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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삼성 "38조 더" SK "파운드리 2배로"…美.中 추격 '확' 따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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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반도체 전략 / 기업투자 10년간 510조+α ◆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 확대를 위한 경쟁이 불붙자 정부가 파격적인 지원책을 꺼내들었다. 반도체 관련 제품 개발 등에 투자되는 자금에 대해 대기업은 최대 40%를, 중소기업은 최대 50%까지 세금을 깎아주기로 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민간은 향후 10년 동안 510조원 이상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화답했다.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삼성전자 평택공장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서 "반도체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며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민관 반도체 전략은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 지난해 10월 인공지능 반도체 전략에 이은 세 번째 종합전략이다.

문 대통령은 "경기·충청권 일대에 세계 최고의 반도체 활약을 위한 K반도체 벨트를 구축하겠다"며 "세제, 금융, 규제개혁 기반시설 확충까지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관이 힘을 모은 K반도체 전략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거센 파도를 넘어설 것"이라며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위상으로 시스템반도체까지 세계 최고가 돼 2030년 종합반도체 강국의 목표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세액공제를 대폭 강화하며 지원하기로 했다. 연구개발(R&D) 비용은 40~50%, 시설투자는 최대 10~20% 공제한다. 또 8인치 파운드리 증설, 소부장 및 첨단 패키징 시설 투자 지원을 위해 '1조원+α' 규모의 '반도체 등 설비투자 특별자금을 신설한다.

인재풀도 대폭 확대한다. 대학 반도체 학과 정원을 총 150명 확대해 10년 동안 1500명을 더 배출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실무형 학사급 인력 양성을 위해 전공트랙, 반도체 장비 기업 연계 계약학과 5개 학교도 신설한다.

정부는 이 같은 지원 외에 추가적인 내용을 더 발굴해 업계에서 요구했던 반도체지원 특별법에 담아 국회와 본격적으로 입법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기업들도 올해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510조원+α'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K반도체를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10년간 국내 시스템반도체 설비와 R&D에 총 171조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에 오른다는 목표다. 또 SK하이닉스는 경기 용인의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 등 국내 공장에 122조원 이상 투입할 계획이다.

[임성현 기자 / 이종혁 기자 / 오찬종 기자]

삼성 "38조 더 투자" SK "파운드리 2배"…비메모리 패권 노린다

삼성, 시스템반도체에만 171조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 협약도

화성~용인~평택~온양~괴산
전국을 'K자형' 반도체 벨트로
제조·소부장·팹리스 거점 육성

매일경제

13일 오후 경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최시영 삼성전자 사장, 문 대통령, 이재명 경기도지사,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 =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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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밝힌 'K반도체' 성장 전략의 핵심은 전국 반도체 산업 거점을 알알이 잇는 'K'자형 반도체 벨트다. 전국에 첨단 반도체 제조 단지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거점은 물론 그간 성장 전략에서 소외돼 있던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팹리스), 후공정(패키징) 기업을 위한 거점까지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기업들은 정부 지원을 받고 2030년까지 10년간 총 '510조원+α' 규모의 투자에 나서며 K자 반도체 벨트를 완성할 계획이다.

정부에 따르면 반도체 벨트는 제조 기반 단지, 소부장 특화 단지, 첨단 장비 연합기지, 패키징 플랫폼 기지, 팹리스 밸리로 구분돼 조성된다. 제조 기반 단지는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이 모인 선도 단지다. 삼성전자 사업장이 위치한 경기 기흥·화성·평택, SK하이닉스 주요 사업장인 경기 이천, 충북 청주, DB하이텍 공장이 있는 충북 음성 등이다. 특히 평택과 화성, 이천과 청주의 메모리 생산공장은 최첨단 기술이 가장 먼저 적용되는 공장, 즉 '마더 팩토리'로 육성된다.

소부장 특화 단지는 용인, 첨단 장비 연합기지는 용인과 화성, 천안에 각각 구축한다. 용인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며, 50여 개 소부장 협력사가 이곳 특화단지 입주를 확정했거나 계획 중이다.

첨단장비 연합기지는 국내 소부장 기업이 단기에 추격하기 어려운 식각·증착 장비, 극자외선(EUV) 장비 등에 대해선 글로벌 선두 기업들을 유치하면서 국내 소부장 기업들과 연합하는 형태로 구상한다.

반도체 산업에서 위상이 갈수록 커지는 패키징 분야와 관련해 정부는 충북 괴산, 충남 온양·천안에 패키징 플랫폼을 조성하고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개발·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이 밖에 판교 테크노밸리는 중소 팹리스 창업과 성장을 지원하는 팹리스 밸리로 거듭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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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는 특히 규모가 영세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한국 팹리스들이 본격 성장할 발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판교에 위치한 인공지능(AI) 반도체 팹리스 기업인 '리벨리온'의 박성현 대표는 이날 "우리는 아직 설립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이미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에 시제품을 제공했고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으로 개발한 칩은 인텔 제품보다 2배 빠른 딥러닝 속도를 보여준다"며 "대한민국이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한 획을 그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투자 규모를 보면 삼성전자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행사에 참석한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은 "2030년까지 계획했던 시스템반도체 투자 133조원을 171조원으로 확대해 최첨단 시설투자를 서두르겠다"며 "특히 파운드리 사업을 적극 확대하고 5세대(5G) 이동통신, AI, 자율주행 같은 미래 산업의 밑그림이 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연평균 메모리 설비투자액(20조원)을 더하면 업계는 드러나지 않는 삼성전자의 10년간 반도체 투자액이 371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한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올해 건설을 시작하는 평택 3캠퍼스(P3) 투자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P3는 내년 상반기 장비 설치를 시작하고 내년 하반기 중 가동 준비를 끝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또 평택에 중장기적으로 3개 공장(P4~P6)을 증설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메모리 시장 세계 2위인 SK하이닉스도 투자에 박차를 가한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부회장)는 이번 행사에서 "SK하이닉스는 이천과 청주 공장에 2030년까지 110조원을 투자하며, 이와 별개로 2025년부터 용인 클러스터에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한다. 총 230조원을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그간 매출에서 2% 남짓한 비중에 그쳤던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본격 육성한다는 목표다. 박 부회장은 "글로벌 반도체 수급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파운드리 증설 또는 파운드리 인수·합병(M&A)을 고려하고 있다"며 "8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현재보다 2배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반도체·자동차 업계 주요 기업인과 문승욱 산업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대란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정부와 업계는 현재 해외에 의존하는 차량용 반도체를 장기적으로 국산화하는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R&D부터 양산까지 적극 협력한다는 목표다. 국산화가 추진되는 주요 자동차 반도체는 전력 반도체, 이미지 센서, 배터리 관리 칩, 자율주행차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이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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