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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온실가스 배출 없는 '그린 수소' 국내 첫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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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매·분리막 필요 없어 비용 절감
정부 수소 가격 목표 20년 앞당겨
한국일보

국내 최초로 ‘무촉매 수전해 기술’을 개발한 H3-KOREA 김진관 대표가 생산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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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의 한 중소기업이 고가의 백금 등의 촉매를 사용하지 않고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무촉매 수전해 기술’을 국내 최초 개발했다.

수소생산 기업 'H3-KOREA'는 촉매와 분리막 없이 수소와 산소를 분리하는 ‘무촉매 그린수소 발생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수전해는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 수소경제를 이끄는 핵심이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충남 태안 인공지능센터에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태안에 조성되는 500㎽급 풍력발전단지와 연계해 2세대 수전해 양산 체계를 갖추기 위한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2세대 수전해 기술은 태양광·풍력 등 전기 생산이 불안정한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물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1세대 수전해 기술은 화력발전 등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전기로 수소를 분리하고 있다. 촉매를 입힌 판 형태의 스택(티타늄 재질)에 전해질을 넣은 물(전해수)과 전기를 흘려보내 화학반응을 일으켜 수소를 뽑아내는 방식이다.

촉매로는 백금, 이리듐, 루테늄 등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이 소재들은 가격이 비싸 세계적으로 촉매 가격을 낮추기 위한 대체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촉매를 얼마나 싼 가격에 공급하느냐에 따라 수소 제조 원가가 결정되기 때문에 현재 수전해 기술 연구는 대부분 촉매에 집중돼 있다.

H3-KOREA는 핵심 부품인 셀을 신소재로 만들어 촉매와 분리막 기능을 대체했다. 촉매가 없어도 전류 흐름이 원활하고 분리막도 교체할 필요가 없어 셀을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소발생기 한 대(10억 원)로 60㎾/h의 전력을 사용해 연 87.6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국내에서 운행중인 현대 수소전기차 넥쏘 1만7,50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가격도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현재 국내 시판 수소는 석유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부생수소와 천연가스(LNG)에서 추출한 개질수소로 판매가는 1㎏당 8,000원 대에 이른다. 그러나 H3-KOREA의 신기술은 물에서 수소를 생산, 원가를 대폭 낮췄다. 공급망이 확보되면 3,000원 대에 공급할 예정이다.

정부는 2019년 1월 수소가격을 2022년까지 1㎏당 6,000원, 2040년까지 3,000원으로 낮추는 내용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 회사의 수전해 기술은 정부의 수소 목표 가격을 20년 앞당긴 셈이다.

현재 수전해 기술은 유럽과 미국이 선도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수전해 기술을 보유한 노르웨이 넬사의 경우 수소 1㎏ 생산 전력소모량이 49㎾h/㎏다.

H3-KOREA의 신기술을 적용하면 전력소모량이 6㎾h/㎏으로 줄어 넬사보다 효율이 8.16배 높다.

기술을 인정받은 이 회사는 지난 2월 행정안전부의 '지역균형 뉴딜 투자설명회'에 충남 대표로 참가해 기술 개발 현황과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김진관(53) 대표는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에서는 아직 촉매 없이 수소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무촉매 수전해 기술을 고도화해 에너지 수입국이 아닌 친환경 에너지 수출국으로 변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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