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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미국發 인플레 공포…세계증시 연일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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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동치는 글로벌 자산시장 ◆

미국발 '인플레이션 쇼크'가 현실로 다가오며 뉴욕증시가 급락하자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자 12일(현지시간) 기술주가 몰려 있는 나스닥지수가 2.67% 하락했다. 특히 인플레이션에 취약한 기술주가 3일 연속 급락하면서 반도체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상장지수펀드(ETF)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SOXL) 시세는 하루 만에 12.39% 떨어져 28.13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4.20% 급락한 여파다. 이달 들어 SOXL은 주가가 23.77% 하락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SOXL은 서학개미들이 최근 집중적으로 매수한 종목이다. 이달 들어 12일까지 매수 결제금액이 2억1432만달러로 1위 테슬라(3억7074만달러)에 이어 두 번째다. 순매수 기준으로는 2867만달러로 1위 아마존(4739만달러) 다음이다. 테슬라의 경우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했지만 매도도 많다. 하지만 SOXL은 매수 후 보유 비율이 높은 종목이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한국·대만 중국에 집중된 파운드리(반도체 제조)에 대해 '반도체 주권'을 선언한 가운데 인플레이션 쇼크가 닥치자 하락폭이 더 커진 것이다. 미국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기술주가 크게 하락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날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김인오 기자]

美연준 "인플레 영향 제한적" 진화에도…월가 공포지수 26% 급등

잦아들지 않는 인플레 공포

중고차값 작년대비 21% 올라
기저효과 겹쳐 비정상적 물가

美 국채금리 1.69%로 급등
임금인상 부담도 물가 부추겨

실업수당 신청 전망치 밑돌아
고용시장도 빠르게 회복 중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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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 할인 됩니까?" "아뇨. 전혀 없습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인근 도시인 뉴저지주 테너플라이.

이곳에서 성업 중인 혼다 딜러숍 담당자는 인증 중고차 가격 조건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최근 미국 내 중고차 품귀 현상은 이곳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형 딜러숍인데도 불구하고 인기 차종인 오디세이 밴은 3대밖에 없었다. 워낙 수요가 많다 보니 세일즈 담당 직원도 아쉬운 것이 없어 보였다.

지난 4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년 만에 가장 높은 4.2%(전년 동월 대비)를 찍으며 인플레이션 공포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인플레이션 지표를 '일시적' 현상으로 진단하면서도 물가 인상 속도와 추세를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고용시장 회복세도 빠르게 진행되며 연준이 경기를 보는 시각이 달라질지 주목된다. 13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전주(5월 2~8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47만3000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보다 2만7000건 적은 규모다.

기자가 찾은 미국의 자동차 딜러숍은 넘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중고차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리처드 클래리다 연준 부의장은 이날 예상치를 넘어선 지표를 받아들고 "다소 놀랐다"면서도 "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물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에 일시적인 영향만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목표로 하는 장기적으로 2%를 넘는 인플레이션 목표는 2022년이나 2023년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물가 상승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연준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점에 베팅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지표 발표 후 뉴욕 증시가 폭락하자 연준의 테이퍼링(유동성 공급 축소) 일정과 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을 지배했다.

전날 1.64% 수준에서 거래를 마무리했던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이날 오후 1.69% 선으로 올랐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 지수는 전날보다 26.3% 오른 27.59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를 벗어나는 물가상승률 급등의 주범은 중고차 시장이었다. 중고차·트럭 가격은 전월 대비 10%(전년 동월 대비 21%) 올랐다. 1953년 이후 68년 만에 최대 폭이다. 중고차 시장 공급 부족은 사실 작년 4월 코로나19 팬데믹 쇼크 때 일부 예견됐다. 중고차 시장의 핵심 공급자인 렌터카 업체들이 수익성 악화로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보유한 렌터카를 헐값에 중고차 시장에 대거 내다 팔았다. 이후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거리 두기 완화 조치로 올 상반기부터 중고차 수요가 살아나고 있지만 렌터카 업계의 공급 물량이 이를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많은 회사가 올 하반기부터 재택근무가 아닌 출근을 독려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일시에 멈췄던 작년 4월 미국 경제 상황에 따른 기저효과도 4월 소비자물가 상승을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연준은 이 같은 복합적 요인이 미국 경제가 올해 다시 활력을 얻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현상에서 야기되는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시장의 인플레이션 공포를 부각하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은 난폭하게 우리에게 다가왔다"고 평가했다.

WSJ는 급등한 4월 물가지표에서 전년 동월의 기저효과 등을 제외하더라도 "4월 물가는 여전히 2%를 초과한다"며 "고용 시장에서 기업의 구인난에 따른 임금 인상 부담까지 가세해 소비자물가 상승을 압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표적으로 소비자물가 구성 항목 중 외식비는 전년 동월 대비 3.8% 올랐다. 외식비에는 인건비가 포함된다. 인건비가 오르면 외식비도 동반 상승한다. 인건비는 레저·서비스 분야에서만 1.6% 올랐고, 지난해 2월보다 5% 높아져 오름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WSJ는 "외식비는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3%로 중고차(2.8%)나 항공료(0.6%) 비중보다 훨씬 높다"며 "인건비 때문에 오른 가격은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이재철 기자 /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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