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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文대통령, 청문 정국 매듭 결단…朴 사퇴로 조기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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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재송부 시한 하루 전 박준영 해수 장관 자진 사퇴

野, 김부겸 인준 연계로 교착…與, 협상력 확보 차원 풀이

해외출장 검증 강화 부메랑…임 낙마 시 책임론 확산 부담

靑 "인사청문 제도 개선 필요…좋은 사람 발탁 과정이어야"

뉴시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박준영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04.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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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태규 김성진 기자 =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시한 하루 전날인 13일 자진 사퇴한 것은 꽉 막힌 청문 정국을 빠르게 타개하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임·노·박' 장관 후보자 3인의 지명 철회와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을 연계한 국민의힘 전략에 갇혀 청문보고서 채택 협상에 진척이 없자 협상력 확보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결단한 것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 초선 의원 중심으로 후보자 3인 중 최소 1명의 낙마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공개 표출된 상황에서 거취 문제를 빠르게 정리하지 않을 경우 국정운영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4일 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 이전에 매듭을 짓는 것으로 당청 간 충돌 양상을 피하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박 후보자는 13일 오후 1시께 개인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청문 정국에서 배우자의 도자기 밀수 의혹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박 후보자는 사퇴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후보자 지명 27일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입장문에서 "청문회 과정을 통해, 또한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렸고 제기된 의혹에 대하여도 성실하게 설명드렸다"면서도 "그러나 그런 논란이 공직 후보자로서의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모두 제 불찰"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 문제가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해양수산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제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라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해양수산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정과제에 영향을 줘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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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04.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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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나머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재송부와 기대한다는 입장을 비교적 신속히 밝혔다는 점에서 빠른 상황 정리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박 후보자의 사퇴 40여 분만에 춘추관을 찾아 "이걸 계기로 국회에서 청문 절차가 신속하게 완료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의 사퇴를 계기로 해서 김부겸 총리 후보자의 본회의 인준과 임혜숙·노형욱 장관 후보자 2명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이 원만하게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청문보고서 재송부 마감 시한 전에 여야 합의 도출을 기대하되, 불발될 경우 2명의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나머지 지금 국회 청문 절차를 기다리고 있는 국무총리 후보자 이하 분들에 대해서는 국회가 신속하게, 내일까지 저희가 재송부 기간을 드렸는데 마무리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가족동반 해외 세미나 참석, 다운계약서 작성 등 각종 의혹을 받아온 임혜숙 후보자 대신 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선택하게 된 배경에 대한 물음 부호는 여전히 남는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결정적 계기는 없다.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내린 인사권자의 결단"이라고만 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인사수석과 민정수석의 검증 책임론 확산이 불가피한 점까지 고려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후보자 배우자의 도자기 밀수 의혹은 사전 검증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걸러지기 어렵다는 점이 작용하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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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김외숙 인사수석이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천대엽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이 끝난 후 문재인 대통령을 뒤따라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1.05.12. scch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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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임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그를 대체할 여성 후보자를 추가로 찾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반영됐을 수 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여성 진출 적은 과학기술 분야 특성까지 감안해 임 후보자를 발탁한 점을 강조했다.

다른 한편으론 '외유성 해외출장' 의혹을 받고 있는 임 후보자를 중도 하차시킬 경우 과거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낙마 계기로 강화했던 청와대 인사검증 개선안의 무용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청와대는 2018년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임명과 낙마 과정에서 불거진 19대 국회의원 시절 피감 기관의 비용으로 다녀온 부적절 해외출장 사례 재발 방지 차원에서 공직자 인사검증 설문 항목에 부당지원 해외출장 사례 여부를 구체적으로 기술하도록 보강한 바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임 후보 또한 사전 검증 과정에서 확인이 됐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가 검증 문턱을 스스로 높여 놓은 것이 부메랑이 된 측면이 적지 않다.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며 검증 실패 책임론에 선을 긋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인사청문회 제도에 대한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며 "제도가 좋은 사람을 발탁하는 과정이 되어야지, 좋은 사람을 자꾸 내치는 그런 과정이 혹시라도 안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ksj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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