시키는 갓김치고등어조림. 묵은지의 깊은 맛은 선조들의 지혜로 완성된 깊은 맛이 아닐까.

* 경남 진주 승산마을 – 김해 허씨 집안의 내림음식과 묵은지의 놀라운 변신!

김해 허씨 집성촌으로 유명한 승산마을에는 허씨 며느리들 사이에 대대로 내려오는 비서(秘書)가 하나 있다. 집안 음식인 일명 '묵동댁 음식'이 잊혀가는 것이 안타까워 후손에게 선대의 음식문화를 알려주기 위해 만든 요리책이 그것이다. 김해 허씨 승산마을로 시집을 와서 이 댁 내림 음식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이정령(69)여사를 만나서, 경상도 지방의 전통음식의 원형을 맛본다.

두릅이나 머위 같은 채소는 봄에 따서 이맘때 장아찌로 만들어 일 년 내내 두고 먹는다는데, 승산마을에서는 간장을 기본으로 해서 장아찌를 담는다. 끓인 장아찌 양념을 두릅에 부어주면 두릅장아찌가 완성된다. 이 댁의 내림 음식 중에서 대구알과 대구가자미로 만든 특별한 김치도 있다. 겨울에 대구가 나오면 대구 살은 먹고 알은 절여둔 후에 김장김치가 맛있게 익어갈 때 대구알을 김치로 싸서 대구알김치를 만든다. 대구가자미는 깍두가와 버무려서 깍두기의 깊은 맛을 더한다. 도미를 두고두고 즐겨 먹을 수 있도록 폭 고아 만든 돔장도 있다. 대대로 이어온 지혜의 맛, 그곳에 우리 김치의 가능성도 찾을 수 있다.

* 전남 영광 설도항 – 젓갈로 담근 시원한 김치를 맛보러 설도항으로 향하다!

바다 내음이 가득한 시원한 젓갈 김치를 맛보러 전남 영광 설도항으로 향한다. 설도항은 우리나라 젓갈의 30% 이상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젓갈 시장이다. 이 곳에서 3대째 젓갈 장사를 하고 있다는 이청숙(55)씨를 만날 수 있었다. 이청숙씨의 아들 윤인창(27)씨와 며느리 문비안(26)씨는 젓갈 담그는 법부터 김치 담그는 법까지. 어머니의 손을 이어 받는데 한창이다. 이청숙씨 댁에서는 직접 담근 젓갈로 배추김치, 묵은지찜, 풋고추젓까지. 그야말로 자식 사랑이 듬뿍 담긴 한 상을 맛볼 수 있다.

이청숙씨 댁에서 별미로 손꼽은 음식은 풋고추에 잡젓을 버무려 담은 젓갈이다. 황석어젓, 밴댕이젓, 곤어리(청어목 멸치과)젓으로 잡젓을 만들고, 이 잡젓에 풋고추를 담가 석 달 정도 숙성시킨다. 이 풋고추잡젓젓갈은 맛이 좋아 금세 동이 날 정도로, 이만한 밥도둑이 따로 없단다. 황석어보다 크고 굴비보다 작은 조기 새끼로 친정 엄마 표 말린조기묵은지찜을 만든다. 바닷바람으로 말려 더 맛있어진 말린 조기와 오랜 시간 곰삭아진 묵은지를 통째로 넣어 끓이면 완성된다. 대를 이어받는 자식 부부를 향해, 정성스레 손맛으로 빚어낸 어머니의 한끼를 맛본다.

* 전남 담양군 삼지내마을 ー 나를 살린 울 엄마의 묵은지 주먹밥!

전남 담양 창평 삼지내마을은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마을이다. '슬로'라는 것이 불편함이 아닌 자연에 대한 인간의 기다림이라는 말 그대로 이 마을에는 아직도 옛 풍경과 옛사람의 흔적이 곳곳에 살아있다. 이 마을로 시집을 와서 40여 년째 살고 있다는 최금옥 씨(66)도 며느리(장정인, 36)와 함께 옛 방식 그대로 살아간다. 어린 시절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는 최금옥 씨는 손이 많이 가는 밥상이야말로 최고의 밥상이라 여긴다. 그중에는 친정어머니의 손맛으로 기억되는 '묵은지주먹밥'도 있다. 담양에서 최금옥 씨의 친정어머니와의 묵은 추억이 담긴 한 상을 맛본다.

최금옥 씨는 어렸을 때부터 건강이 안 좋아 소화를 잘 못 시킬 때면, 친정엄마는 아픈 딸을 위해 묵은지주먹밥을 만들어 주셨다. 아직도 최금옥씨는 산에 약초를 캐러 갈 때면 이 주먹밥을 싸 가는데, 이 주먹밥을 먹을 때마다 친정엄마 생각이 난다고. 이 댁에서는 김치를 담글 때 설탕을 넣지 않고 단호박을 넣어 김치의 단맛을 낸다. 이 양념으로 왕고들빼기김치를 담그면 맛이 일품이다. 무엇보다도 왕고들빼기김치를 담글 때 이 댁만의 비법이 있다면 견과류를 넣는 것. 호박씨, 해바라기 씨, 땅콩, 아몬드를 갈아 넣으면 건강식이 따로 없다.

배우 최불암이 진행하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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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뉴스ㅣCBCNEWS 박은철 기자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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