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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예측불허' 류현진…알고도 당하는 거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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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류현진이 13일(한국시간) 미국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AF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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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게스 히팅(guess hitting)'은 강타자의 필수 덕목이다. 시속 16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눈으로 보고 대응하긴 어려우니 투수의 투구 패턴을 숙지하고 많이 던지는 구종을 예측해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타자가 골라야 할 선택지가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 여기에 다양한 구종이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기까지 한다면 빠르기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듯하다.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올 시즌 최고의 투구로 시즌 3승째를 챙겼다. 류현진은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5피안타 1실점, 탈삼진 6개를 기록하는 호투로 승리했다. 7이닝 투구는 토론토에서 류현진이 유일했으며 시즌 평균자책점은 3.15에서 2.95로 낮아졌다.

솔로 홈런 하나를 내주기는 했지만 이날 류현진의 투구는 편안했다. 애틀랜타는 올 시즌 내셔널리그 팀 출루율+장타율(OPS) 3위의 강타선이었지만 류현진을 위협하지 못했다. 특히 승부처는 1회 애틀랜타에서 가장 위험한 타자 1번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와의 승부였다. 류현진이 던진 5개의 공은 우타자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아슬아슬하게 걸치거나 살짝 빠지면서 비슷한 코스로 들어갔다. 처음 두 개의 볼을 골라냈음에도 서로 다른 구종에 다른 속도로 절묘한 코스로 날아오자 아쿠냐 주니어는 결국 삼진 아웃을 당했다.

류현진의 제구력이 심상치 않음을 파악한 애틀랜타는 오히려 류현진을 도왔다. 특정 구종을 노려 치는 작전으로 나왔지만 번번이 류현진과의 수싸움에서 패배하며 아웃카운트를 늘려줬다. 이날 류현진이 잡은 21개 아웃카운트 중 2구 안에 아웃을 잡은 비율이 절반(10명)에 달했다.

실제로 이날 류현진이 준비해온 볼 배합은 애틀랜타 타선이 풀기 어려운 문제였다. 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 체인지업과 커브를 각각 32%·26%·24%·18% 비율로 구사했다. 주무기가 확실한 투수라면 낫지만 상대 타자들에게 류현진은 위기 상황에서도 어떤 공을 던질지 전혀 모르는 투수인 셈이다.

여기에 이닝별, 타순이 얼마나 도느냐에 따라 볼 배합도 완전히 바뀐다. 1회에는 네 타자 모두에게 초구 포심패스트볼을 던진 반면 3~4회 다시 만난 같은 타자 네 명에게는 커브 3개와 컷패스트볼 1개를 초구로 던졌다. 1, 2구 승부에서 예측과 전혀 다른 공에 방망이를 내며 좋은 타구를 만들지 못한 것도 류현진의 변화무쌍한 볼 배합 덕분이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이날 경기 후 "류현진이 다음에 어떤 공을 던질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압도적이었다"고 극찬했다.

류현진에게 시즌 3승째를 선물한 건 팀 동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였다. 1대1로 팽팽한 7회 초 애틀랜타의 바뀐 투수 초구를 공략해 역전 홈런을 날린 데 이어 9회 초 공격에선 승부에 쐐기를 박는 2점 홈런을 기록하며 류현진 도우미로 등극했다.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를 앞두고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 지난 경기에서 몸 중심이 앞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를 교정하는 준비 과정을 밟았다"며 "지난 경기보다 패스트볼에 힘이 실렸고 커브도 많이 던졌다. 오늘 경기에선 좋은 밸런스에서 공을 던진 것 같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오랜만에 타석에도 들어섰다. 투수 타석이 있는 내셔널리그(LA 다저스)에서 아메리칸리그로 옮긴 이후 처음이다. 다만 타석에선 2타수 무안타로 무력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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