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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트럼프가 막았던 기후보고서, 뭐가 들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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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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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하고 있다. 워싱턴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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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환경보호청(EPA, U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이 12일(현지시간) 기후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원래 2년마다 발표하던 보고서의 공개가 지연된 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문이었다고 BBC는 보도했다.

BBC는 2017년부터 중단됐던 EPA 웹사이트의 ‘기후변화 지표’가 이날 5년 만에 업데이트됐다고 보도했다. ‘기후변화 지표’는 특정 지역 및 지정된 기간 동안 특정 환경 또는 사회적 조건의 상태 또는 추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지난 2016년까지는 2년마다 업데이트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이후 5년 동안 업데이트가 중단됐다.

그 이유는 ‘기후변화가 일정 부분 인간에 의해 주도된다’는 내용이 지표에 담겨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BBC는 이날 EPA가 공개한 지표가 “기후 변화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인간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것을 공식 인정한 EPA의 첫 발표”라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간이 기후 변화를 일으킨다는 주장에 회의적이었다. 관련 연구나 보도를 ‘가짜’로 규정했으며, 미국을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시키고, 화석 연료 관련 규제를 대거 완화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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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해수면 온도. 미 환경보호청(EPA)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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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된 지표에 따르면 해수 온도는 지난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극적인 온도 상승은 2차 산업혁명기인 1910년부터 1940년 사이, 그리고 1970년부터 현재까지 두 기간에 걸쳐 집중됐다. 인간에 의해 일정 부분 온도 상승이 주도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해수는 점점 더 산성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그만큼 많이 흡수했다는 얘기이자, 앞으로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이다.

북극의 빙하는 더욱 얇아졌고, 면적도 해마다 줄고 있다. 지난해 9월엔 관측 이후 역대 두번째로 적은 면적을 기록했다. 녹은 빙하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대서양과 멕시코만 연안 도시들을 기준으로 해안 홍수가 1950년대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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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알래스카 지역 빙하 비교 사진. 미 환경보호청(EPA)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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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수일 또는 수주일 간 이어지는 이상고온 현상인 ‘열파’는 1960년대에 비해 3배 가량 더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여름철 에너지 사용량은 지난 2015년 기준으로 1973년에 비해 두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의 산불 시즌은 더 일찍 시작해 더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4년부터 2000년 사이 산불 절정기는 8월로, 해당 월의 평균 피해면적은 약 70만 에이커 정도였다. 그러나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산불 절정기는 7월로 앞당겨졌고, 해당 월의 평균 피해면적은 약 160만 에이커가 넘었다.

또 캐나다 등지에서는 기온 상승으로 진드기 등 흡혈 곤충들이 늘어나면서 라임병 같은 곤충을 매개로 한 바이러스 질환이 1991년에 비해 두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지표 발표와 관련해 미 환경보호청 측은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라며 “위태로운 부분들을 아는 만큼 긴박감을 갖고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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