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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낙연 "당대표 맡아 호된 훈련…DJ처럼 준비된 대통령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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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권주자 릴레이 인터뷰 ⑤ / 이낙연 前더불어민주당 대표 ◆

■ 대담 = 채수환 정치부장

매일경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대권 도전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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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월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직을 마치고 6년 만에 화려하게 민주당에 복귀했다. 작년 4월 21대 총선에선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 출마해 여당 압승을 견인했고, 선거 직후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40%대를 기록하며 이른바 '대세론'을 주도했다. 하지만 거여의 입법 독주와 부동산 정책 실패, 내로남불 논란 등이 겹치면서 최근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시련의 계절을 맞았다. 이 전 대표를 국회에서 만나 대선 준비 전략과 소회를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7개월간 당대표를 마친 소회는.

▷호된 훈련을 했다. 매번 중요 안건에 대해 당내에서 의견을 듣고, 야당과 의견 차이를 좁혀가고, 더 큰 견해차가 있는 국회 밖 얘기도 다 듣고 결정해도 양쪽에서 욕을 먹는 일이 있었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처벌법이 그랬고, 정치가 어렵다는 걸 다시 체험했다. 외부에서는 '저것도 못하냐'라고 볼 수 있지만 당사자로 참여하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지지율을 회복시킬 방안은.

▷국민의 마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성심을 다해 노력하는 방법뿐이다. 몇 가지 기획으로 민심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사치다. 그럴 생각은 없다.

―유권자들은 왜 이낙연을 선택해야 하나.

▷한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전면적 충격에도 이를 흡수하면서 경제성장률을 안정적으로 회복했다. 다른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빨리 회복했다. 국민과 기업 등 총체적 역량이 축적돼 이미 한국은 안정적 발전·안정적 성장을 할 단계가 된 것이다. 그러면 지도자도 그런 수준에 적합한 지도자가 있을 것이고, 비교적 제가 적합할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린다.

―다양한 국정 경험이 요구된다는 의미인가.

▷모든 국정 분야를 전문가처럼 소상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해도 기본적인 맥락이라도 알아야 오판하지 않고 균형 있게 판단할 것 아닌가.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5년간 국가를 책임졌던 것은 축복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분만큼은 아니더라도 준비된 대통령이 또 나올 때가 됐다.

―DJ에게서 가장 닮고 싶은 모습은.

▷균형 감각이다. 그분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 감각' '개울에 들어간 소는 양쪽 뚝에서 풀을 다 먹는다'처럼 항시 균형을 생각했다. 또 결단과 혜안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중에도 조선왕조실록 데이터베이스화에 4조원을 투입했는데 이런 게 정보기술(IT) 강국의 초석이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저도 우려했는데 결국 한국 대중문화가 커지고 일본이 위축됐다. 또 요즘 미국 정부를 설득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1987년 대선 패배 직후 낙선인 신분으로 '네오콘의 대모' 진 커크패트릭 전 유엔주재대사에게 당신의 대북정책을 설득시킨 점은 후배들이 본받아야 한다.

―현 정부에 대해 균형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멘토인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어느 인터뷰에서 '지금 정부의 경제정책에 실용이 조금 더 가미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 52시간 노동'과 관련해 노사가 합의하면 부분적으로 예외를 인정해줄 수 없는가를 실용의 사례로 말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지금 경제가 어렵고 노동자도 힘든 시기에 그렇게 하려면 노동조합과 소통이 있어야 하는데 그 노력을 정부가 했으면 싶다. 이후 개별적 합의는 기업이 하더라도 말이다.

―여권이 민생보다 개혁에 치중했다는 비판에 대한 생각은.

▷한 가지 일을 한다고 다른 건 안 할 것이라는 전제가 담겨 있는 그 접근에 대해 온전하게 동의하기 어렵다. 검찰개혁이 법무부 일이면, 민생은 중소벤처기업부나 산업통상자원부 일이다. 맨날 검찰개혁만 한다고 하는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검찰개혁을 하나. 부문마다 각자 일을 하는 것이다. 다만 민생 문제를 노력하지 않았다기보다 민생 부문이 크다 보니 국민이 보기에 목마름이 여전히 있고 정부의 노력과도 괴리가 있어 답답함이 있는 것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력·이미지가 겹친다는 평가는.

▷사뭇 다르다. 제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고. 국민이 알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평가하면.

▷일반론으로 말하면 대통령은 많은 경험, 식견, 감각이 요구되는 자리다. 편중된 경험이나 벼락공부로는 될 수 없다.

―윤 전 총장의 지금 위치를 예상했나.

▷구체적인 전망은 하지 못했다. 총장 임명장을 받은 다음날 인사를 왔는데 그때 '스타일이 남다르구나'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다른지는 말하지 않겠다.

―대선전이 본격화하면 검증과 네거티브가 거세질 텐데.

▷우리 정치가 난폭하고 거칠다. 내가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야당 의원이 제 며느리의 성적증명서까지 요구할 정도였다. 모진 사람은 되지 못하지만 (타 후보의) 정책 검증은 해야 한다. 그것까지 안 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우리 정치는 대통령에게 과도한 힘이 집중돼 있는데.

▷북한과 이웃에 강대국 3개가 있는 상황에서 국가수반 업무는 과중할 수밖에 없다. 반면 정부수반은 당파성을 피해가기 어렵고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된다. 그러면 국민의 신뢰가 손상되고, 정부수반으로서 신뢰도 상실된다. 한국처럼 양쪽 업무가 모두 과중하면 국가·행정수반을 분리해야 한다. 4년 대통령 중임제와 분권형 대통령제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지혜를 모아봤으면 좋겠는데, 지금 국민적 에너지가 개헌에 모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주택부 신설해 국민 주거복지를 최우선할 것


제대 후 사회출발자금 3000만원
공정한 보상…포퓰리즘 아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년7개월에 걸친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 경험을 토대로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내놔 주목을 받았다. 또 2030세대를 위한 맞춤형 공약을 준비하며 차기 대선에 출마하면 이 부분에 많은 공을 들일 것을 시사했다.

―부동산 논란 와중에서 주택지역개발부 설립을 제안했는데.

▷주택 업무는 현재 국토교통부가 담당하는데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등에 비해 예산 비중이 작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교통물류를 떼어내고 주택문제가 사회적으로 가장 큰 쟁점이 안 되는 단계까지 한 부처가 국민 주거복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정책을 지속적으로 다뤄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청와대 조직 개편 필요성은.

▷대통령제에서 청와대 조직은 굉장히 중요하다. 개편 필요성은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 제시와 검토는 제일 나중에 하겠다.

―4·7 재보궐선거를 보니 여권에 대한 청년들 반감이 커졌는데.

▷아버지 세대는 땀 흘려 일해 보수를 받아 저축하고 몇 년 지나 집을 사는 계산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안 된다. 가상자산에 나의 희망을 걸어야 할 정도라면 청년들은 '내 삶에서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통렬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것을 정치가 받지 못한다면 정치가 몫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다.

―사회출발자금 3000만원 논란에 대해서는.

▷포퓰리즘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무성의한 접근이다. 제대군인에게 백지상태에서 돈을 그냥 안겨주자는 게 아니고 공정한 보상을 하려는 것이다. 올해 병장 월급은 최저임금의 33%로, 아직도 봉급 인상 여지가 있다. 여기에 시행 중인 장병내일준비적금 인센티브를 조금 더 확대하면 된다.

―청년을 위한 공약은 더 정교해지나.

▷물론이다. 우선 모병제로의 단계적 확대는 사병 의무 복무 기간으로 전문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분야부터 할 것이다. 이런 분야는 여성도 모집할 수 있다. 이후 해군, 공군도 모병제 전환이 가능하다. 또 현역 판정률이 높아지면 부족해지는 사회복무요원에 여성도 신청을 받고 의무 복무를 마치면 사회출발자금을 드릴 것이다.

―청년이 직장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전면 시행되기 전 단계라 미흡하다, 아니다를 따지기에는 아직 이르다. 차기 정부 초기에 산업안전청을 설치하는 것으로 사실상 여야 간에 합의돼 있다.

―종합부동산세 정책을 놓고 여당 내부에서 혼선이 있는데.

▷설익은 이런저런 의견이 나왔으면 잘했다고 했을까. 그런 상태를 피하려 눌러놓고 숙성시키고 있는데 일부 언론은 혼선이라고 한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 채종원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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