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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알쓸신IT] 테라바이트 급 D램 구현을 위한 기술, 'CX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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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만한 신기한 IT지식. "IT에 관심은 있지만 용어가 어려운 독자분들을 위해, IT용어를 알아가는 연재 기사입니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휘발성 메모리라고도 불리는 ‘D램’, 전력 공급이 끊어지면 데이터가 증발하는 특성이 있지만 전송 속도가 매우 빨라 일시적인 데이터를 보관하는 데 사용된다. 사진이나 동영상, 파일 등 보관이 필요한 데이터는 SSD와 같은 비휘발성 메모리 기반 장치에 저장하고, 실시간으로 사용하는 웹 브라우저나 프로그램, 연산 처리 등에 필요한 임시 저장 공간은 D램을 쓰는 식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응용 분야가 늘어나면서 처리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현재의 D램 규격인 DDR 인터페이스로 시스템에 탑재할 수 있는 용량에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또한, 데이터의 폭발적인 증가와 압축, 암호화 및 인공지능 등의 연산 수행을 위한 전용 가속기(액셀러레이터)가 일반 데이터 센터용 컴퓨터와 나란히 동작하는 이기종 컴퓨팅이 산업의 대세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메모리의 한계를 초월함과 동시에 서로 다른 규격의 연산 처리 장치가 상호 호환되는 새로운 규격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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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I와 CXL, Gen Z 로고. 출처=CAPI, CXL, Gen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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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10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AMD, ARM 등 12개 사가 참여한 ‘Gen-Z 컨소시엄’이 출범했다. Gen-Z 컨소시엄은 고속, 저지연성, 데이터 및 장치에 대한 접근을 위한 개방형 표준 개발을 목표로 하며, 802.3 이더넷 물리 규격을 기반으로 이기종 장치를 호환하고, 각 메모리가 독립적으로 접근 가능한 구조를 제공한다. 한편, IBM은 9개 기업과 함께 새로운 고속 서버 기술 개발을 위한 CAPI(Coherent Accelerator Processor Interface) 개발에 나서며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서버 시장이 워낙 방대한 만큼, 표준 마련을 통한 산업 주도권을 쥐기 위해 경쟁에 나선 것이다.

CXL, 메모리 용량 한계와 서버의 유연성을 확장할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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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L은 인텔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서버 인터페이스 표준이다. 출처=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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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x86 서버의 큰 손인 인텔이 자체적인 표준화에 나서면서 시장은 새로운 규격을 중심으로 재편되는데, 이 규격이 바로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ompute Express Link, 이하 CXL)다. CXL은 지난 2019년 3월, 인텔 주도하에 삼성전자, 알리바바, 시스코, 델EMC, 페이스북, 구글, HPE, 화웨이 및 마이크로소프트가 협력하는 개방형 인터커넥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출범한 컨소시엄으로, PCI 익스프레스 5세대 기술(PCIe 5.0)을 활용해 이기종 호환과 메모리 성능 향상을 동시에 이룬다.

CXL은 CXL은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에서 CPU와 함께 사용되는 가속기, 메모리, 저장장치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인터페이스로 기존 컴퓨팅 시스템인 D램 메모리 용량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메모리 용량을 획기적으로 확장하는데 사용된다. 현재 범용으로 쓰이는 PCI 익스프레스 5세대 기술의 물리 및 전기 프로토콜이 지원하는 최대 128GB/s의 대역폭을 활용한다. 해당 기술을 활용하면 CPU와 시스템 온 칩, 그래픽 처리 유닛(GPU),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가 직접 통신하고 메모리를 공유한다. 쉽게 말하자면, CXL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하면 CPU가 이기종 가속기의 메모리를 메인 메모리처럼 쓸 수 있고, 자체 메모리가 없는 장치가 메인 메모리를 끌어다 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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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공개한 CXL 기반 D램 메모리. 출처=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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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이 기술을 활용해 각 장치 간 접근성이 확장되고, 데이터 이동 및 효과적인 자원 공유, 분산 메모리의 접근 지연 및 감소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 컨소시엄 구성 이후 2년 만에 등장한 CXL 기반의 ‘D램’을 보면 이해에 도움이 된다. 지난 5월 11일, 삼성전자는 CXL 기반의 D램 메모리 기술 개발을 발표했다. 대용량 SSD에 적용되는 EDSSF(Enterprise & Data Center SSD Form Factor) 폼팩터를 CXL 기술로 동작하는 D램 형태로 만들어낸 것인데, 기존의 D램 인터페이스는 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하는 단순 버퍼 역할만 수행하며 구성 가능한 용량도 GB(기가바이트)의 벽을 넘기 어려웠던 반면, CXL 기반의 D램은 이기종 간 메모리 공유는 물론 TB(테라바이트)급까지 용량을 확장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 메모리가 인공지능, 머신러닝,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등 빅데이터 기반 산업에서 기존 D램의 한계를 적극적으로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CXL, 차세대 서버 시장도 인텔 주도로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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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인텔은 USB 프로모터 그룹에 썬더볼트 3 기술을 무료로 이전했다. 최근 등장하는 썬더볼트 4/USB 4가 당시 이전에 따른 결과다. 출처=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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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CXL 생태계 확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술 표준을 쥐고 있는 것만으로 관련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어서다. 비슷한 예시로 USB가 있다. USB는 USB 임플리멘터스 포럼(USB-IF)에서 표준화한 규격으로,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컴팩, NEC가 주축으로 기술 개발이 시작됐다. 25년이 지난 오늘날, USB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범용 규격이며 인텔은 최근까지도 인텔 썬더볼트 기술을 USB 4로 활용할 수 있게 무료로 기술을 이전하는 등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CXL 프로토콜 역시 널리 쓰이는 PCIe 기술을 기반으로 하며, 인텔이 개발한 CXL 기반 기술이 CXL 컨소시엄에 무료로 공개돼 참여 기업들이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지난 해 Gen-Z 컨소시엄과 상호 운용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고 보완에 들어간 만큼, CXL이 차세대 서버 시장 인터페이스의 주력이 될 가능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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